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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4 |
[전라도 푸진사투리] 전라도 말의 ‘꽃심’
관리자(2008-04-18 15:38:31)
전라도 말의 ‘꽃심’ - 김규남 언어문화연구소장 ‘꽃심’이란 말은 전라도 사투리이지만 작가 최명희는 그 사투리를 빛나게 사용하였다. 다음 인터뷰 내용은 작가가 ‘꽃심’이라는 어휘에 대해 가진 애정의 깊이와 그 어휘가 작품에 쓰이게 된 상황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꽃심’이란 말이 있습니다. ‘꽃심’이란 말이 사전엔 물론 없어요. 그런데 저는 굉장히 그 말도 좋아요. (·······) 저는 아, 왜 ‘꽃심’이란 말이 없을까. 그냥 너무나 애가 타요.(·······) 사전에 없으면 없나요? 뭐 그러니까 그냥 저는 써버린 거예요.”(최명희, ‘혼불’과 국어사전, ‘새국어생활’ 8-4호, 1998) ‘꽃심’이 정확히 무슨 뜻일까. 다음 글은 작가가 ‘꽃심’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 꿈조차 짓밟히어, 차현 땅 이남의 수모 능욕을 다 당한 이 땅에서 꽃씨 같은 몸 받은 조선왕조 개국시조 전주 이씨 이성계, 천 년이 지나도 이천 년이 지나도 또 천 년이 지나가도, 끝끝내 그 이름 완산이라 부르며 꽃심 하나 깊은 자리 심어놓은 땅, 꽃의 심, 꽃의 힘, 꽃의 마음, 꿈꾸는 나라, 결단코 잊지 않고 잃지 않고, 맨 처음 나라 받은 그 마음을 밝히면서 아직도 귀순 복속하지 않은 마한의 순결한 넋으로 옛 이름 옛터를 지키는 전주 완산, 완산정, 완산칠봉, 완산다리. 위 글에서 작가는 ‘꽃심’을 ‘꽃의 힘’ 혹은 ‘꽃의 마음’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는 ‘꽃심’의 ‘심’이 한자 ‘마음 심(心)’도 되고 ‘힘’의 방언형 ‘심’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엇인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의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고 또 그런 간절한 마음을 담은 어떤 힘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곱새겨 볼수록 ‘꽃심’이란 어휘는 곱고 아리따운 정신을 담은 말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꽃심’은 본래 ‘기운을 다해 꿋꿋이 버티다’의 ‘꼿꼿하다’와 ‘힘’의 방언형 ‘심’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꼿힘>꼿심’에서 비롯된 ‘꼿심’과 복사꽃 꽃받침과 꽃잎 사이에 그어져 있는 진홍빛 선의 ‘꽃심’으로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꽃심’을 ‘꽃의 마음’, ‘꽃의 힘’으로 풀이한 것은 작가의 감성에서 비롯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어휘를 찾아 생명력을 불어넣은 작가의 치열하고 섬세한 정신을 기려, 이 둘 모두를 ‘꽃심’으로 쓴다 해도 흠잡을 일은 아닐 것 같다. 다만 전라도의 혼을 담은 전라도의 말들이, 작가의 말마따나 ‘가슴에 꽃심이 있으니, 피고, 지고, 다시 피어’ 백 년이 가도 천 년이 가도 세세 무궁토록 질긴 생명력으로 거듭 새로워지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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