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4 |
[김환표의 매체비평] KBS의 1박2일
관리자(2008-04-18 15:34:40)
KBS의 1박2일: ‘승자독식구조’
강조하는 한국사회의 축소판
김환표ㅣ전북민언련 사무국장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가 거침없다. 주말 저녁 황금 시간대의 강자 역시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MBC의 ‘무한도전’과 KBS 2TV의 ‘1박2일’다. 이 가운데 주말 오락프로그램의 절대 강자였던 무한도전을 벤치마킹하며 후발주자로 나선 ‘1박2일’은 한국사회의 작동방식 가운데 하나인 ‘승자독식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1박2일에서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복불복 게임이다. 복불복게임 없는 1박2일은 생각하기 힘들 만큼 복불복게임은 1박2일의 고갱이다. 목적지까지의 이동수단 선택과 식사, 잠자리 결정까지 1박 2일의 중요한 구성 요소는 물론 대부분의 결정이 복불복게임을 통해 이루어진다. 복불복(福不福)이 말해주듯, 복불복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평소 실력이 아니라 운이다. 아니, 실력이 끼어들 틈이 없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때론 탁구대회, 배드민턴대회, 달리기 등 평소 실력이 중요한 게임도 있지만, 길거리에 널려진 연탄 쌓기 게임이나, 파도가 치는 바닷물에 깃대 꼽기 등에 평소 실력이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출연자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승리에 목을 맨다. 복불복게임을 통해 승리한 사람이 모든 것을 독식하기 때문이다. 승자가 승리의 여유를 만끽하는 동안, 패자는 부실한 교통수단과 식사, 잠자리와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한다. 복불복게임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지 않은가? 그렇다. 1박2일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승자독식구조’는 한국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부와 권력 등 승자에겐 지나칠 정도로 많은 기회와 선택권이 주어지지만, 패자에겐 패배의 쓴잔과 낙오자라는 멍에를 씌우는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패자부활전은 가뭄에 콩 나듯 할 뿐, 한국 사회에서 한 번 패자는 영원한 패자다.
요컨대, 승패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는 1박2일은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김환표ㅣ전북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인물과 사상> 편집부에서 근무했습니다. 저서로는 『쌀밥 전쟁』과 『스캔들에 갇힌 영혼』이 있고, 공저로 『희생양과 죄의식』, 『베스트셀러와 작가들』, 『남성의 광기를 잠재운 여성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전북민언련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