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 | [매체엿보기]
촛불시위 왜곡하는 '조선'아 '동아'야
김수현
전북민언련 활동가(2003-04-18 17:22:18)
지난해 말 오마이뉴스는 올해의 인물에 촛불시위를 처음 제안했던 ‘앙마(김기보, 30, 회사원)’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을 대표로 한 ‘대한민국 네티즌’을 선정하였다. 하지만 김기보 씨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선정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가해졌다. 또한 촛불시위와 관련된 자신 글을 제 3자의 입장에서 기사화한 것으로 밝혀져 비난의 여론이 형성되기도 하였다. 결국 이 사건은 김기보씨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사과문으로 일단락 되었다.
하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일부 정치권과 수구언론들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며 촛불시위의 순수성까지도 훼손하였다. 지난 7일 한나라당은 <'촛불시위’제안이 자작극?> 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김씨가 평범한 직장인이 아닌 오마이뉴스 기자"라며 언론인의 윤리성을 비난했다. 또한 "대선 직전 특정정파의 이익을 앞장서서 대변해 온 일부 편향된 언론들의 여론조작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바로 논평에 대한 해명을 통해 "촛불시위의 순수한 의도가 오마이뉴스에 의해 조작된 것은 아니라고" 간접 사과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왜곡보도로 일관하면서 촛불시위의 의미까지 왜곡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9일 <비판글 쇄도…“윤리의식 절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인터넷 매체가)여론조작이나 대중선동에 악용될 수도 있다”라고 보도했는가 하면, 동아일보도 같은 날 <'인터넷언론' 윤리, 이 수준인가>, <인터넷 여론 감성 부추길수도>, <'자작극' 촛불시위 순수성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무책임한 선동이며, 순수한 의도로 촛불시위에 참가했던 사람들을 모독한 사기극”, “거짓여론을 바탕으로 촉발된 촛불시위는 결과적으로 반미집회로 이어졌고, 한미공조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재로 등장했다”라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그동안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축소보도로 일관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보여준 두 신문의 보도행태는 촛불시위의 순수성까지 훼손하며 악의적인 왜곡보도로 일관하고 있는 점에서 인터넷 매체를 길들이려고 하는 의도가 아닌가하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의지를 보여줬던 촛불시위에 대한 의미와 소파개정에 대한 요구를 김기보씨 사건과 관련하여 함께 매도해서는 안된다.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촛불시위가 남긴 새로운 시위 방식이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대한 의미는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터넷 매체는 영향력에 걸맞는 윤리의식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뒤따라야 하며, 신뢰구축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하여 많은 네티즌들의 도덕성과 책임성 문제에 있어서도 성찰의 기회로 삼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