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4 |
[저널초점] 좌담회-전북의 문화재 관리실태와 보존방안
관리자(2008-04-18 15:27:00)
위기가 곧 기회다
숭례문이 어처구니없이 허물어져 내리던 모습이 아직 생생하실 겁니다. 우리나라 국보1호가, 그것도 우리나라의 수도 한복판에 있는 6백년 역사의 문화재가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에 전국민이 허탈해 했습니다.
덕분에(?) 전국의 문화재들이 소방훈련을 하는 모습과 시민들의 숭례문추모 행렬이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얼마 안 있어 문화재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져 버리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보다 효율적인 문화재 관리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호에는 ‘전라북도 문화재의 관리실태와 보존방안’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현장에서 대학이나 박물관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문화재를 접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았습니다.
주 제: 전북문화재 관리 실태와 방안
일 시: 3월 21일 오후 4시
장 소: 문화저널 사무실
사 회: 홍성덕 전북대박물관 학예사
참가자: 곽장근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
김성주 전북도의원
이승철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이원복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홍성덕 바쁘신데 와주셔서 감사하다. 문화저널이 1987년도에 창간된 잡지인데, 지역에서는 문화정책이나 문화언론으로서는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요 이슈가 있을 때 이런 자리를 만들어 왔다. 오늘은 지역문화재 관련해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간단하게 오늘 참석자들을 소개하자면, 이승철 위원은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으로 일하고 있고, 김성주 의원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전북도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원복 관장은 국립전주박물관 관장으로 도 문화재위원이며 조선시대 회화사 연구가 전문 분야이다. 곽장근 교수는 군산대 교수와 전북문화재연구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오늘은 자유스럽게 전라북도 문화재에 관련된 얘기를 현장에 있는 분,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분 등 다양하게 들어보는 자리다.
오늘 자리는 어떤 정형화된 형식이 정해진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숭례문화재 사건을 계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숭례문 화재 사건을 계기로 국민의 의식이 상당히 변화된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정부의 대운하 정책으로 인해 정부의 문화재 관련된 정책이 퇴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아울러, 우리지역 문화재 현황과 관리 방안까지 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금 실질적인 문제를 짚어보자면, 경기전 개방문제도 짚어봤으면 좋겠다. 경기전이 1995년부터 개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 삼년 전부터 개방을 조금 제한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심심찮게 퍼져나왔다. 그 전에는 천연문화재인 곰솔이 죽는 사건이 있었고, 태조어진이 훼손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들도 함께 해봤으면 좋겠다.
일단 숭례문 화재사건에 대한 소감들을 먼저 말해주시면 좋겠다.
숭례문 화재는 우리사회의 몰역사성이 빚어낸 비극
⊙이원복 2월 10일 날 지인들과 덕수궁 내 현대미술관에 최영림 전시를 관람하고 전주에 돌아와 밤에 숭례문 화재를 뉴스를 통해 접했다. 굉장히 죄송하고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 때문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어떤 기관이나 어떤 책임부서를 논하기 전에, 다 지난 얘기지만 소방청에서도 국보기 때문에 함부로 할 수 없어서 더 조심했던 것 같고 이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진 것 같다. 이번에 국민들에게 어떤 교육이 된 것 같다. 더욱 체계적인 교육의 기회가 있어야겠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 자체의 인식이다. 그 앞에 가서 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향유로서의 문화재만 생각했지 보존의 대상으로서의 문화재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앞으로는 향유의 대상으로서 뿐만 아니라 보존의 대상으로서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도 강화되어야 할 것 같다.
⊙홍성덕 고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역사가로서 이승철 위원의 소감도 남달랐을 것 같다.
⊙이승철- 소중할수록 경건한 마음으로 대해야겠다. 어느 날 경기전에 갔더니 점잖은 귀부인 한분이 들어와서 유심히 보면서 내가 있는 쪽으로 들어오더라. 그러면서 내게 하는 말이 “채씨인데, 내가 채씨 인 것이 부끄럽다”(※ 숭례문 방화범의 성이 채씨임)고 하더라.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이번 화재는 남자가 한을 품으니 문화재가 타더라는 말이 나오더라. 먼저 우리 사회의 안정이 이뤄져야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홍성덕 전라북도는 이번 화재 이후에 펼쳐진 문화재 관리 평가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김성주- 처음에 방송에서 봤을 때는 흔히 있는 화재사고로 생각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국보 1호였기 때문에 쉽게 진화되겠지 여겼다가, 새벽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화재 이후에 사람들의 말에 주목해 봤다. 방화범은 새로 지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문화재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100백년이 넘은 건물에서 아직도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30년만 넘으면 다시 짓는다. 이런 풍토에서 살고 있으니 당연히 문화재에 대한 의식이 낮은 것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했다.
또 하나, 이번 화재에 대한 책임에 대해 중구청은 예산이 없다는 말을 했다. 어느 시골 오지의 지자체도 아닌, 대한민국 수도에 있는 구청에서 예산이 없어 문화재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화재라기보다는 우리사회의 몰역사성이 빚어낸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재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홍성덕 이번 화재가 우리국민의 문화재에 관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말들이 많은데, 후속 조치가 없다면 이마저도 금방 사라져버릴 것 같다.
우리지역의 문화재 관리실태를 보자면, 문화재 관리는 잘해도 본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승철 위원이 지역에 다니다보면, 전라북도에 안타까운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전라북도 문화재의 관리실태는 어떤가. 실제적으로 우리지역의 상황들을 좀 말씀해달라.
⊙이승철- 건강은 본인이 지키는 것이 제일 당연하듯이 문화재도 소유자가 소중히 지켜야한다. 완주군 의회에 이재만 의원이라는 분이 있는데, 이분이 화암사를 가봤다고 하더라. 600년 전 지어진 사찰이다. 그런데 그곳 문화재 관리가 엉망이라도 한탄을 하더라. 문화재는 본인 책임자 소유자가 가장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해야 그것이 순리이기도 하고 남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줄 것이다.
⊙홍성덕 일반적으로 관심이 집중 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는 문화재들인 것 같다. 그런데 숭례문같이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문화재에도 화재가 나는 상황에, 잘 모르는 문화재의 경우에는 그 문제가 더 심각할 것 같다.
⊙김성주- 오히려 국보 같은 경우는 일정한 제도에 따라서 잘 보존되고 관리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보다 비중이 떨어지는 지방문화재 같은 경우는 겉으로만 지정되어 있고 실제로는 문화적인 가치, 보존적 측면, 사람들이 좀 와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면에서는 전혀 구비되어 있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정읍의 김동수 가옥 같은 경우도 흉가처럼 방치되어 있었던 것을 봤다. 상당히 훌륭한 문화재 인데, 사람들이 와서 무엇을 느낄까 우려가 되었다.
학교 다닐 때 백산에 가봤었는데, 그곳은 동학농민운동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관리하고 보존한다고 하면서 그 장소가 갖고 있는 역사성은 살리지 못했더라. 역사성을 생각하지 않은 단순한 보존 관리는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정말 문화재가 문화재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그 문화재가 갖고 있는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가 드러나도록 해야 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별로 없는 것 같아 아쉽다.
⊙이원복- 사찰 문화재의 경우 위험수위가 높다. 예전에 잘 알려진 한 사찰을 국립중앙박물관 미수부에서 조사했던 사진자료를 가지고 30년 후에 다시 재조사를 했더니 반 이상이 없어졌다. 최근 특별전에 출품한 한 사찰 소장 조각이 전시회가 열린 뒤 도난당한 사례도 있다.
이승철 선생님이 소유자 자신이 아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것도 한계가 있다. 국가 차원에서 지켜줘야 하는 구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문화재 보호를 위한 조직적이며 체계적인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 살지 않은 한옥은 폐허가 되는데, 지금 우리 오래된 가옥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실질적으로 문화재를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이 갖고 있는 문화재 중에서 자본주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것들이 많다. 놀랐던 것이 2000년에 고미술 전시에 출품되었던 초상화가 몇 년 후에 잘 알려진 프랑스 박물관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이런 문제들은 한두 예로 그침이 아니니 보다 구체적이고 총체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 문화재위원는 자문기관이지 집행기관이 아니다. 아무리 중요하고 필요한 얘기를 해도 주무부서에서 시행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다만 요즘 시민단체 쪽에서 문화재 관리와 보존에 대한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상황이다. 시민들을 위시해 각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문화재에 관한 관심을 갖고 활동한다면 그리 비관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고인돌이 조경석으로 사용되고 있더라”
⊙곽장근- 전공이 고고학이다. 그래서 매장문화재의 보존실태에 말하고 싶다. 지금 문화재청의 주관에 의해 문화유적분포지도 제작이 거의 완료되고 있다.
매장문화재의 보호 실태 파악을 위해 어제 현장답사를 갔는데, 문화유적제작지도에 표기가 되있는 고인돌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가보니까 조경석으로 사용되고 있더라.
어찌되면 문화유적분포지도 제작은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에 큰 목적을 두고 제작을 했는데도 아직까지 매장문화재에 관한 보존과 관리에는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했다. 다른 문화재도 중요하지만, 매장문화재에 대한 보존 관리 노력 역시 시급하다.
⊙홍성덕 대체적으로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유명한 문화재에 집중되고 지정되지 않거나 덜 알려진 문화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실제로 매장문화재를 포함해서 유형문화재의 유지관리를 위해 소요되는 예산도 막대할 것 같다. 그런데 숭례문 사건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정책적 노력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시민차원에서의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 것 같다.
⊙이승철 경천면에 가보면 누가 봐도 완벽한 고인들인데, 마을회관을 세로 세우면서 비석을 그 고인돌 위에 세웠더라. 깜짝 놀랐다. 물론 그게 문화재로서의 가치와 역사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몰랐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홍성덕 그래서 시민차원의 교육과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이승철 전성교회가 불이난 적이 있다. 교인들이 자기들이 지은 건물이 지으니까 울고불고 난리가 났는데, 지금은 그때 불이 났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 돌아서면 곧 잊어버리면 우리의 타성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홍성덕 돈과 인력이 풍부하다면 어찌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니까 더 필요하고 더 소중한 것이 문화재 관리 인 것 같다. 그래서 교육과 시민운동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물론 이런 차원의 교육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활동을 보면 대개는 유명 문화재에 단순한 해설을 한다는 측면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 같다.
여기에 문화재를 보호하고 감시하고 하는 역할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처음 경기전의 개방 문제를 제기 한 것도 경기전 문화유산해설사들이었다.
어느 정도의 통제는 필요하다
⊙이원복 열 사람이 한명 도독 못 지키고, 어설픈 의사가 사람 생명 뺏는 것처럼, 이번 경기전의 어진를 비롯한 문화재 보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다루어야 다. 표구를 잘못하면 차라리 안하느니 못하다. 그런데, 지나친 열성으로 인해 잘못된 방법으로 문화재를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과학이 발달됐다고 하는 서구도 1970년대 이전에는 퇴색방지라는 것은 몰랐다. 당장은 조명 때문에 문화재가 훼손되는 것이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서서히 훼손되는 것이다. 지금은 모두 퇴색방지용 특수 전구에 될 수 있는 한 어두운 조명을 쓰고 있다.
태조어진이 전주에 와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와서 상설전시를 해서는 안된다. 일년에 한두 번 정도 짧은 기간 전시를 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양질의 복제품으로 전시해야 한다. 경기전에 있는 목제 가마들도 노천 전시는 제고 되어야 한다. 이것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
⊙홍성덕 어진이 돌아오는 것까지만 얘기가 나오고, 갖고 와서는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경기전 개방 문제 같은 경우도 이제는 조금 더 진지하게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 음료수를 갖고 진전 앞에까지 가는 사람도 많다.
⊙김성주 문화재 개방은 필요하다. 그런데 그 개방이라고 하는 것이 무분별하다면 곤란하다. 그래서 제한적 개방을 해야 한다. 숭례문도 개방한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순 없다고 본다. 문제는 개방하고 나서 그냥 방치해 버린 것이다. 문화재가 문화재다운 가치를 발휘하게 하려면, 일정정도의 통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랬을 때 문화재의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다.
⊙홍성덕 어떤 분들은 정장을 입지 않으면 문화재 안에 못 들어가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어떤 분은 안식일을 주자는 분들도 있다.
⊙이승철 옛날 하마비의 목적이 있어서 세웠을 텐데, 지금은 그 목적을 아는 사람이 없다. 이런 것들을 우리들이 알아야 한다. 그랬을 때, 문화재에 대한 경건한 마음도 생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모르고 그냥 심심하다고 해서 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것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홍성덕 진전 안에까지 인라인을 타고 들어가는가 하면, 경기전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아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이승철 심지어는 경기전을 버스정거장과 한옥마을을 오가는 통로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문화재에 인식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자
⊙곽장근 문화유산 해설사는 보존이나 개방과 상관이 없는 분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에서 담당하는 분들이 가장 커다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행정에서 문화재를 관리하는 공무원들이 관련 전문가나 전공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곳에 오면, 한직으로 생각하고 다른 곳으로 갈 생각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는 실질적인 문화재 관리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에도 박물관이 있다. 이런 곳에서도 유적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이곳에 신청해서 다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 문화재 관련 인식은 천지 차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 어린이들이 문화재에 인식을 넓힐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 이렇게 했을 때, 문화재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자연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홍성덕 전문인력 채용은 이런 문제가 나올 때마다 늘 나오는 문제다. 오늘 이 자리에서도 여지없이 나오는데, 문제는 지금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실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년전 인가 문화재청에서 전국의 문화재 지킴이 사업을 한 적이 있는데, 역시 그러한 조직들도 출범은 했는데 활용은 별로 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숭례문 화재 사건도 이런 조직들이 충분이 활용되었다면 예방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식의 전환 이외에도 이런 시스템상의 문제들을 손보지 않는다면, 원천적인 해결은 힘들 것 같다.
대학과 박물관들의 역할도 클 것 같다. 대학에서 한국사 강의들을 하는데, 리포트를 문화재 관리 문제에 대해 써오라고 했다. 그리고 지역을 나눠서 배분을 해주면, 문제점들이 거의 드러난다. 이런 기관들이 정책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커다란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승철 이번 고비만 넘기면 문화재 관리도 향상될 수 있을 것 같다. 한때 예전에는 불국사에가서 부처님을 손으로 만지고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림도 없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 계신 분들의 노력이 곧 결실을 맺을 것 같다.
문화재 관리, 결국 실천의 문제다
⊙홍성덕 사회가 발전하면서 문화재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화재를 관리하기 위해 시민들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시민들의 문화향유권과 행복추구권도 중요하지만, 문화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없이 통제하고 불편함을 감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문화유산이라는 것이 우리 것이 아니고 미래의 후손들에게 넘겨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열심히 관리해도 해도 세월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퇴색되기도 하고 변질되기도 한다. 그래서 문화재의 철저한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오늘 대체적인 주제들이 행정적인 측면에서의 전문가의 확보와 예산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올해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인해 거의 모든 예산이 방염처리에 몰릴 것 같은데, 사실은 문화재에 해가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문화재 관리 하는 쪽에서는 반대하기도 하는 것 같다. 역시나 전문가들이 담당해야 하는 어려운 영역인 것 같다. 전문가에게 한번만 물어봤으면 그렇게 안했을 텐데 했을 부분이 전주에도 여러 건 있다.
전라북도에서는 문화재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문화재 보존 관리에 대한 시민들의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이것을 위해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현재에도 문화유산해설사라던가 박물관대학들도 있고, 그 다음에 각종 답사프로그램, 시민강좌 등이 있기 때문에 이것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다만, 교육의 방향성 정도만 매뉴얼화 해서 보급하면 될 것 같다.
정책에 반영되지 않은 대안과 아이디어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 이것을 위해 각 기관과 대학 들간의 정책 네트워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사실은 이런 측면에서 전라북도는 좋은 기회를 맞이한 것 같다. 전라북도 민속의 해가 올해다. 박물관 전체를 아울러서 추진하는 행사다. 또 박물관 협의체가 만들어지고 해서해야 할 일들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이 있다면,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실천적으로 극복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이승철 저 임피에 가면 ‘기와집’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7칸 한옥이다. 시골에서는 꽤 큰집이다. 거기에 추사글씨가 여러 장 있다. 그 기와집이 바로 음식점을 해놓고는, 가스를 때고 불을 때고 술을 먹는다. 옛날 선비흉내내기는 좋은데, 문화재 관리 측면에서 보자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사유재산이라 뭐라고 하지는 못한다. 이게 문화재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현 모습이다. 이게 바로 우리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원복 문화재 관리는 아무리 지나쳐도 지나치지 않는 부분이고, 우리지역은 이런 부분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관심과 인식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곽장근 사실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은, 문화재 지정의 활성화 방안이 모색이 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지정문화재 같은 경우는 최소한의 보존의 손이 미치고 있다. 하지만, 비지정 문화재는 전혀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정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가 적지 않다. 왜 지정되고 있지 못하고 있냐하면, 행정서류가 너무 까다롭기 때문이다.
문화재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토지소유자에게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를 지정받기 위해서는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되는데,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누가 동의서를 써주겠는가. 행정적인 차원에서의 개선이 필요하다.
남원에 가야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왕릉들이 있다. 거대한 고분 50여 개가 무리를 지어 있다. 그런데, 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하고 처참하게 내버려져 있다. 문화재 지정을 받지 못해 그곳 토지소유자가 봉분을 깎아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지정 문화재기 때문이다.
고분이 잘못 태어난 것 같아 안타깝다. 조금만 더 동쪽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훌륭한 문화재로 대접을 받았을 것인가.
장수에 가면, 그 만한 고분이 100여기가 있다. 이런 것들은 전라북도에서 정말 소중히 관리해서 후손들에게 넘겨줘야 하는 것들이다. 하루라도 빨리 문화재 지정을 할 수 있는 활성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김성주 역시 문화 쪽은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게 중요하다. 단지, 거버넌스에서 행정이 자기들이 해야 할 역할을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번 숭례문 화재 사건에서 나왔던 모금운동도 자기들의 과실을 시민들에게 떠넘기려는 시도였다. 필요할 때는 민간을 끌여들이고, 중요한 거 결정할 때는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정해버리는, 그리고 책임져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에는 자기들은 빠져버리고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이런 잘못된 거버넌스는 없어야겠다.
중요한 것은 민간의 네트워크에 힘으로 거버넌스를 시도할 필요가 있고, 여기에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홍성덕 오늘 전라북도 문화재 실태와 효율적인 관리방안들에 대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좋은 말씀 많이 들었다. 역시 다른 부분에서도 늘 느끼는 것이지만, 문화재 관리도 실천의 문제인 것 같다. 오늘 나온 고민들도 실천의 영역으로 옮길 수 있게 해야겠다.
오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나 고민들을 모아놓고 보니까, 굉장히 좋은 정책들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전북이 갖고 있는 문화정책 그리고 문화적 역량들이 문화적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효율적으로 지키고 보존해 나갈 때 향후에 우리 후손들은 더 나은 정책, 더 나은 삶들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바쁘신데, 시간들 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