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4 |
[문화칼럼] 유인촌 장관의 막말을 보면서
관리자(2008-04-18 15:26:32)
완장의 말로 - 윤찬영ㅣ전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문화를 상품으로 구입하는 데 인색한 일반 대중들의 성향을 놓고 볼 때, 돈 되는 문화상품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문화시장의 양극화는 필연적이다. 그러므로 문화예술을 그저 시장의 논리에 맡겨 놓으면 대부분은 고사하고 만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상품화되지 못하는 문화예술을 적극 지원해주는 것이다.
부자 연기자인 유인촌 장관이 청문회에서 읍소하며 몸을 낮추더니, 장관이 되자마자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들의 퇴진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둘째 아들 용식이로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유인촌씨가 장관이 되더니 갑자기 막말을 하며 칼을 휘두르는 완장 찬 모습으로 태도가 돌변하였다. 야당의 고소, 고발이 이어지자, 지난 20일 국립민속박물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여러가지로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한 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유인촌 장관은 연예인 중에서도 비교적 품위있는 사회적 태도를 보여 왔다. 환경운동단체에도 참여해 왔다. 재산이 많은 것 빼 놓고는 이명박 정부 각료 중에서 그래도 얘기가 될 만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청문회를 통과하고 나서 보여 준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장관직은 연기로 하는 것이 아닐 텐데, 도무지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문화를 전혀 모르거나 무시하는 문화부장관의 모습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저 오만방자할 뿐이다. 인수위원회와 장관 청문회를 통해서 보여준 새 정부 인사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유유상종!
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을 나가라고 호통을 친 것은 정책이 다르기 때문일까? 이렇다 할 정책이 아직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모르긴 해도 실용정부에서 문화정책 역시 실용적 입장을 띨 것 같다. 쉽게 말해서 문화산업이니 뭐니 해서 돈 되는 문화 또는 문화를 돈의 입장에서 재단하는 정책들이 쏟아질 것이다. 이것이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장관의 코드에 맞을 것이다.
문화를 보는 입장에 따라 순수하게 문화 자체를 접근하는 부류와 문화산업으로 접근하는 부류가 있을 것이다. 철저하게 양자의 입장을 추구하는 분들은 다른 쪽의 입장을 수용하기가 어렵겠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 모두 균형있게 존립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실제로도 그래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문화는 그 자체가 가치있는 존재이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문화가 자리잡도록 공공의 재원을 들여서라도 문화를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산업화가 가능한 것은 최대한 산업화하여 돈벌이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순수하게 문화를 접근하는 사람에게는 그 자존심과 향유 자체를 존중해주는 정책이 필요하고, 산업적 접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성공할 수 있도록 지지해줘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공존의 법칙을 인정하지 않고, 돈이 되는 문화만 가치있는 문화로 인정한다든지, 순수한 문화만을 문화로 규정하는 태도이다. 정부는 스스로 산업화할 수 있는 여건이나 의지가 없는 문화를 육성해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돈을 추구하는 문화는 스스로 시장의 원리대로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문화산업을 주도하면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게 되는 것이다.
유인촌 장관이 청문회 때, 140 억대의 재산에 대해서 국회의원들이 공격적으로 질의하자 배용준을 보라고 한 점을 주목해보면, 유 장관의 시각이 어느 정도 예상된다. 대다수 가난한 문화예술인은 별로 안중에 없고, 자기 자신을 상품화하여 큰 돈을 번 유능한(?) 문화예술인만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물론, 문화예술인들도 돈을 잘 벌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문화예술활동에 전념하면서 돈도 충분히 번다면 좋지 않을까? 물론 배고픔의 예술과 미학을 추구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못 마땅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경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문화예술인의 다수는 돈과 거리가 멀다.
또한 문화를 상품으로 구입하는 데 인색한 일반 대중들의 성향을 놓고 볼 때, 돈 되는 문화상품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문화시장의 양극화는 필연적이다. 그러므로 문화예술을 그저 시장의 논리에 맡겨 놓으면 대부분은 고사하고 만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상품화되지 못하는 문화예술을 적극 지원해주는 것이다.
유인촌 장관이 언제까지 장관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의 총선 성적이 미흡하면, 아마도 인수위원이나 내각 중에서 언론의 포화를 받았던 인사들이 총알받이로 정리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실용정부에서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문화나 장관은 알아서 물러가는 게 순리일 것이다. 문화부장관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지, 청와대 대변인처럼 행세하는 것은 반(反)문화적이다. 역사적으로 완장의 말로가 좋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