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4 |
[최승범 시인의 풍미기행] 통영 볼락구이의 삼삼한 맛
관리자(2008-04-18 15:25:46)
미식가가 못된 잡식가로서는 처음 대하는 먹거리이면 먼저 눈앞부터 환해지기 마련이다. 이번 통영(統營)길에서의 -볼락도 그 하나였다.
‘고하문예관’의 문우들과 봄나들이로 통영을 택한 것은 3월 하순의 일이었다. 저곳의 김보한 시인의 안내로 점심시간에 찾아든 식당은 「통영자연회타운」(통영시 도남동 201-20, 전화 055-646-3553), 미륵도의 유람선 터미널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꽤나 큰 식당이다. 김 시인이 예약하였던 관계로 일행 30명은 곧바로 자리에 앉게 되었다. 상차림이 깔끔하다. 주문한 식단은, -도다리쑥국이었다. 통영의 봄철 음식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초정 김상옥 시비」 제막식에 참석한 길, 처음으로 즐긴 도다리쑥국 맛의 황홀미에 저때에도 ‘풍미기행’의 한 꼭지로 추켜든 바 있었다.
이번엔 본 식단이 나오기 전, ‘볼락’이 눈길을 이끈다.
‘이 고기의 이름은 뭐지요’
김 시인은 ‘뽈락, 통영의 명물이라’는 대답이다. 이름부터가 처음 듣는 이름이다. ‘뽈락’은 이 지방의 토박이 말인 것 같다. 표준 국어사전에는 ‘볼락’으로 나와 있다.
몇 종 사전과 어류도감(魚類圖鑑)을 찾아보았다. 그 이름도 한자어로는 보락(甫絡)·발락어(發落魚)·박순어(薄盾魚) 등이 전한다. 우리나라 동남해와 일본의 연해에 분포되어 있는 바닷물고기로 일본어로는 ‘메바루’(目張)로 불리 우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메바루’의 이름이 재미있다. 끝이 뾰족한 주둥이의 양쪽에 불거져 있는 눈이 큰 것으로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말 ‘볼락’도 두 눈이 불거져 있는 것으로 하여 얻어진 이름이 아닌가 싶다.
‘볼락은 구이로만 먹습니까’
도다리쑥국을 내온 도우미에게 묻자,
‘아니다’
의 대답이었다. 회로도 먹고, 매운탕으로도 먹고, 젓을 담아 먹기도 한다는 것이다. 큰 것은 횟감으로 사용하고, 보통 크기의 것[20cm]은 일반적으로 소금구이를 하여 쓴다고 했다.
김 시인이 거든다.
‘통영 볼락은 지금이 제철이다. 특히 통영 앞바다는 난류 한류가 마주치는 곳이어서 일반적으로 바닷물고기들의 맛이 좋다. 볼락의 산란기는 2~3월이고 그 새끼는 난생(卵生)이 아닌 태생(胎生)이다. 한 마리 에미의 무색투명한 점액(粘液)에서 태어난 새끼는 10만 마리에 이른다. 일간죽(一竿竹) 낚시꾼에겐 지극히 귀염 받는 고기다’
고 했다.
나는 도다리쑥국 보다도 볼락에 마음이 쏠렸다. 내 몫의 한 마리를 통째로 앞접시에 옮겨 놓고 저분질을 시작했다. 살점이 잘 발가진다. 입안에 넣자 삼삼한 맛이 훌쩍 안긴다. 입안에서의 살점 맛도 볼락볼락 부풀어 오르는 맛이다. 생선 비린내는 전혀 느낄 수 없다. 국숟갈 밥숟갈을 떠 넣을 새도 없이 한 마리를 다 발려 먹었다.
다만 머리 부분은 그대로 남겨 놓기로 했다. 뜬채로 있는 큰 눈과 그 눈어리의 서느러운 빛을 입안에 넣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구이가 식어서 약간 굳어져 있는 것이었다. 볼락구이는 구워내면서 먹어야 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겠거니 싶었다. 술안주로서의 즉석 볼락구이의 맛은 뒷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