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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3 |
[서평] 사람의 길
관리자(2008-03-26 19:28:34)
사람의 길 - 도법스님 생명평화 순례기 세상에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나는 여러모로 단수가 낮아도 한 참 낮은 사람이다. 단수를 따지자면 말석도 어려운 사람인데, 도법 스님의 탁발순례 이야기를 다룬 책을 소개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문화저널도 용감하고, 그것을 쓰겠다고 나선 나도 용감하다. 무지한 사람이 용감하기까지 하니 이종민 선생님 말씀대로 큰일이다. 도력 높은 스님의 이야기를 어떻게 쓸 것인지 이만저만 스트레스가 아니다. 숭례문 화재로 나라 여기저기서 된 신음 소리가 들린다. 초기진화 부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문화재청과 서울시, 개방을 한 이명박 대통령 등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모두 맞는 말이다. 개방이전의 숭례문은 사람들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했다. 자동차 매연 속에 문화재를 가두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개방 정책에 찬성했다. 그런데 이렇게 불타버린 600년 역사의 숭례문을 보자니 꼭 내가 역사의 죄인이 된 느낌이다. 그래도 문화재를 단순히 보존만 하려는 생각은 못마땅하다. 600년 숭례문 역사에서 소실 위험은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많은 위험 속에서도 숭례문이 그 자태를 자랑했던 것은 그것을 없애버리려는 힘보다 지켜야 한다는 힘이 1%라도 더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21세기 최첨단의 시대에 그것은 화재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은 우리 시대가 숭례문을 지키려는 힘보다는 그까짓 것 없어도 된다거나, 그것을 지키기 위해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 보다는 다른데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마음들이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보다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숭례문 화재는 이런 마음이 세상에 가득 찼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돈과 일등이 최고요, 경제성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포기할 수 있다는 만인의 굳은 연대. 이것이 나는 숭례문을 태웠다고 생각한다. 도법과 그 일행은 이런 세상에 입맞춤을 했다. 가슴 깊은 사랑과 애정을 담아 너와 내가, 그리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어 사는 세상을 염원하며 걷고 또 걸었다. 숭례문 화재로 된 신음이 이어지는 두 번째 이유는 인간의 힘이 얼마나 무력한 가를 확인시켰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재가 발생하고, 5시간이 넘는 동안 세계10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은 이렇다 할 방안을 찾지 못했다. 아무리 물과 소화 재를 뿌렸지만, 600년 전에 선조들의 기술을 깨트리지 못했다. 그리고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안방에서 지켜보았다. 세상을 지배하고, 만물의 영장이라며 목에 힘주던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러니 열 받지 않을 사람이 없으며, 여기에 대통령은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고 하니 그 무력감에 기름을 부었다. 그래서 도법과 일행들은 온 나라를 걸었는지 모른다. 세상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인간의 오만과 자만을 일깨우고, 수많은 생명과 자연, 인간이 연결되어 나 아닌 것이 없으며, 나와 남이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自他不一不二) 라는 마음으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나만 있고, 너는 없거나, 나 아닌 남은 모두가 나를 위해 존재하거나, 내게 도움이 안 되면 필요 없는 존재로 인식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2004년 3월 1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도법의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기록한 책이 『사람의길』이다. 신문사 기자 출신에 동화집도 발간한 김택근이 동행하면서 낸 것이다. 추천사를 쓴 김민해 목사는 “부디 이 책에서 도법만 보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 책은 도법의 순례를 기록한 것이라기보다는 돈에, 남들보다 더 벌겠다는 사람의 마음에,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니라 이겨야 한다는 마음에 실금이 생기게 만든 책이다. 도법의 탁발순례는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평화가 되자’라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그 평화의 등불 한 사람과 한 생명을 찾아 나서는 길이다. 지구의 모든 생명이 함께 사는 길을 찾아서 말이다. 탁발은 자칫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만의 특권으로 비치기도 한다. 길을 걸으며 밥과 잠자리, 심지어 격려와 비난까지도 빌어먹는 것이 탁발(托鉢)순례다. 그래서 그것은 자연스럽게 무거운 것(욕심)을 내려놓고 걷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얻고자 했던 돈과 지위, 명예, 남보다 잘 살기 위해, 남보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가기위해, 가족과 이웃, 그리고 지구의 나머지 생명들을 버렸던 그 욕심을 버리는 것에서 출발했다. “전답을 물려준 아버지 무덤에서 1인 시위라도 해야 겠다” 는 농민에게 도법은 농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부자와 일등을 향해 멈출 줄 모르고 날아가는 도시인들은 이미 포기했는지, 도법은 그 대열의 후미에서 우리도 사람답게 살자며 목소리 높여 외치는 농민에게 당신네도 똑같다. 농심, 농업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자고 말한다. 그 이야기가 농민의 귀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음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말이다. 그것을 이해하는 길은 독자 여러분의 작은 수고로움을 필요로 한다. 도력 높은 스님의 책이라 부담되거나 어려울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또, 삶의 방향이 나와 아주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고 지레 포기할 것도 없다. 삶을 보다 행복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삶의 철학과 방향이며, 삶의 지표로 삼을 만한 글들이 많아 읽는 내내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책이다. 최두현/ 전남 순천출생이며, 전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전북시민운동연합 정책실장과 지방분권전북본부 사무처장을 역임했고, 전북환경운동연합 녹색도시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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