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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3 |
[김환표의 매체비평] 재태크 프로그램의 진화를 위해
관리자(2008-03-26 19:25:57)
재태크 프로그램의 진화를 위해 김환표ㅣ전북민언련 사무국장 요즘 텔레비전 재밌죠? 하지만, 재밌는 텔레비전이 때로는 우리에게 잘못된 가치관을 퍼트리는 무서운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전북민언련의 김환표 사무국장이 매체비평 연재를 시작합니다. 무심코 보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인식을 지배할 가치관을 은밀히 퍼트리고 있는 대중매체의 프로그램 비평입니다. 1997년의 외환위기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심화되고 있는 경기 양극화는 한국인들로 하여금 ‘돈’을 최고의 가치이자, 선으로 여기는 풍토를 낳았다. 부실한 사회 안전망과 지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서 한국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부자가 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다. 오늘날 부자 되기는 한국인의 시대정신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출판계에선 재테크 관련 서적과 자기 계발서가 베스트셀러를 주도하고 있다. 심지어 각 연령대에 맞는 재테크 방법이 따로 있다며, 각 세대를 겨냥한 ‘세대 마케팅’마저 이루어지고 있다. 백화점 문화센터 역시 재테크 프로그램 강좌를 개설해 큰 호응을 얻으며 부자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TV에서도 재테크 프로그램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KBS ‘경제 비타민’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경제야 놀자’가 현재 방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재테크 프로그램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각각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망 1위, 누구나 돈 걱정 없는 부자 되기”(경제비타민),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내 돈 지키기! 경제와 놀면 돈이 보입니다.”(경제야 놀자)를 표방하며 전국민 부자 만들기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재테크 프로그램이 평범한 소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골머리를 앓아 보았을 경제 문제를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형식을 빌어 가정에서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은 박수 쳐 줄만하다. 그럼에도 이 두 프로그램은 ‘경제’를 ‘돈’으로 환원시키고, 연예인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며, 서민들의 현실과 유리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짜증을 불러일으킨다는 공통적인 오류를 번하고 있다. 때론 투기인지, 투자인지 불분명한 방식을 통해 재산을 불린 이야기마저 여과없이 방송되기도 한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알뜰살뜰하게 모은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재테크 프로그램이 통장 잔고는 물론이고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좀 더 욕심을 부리면 어떨까 싶다. 돈을 모으는 데 성공한 연예인만 게스트로 초대할 게 아니라, 힘들게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다시 환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금상첨화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경제비타민에 출연했던 가수 김장훈 편은 재테크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잘 보여주었다 할 것이다. 기부 문화의 토양이 척박한 현실에서 재테크 프로그램이 재테크에 필요한 실용적 정보와 함께 기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결합한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오락성과 공익성이라는 두 마리를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환표ㅣ전북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인물과 사상> 편집부에서 근무했습니다. 저서로는 『쌀밥 전쟁』과 『스캔들에 갇힌 영혼』이 있고, 공저로 『희생양과 죄의식』, 『베스트셀러와 작가들』, 『남성의 광기를 잠재운 여성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전북민언련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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