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3 |
[초록이 넘치는 生生 삶 만들기] 피부미인의 비결
관리자(2008-03-26 19:25:33)
피부미인의 비결 -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그녀는 예뻤다
지난해 12월, 사업 정리하느라 어수선하고 우중충한 사무실에 화사한 낮 꽃을 가진 예쁜 아가씨가 찾아왔다. 대학을 갓 졸업한 평범한 취업 준비생인 정아람(24)씨였다. 환경운동을 하고 싶은데 한 일 년 정도 이곳에서 자원 활동을 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소신을 갖고 자발적으로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 상황에서 웬 호박이 덩굴 채 굴러들어 왔다 싶어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렵고 고달픈 시민운동가의 길을 당신이 할 수 있겠느냐,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를 물으며 긴장하게 했다. 몇 차례의 면담과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통해 자원활동가로 받아들였고, 서해안 기름제거 활동 실무자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환경운동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해서 자기계발과 문화생활을 영위하면서 행복한 삶을 꿈꾸던 그녀의 인생 진로를 바꾸어 놓은 것은 바로 화장품을 다룬 한권의 책 『맨얼굴 미인』(후나세 순스케)이었다고 한다.
피부 트러블을 고민했고 뭐 좋은 방법이 없나 해서 고민하던 중 ‘맨 얼굴의 미인이라니 피부관리 비법이 있나’ 싶어 구입했다고 한다.
계면활성제, 방부제, 산화방지제, 타르계 색소 등 값비싼 화장품이 독성 많은 화학물질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순진한 아가씨를 충격에 빠뜨렸다.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아름다움을 상품화는 시장으로, 환경과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농사를 짓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은 성별과 나이를 넘어 모든 사람의 공통된 소망이다. 최근엔 여성은 물론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기초적인 메이크업과 파운데이션류를 가미한 로션을 사용하는 것이 유행할 정도다. 얼굴이 새까만 필자도 아내에게 컬러 로션을 선물 받아 가끔 사용한다.
한 다국적 화장품 회사의 시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들의 화장품 사용량은 단연 세계 1위라고 한다. 우리 여성의 91.4퍼센트가 기초화장을 포함한 화장을 하고 있으며, 성인 여성은 비누, 샴푸 등 세안 용품을 포함해 아침에 12.9개, 저녁에 6.47개로 약 20여개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6조원에 이른다.
낮 시간은 물론 피부 보습제나 아이크림, 로션 등 잠자리에서까지 24시간 내내 화장품을 바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수하고 바르고, 외출 전에 바르고, 외출 후에 고치고, 집에 들어와 다시 화장품으로 화장을 지운다. 이렇게 일생을 함께하는 화장품을 사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함이나 꺼림칙함을 느끼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화장품과 이별하지 못하고 있다. 화장하는 나이도 많이 낮아졌다. 화장품 회사들은 전지현과 하지원, 이효리를 비롯한 예쁜 연예인들 내세워 맑고, 탱탱하고, 순수함을 간직한 ‘피부는 권력이다’ 라며 10대를 화장품 시장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시장의 경우 화장품과 향수 판매 시장의 20%를 십대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99.9 화장품의 비밀 ?
바디샴푸니 바디로션이니 하는 몸에 바르는 화장품의 과다 사용은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다. 화장품의 99.9%가 화학 물질이다 보니 화학물질 남용으로 인한 환경문제나 과다한 물의 사용으로 물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과대 포장 용기는 쓰레기 문제를 일으킨다.
특히 화장품의 인체독성도 심각하다. 화장품의 지방 성분이 산화(냄새와 변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산화방지제와 살균제는 가려움증이나 알러지를 일으킨다. 또한 화장품에 사용되는 4,000여 종의 값싼 합성염료는 피부에 자극을 주어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물과 기름을 섞어 크림 상태를 만드는 계면활성제는 피부에 지방을 앗아가는 얼굴을 거칠게 하거나 습진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자칫 몸속으로 들어갈 경우 간장 장애를 일으킬 수 도 있다.
화장품의 색소도 발암물질이나 환경호르몬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타르계 색소다. 수은, 납, 크롬 같은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는 안료도 문제다. 그림물감이나 크레파스의 원료로 쓰이는 안료는 얼굴의 부작용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매우 위험하다.
또한 대부분의 화장품은 화학적 변화로 인해 제품이 부패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방부제가 사용되는데 식품첨가물로는 금지되어 있는 살리실산, 페놀, 크레졸 등 발암성 물질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프탈레이트처럼 호르몬이나 면역 및 신경체계 교란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물질도 사용되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을 쓰면 될까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나을까 해서 비싼 돈을 주고 기능성 화장품을 사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겨우 0.05퍼센트 정도의 천연성분을 배합하고 가격을 올려 받는 것도 문제지만, 효모 등 인체 영향이 검증되지 않은 재료의 사용도 문제다.
피부 속에서 광고만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고가의 미백화장품에서 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중금속 성분인 수은과 납이 검출된 적도 있다. 안면홍조, 시력약화를 유발하는 히드로퀴논은 멜라닌을 없애기 위해 지금도 미백화장품에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아름답고 건강한 화장품 사용 방법은?
요즘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 등에서 천연화장품 강좌가 자주 열린다. 한 번 들으면 스킨, 로션, 썬크림, 립밤, 비누, 샴푸비누 등 기본적인 것을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다. 나만의 향기와 아름다움을 빛내줄 소재를 자연에서 찾는다면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돋보이지 않을까? 꽃, 나무, 열매에서 재료를 얻은 ‘천연 화장품’ ‘유기농화장품’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생협 매장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기초적인 생활용품은 리필용을 사는 센스와 용기도 가능하면 유리용기에 들어있는 제품을 사용하면 좋겠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봄이다. 정아람씨가 책을 통해 얻은 결론은 ‘깨끗한 피부의 비결은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햇빛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이다. 자신의 몸과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환경을 생각하는 당당한 ‘맨얼굴미인’의 대열에 선 그녀는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