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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 | [문화저널]
[나를 키운 세상의 노래]┃릴레이 연재 세상 보는 지혜 키워준 '예수'라는 사나이
이광철 개혁국민정당 집행위원(2003-04-18 17:19:13)
나의 아버지가 목사였기 때문에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예수를 믿었고, 교회에서 나고 자랐다. 초·중·고시절에는 목사아들답게 대중기도도 잘했으며 학생회 헌신예배 때는 설교도 제법 잘했다고 칭찬도 받았다. 심지어 새벽의 토끼가 눈비비던 그 시간에 쏟아지는 잠을 억지로 참으며 새벽기도에 나가는 독실한(?) 신앙을 자랑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교회와 교인들이 위선에 찬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세상밖의 예수를 모르는 사람들이 거룩한 교인들 보다 더더욱 진실 되게 다가왔다. 입으로는 사랑을 외치면서 세상의 고통을 함께 하지 못하고 외형의 치장에만 매달려 있는 교회와 교인의 불신을 넘어서 그들이 믿는 하나님에 대한 불신이 깊어갔던 시절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될 때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은 무엇을 하고 계셨는가? 세계 곳곳에서 굶주리고 병들어서 죽어 가는 어린아이들의 신음소리를 애써 외면하는 하나님의 그 깊은 뜻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하나님, 억울하고 가엾은 사람들의 원망과 고통의 그 피맺힌 절규를 외면하는 귀먹어리 하나님, 권세를 가진자들의 폭력과 살인 그리고 잔혹한 전쟁 앞에 애써 눈감아버리는 하나님을 조소하고 있을 때에 한 권의 책을 만난다. 1983년 사방이 막힌 채 한 평도 못되는 0.75평의 감옥에서 있을 때이다. 후배와 함께 의식화 학습을 했다하여 전주보안대 지하실에서 신나게 얻어터지면서 고생하다 송치되어 국가보안법 위반죄라 하여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전주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을 때이다. 영치되어 온 책 중의 한권이었던 ‘예수라는 사나이’(저자: 田川建三, 다가와 역자: 김명식, 한울림출판사) 는 책제목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역설적 반항아의 생과 사'라는 부제가 더욱 호기심을 끌었다. 저자인 다가와가 말하기를 '예수는 그리스도교의 선구자가 아니라 역사의 선구자이다. 그는 역설적 반항아였다. 권력은 시대를 거부한 그를 살해하여 그의 흔적을 말살하려 했다. 그것이 불가능해지자 이번에는 그를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사랑과 진리라는 보편적 가치만을 가르치는 굴종의 우상으로 내세워야 했고 그리하여 예수는 두 번 살해되었다'는 것이다. 저자 다가와는 이 책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교회와 서구의 부르조아 신학자들을 이러한 범죄행위에 가담한 공모자로 규정하고, 당시의 상황을 사실에 가장 가깝게 설정하여 그가 살해당한 이유를 치밀한 논리의 놀라운 상상력, 뛰어난 역사감각으로 이를 명쾌하게 재해석하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연구할 때 우선 무엇보다도 사실(史實)에 입각한 사실(事實)에 염두에 두고 이의 발굴과 객관적이 평가에 힘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역사는 허구화되어 특정의 이념이나 계급의 도구로 될 가능성이 크며, 지나간 수천년 동안의 인간 역사는 이러한 경향을 입증해 주기에 충분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 다가와는 2천년 전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일어난 일련의 중대한 사건들에 대한 이해와 바른 해석을 위해 당시의 사회, 정치, 문화적 배경을 소상히 밝히고 있으며 복음서 저자들의 성향과 처지에 대해서도 분석하여 복음서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재해석을 하고 있다. 좋은 주장이나 명언도, 노래와 시도 그 시대적 배경을 이해할 때만이 더더욱 살아 움직이는 노래요 시가 될 뿐만 아니라 그 뜻도 제대로 헤아릴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시절 그저 흥얼거리며 불렀던 '감격시대'라는 트롯트 풍의 흘러간 가요가 있다. 거리는 부른다. 환희에 빛나는 숨쉬는 거리다. 미풍은 속삭인다. 불타는 눈동자 불러라 불러라 불러라 불러라 거리의 사랑아 휘파람 불며가자. 내일의 청춘아 트롯트 풍이지만 경쾌하고 가사를 보면 알 듯이 뭔가 새시대가 도래하는 신나는 노래다. 이 노래는 1939년 발표된 노래다. 일제의 강점기 때로 1937년 중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에서 황국식민화 정책을 더더욱 강화하고 2차대전의 병참기지로서 억압과 수탈이 극에 달한 시절이다. 1938년 일제는 "국가총동원법"을 발령하여 있는 자원을 모조리 쓸어가고 있던 시절이다. 놋그릇, 수저, 심지어 오강까지 빼앗아 가던 시절이다. 일제의 압박과 수탈에 더 이상 살 수 없어 정든 땅과 고향을 버리고 미지의 황량한 땅 만주벌판으로 떠나가던 피맺힌 시절이다. 죽음보다 더 힘든 시절이었다. 이 시절을 감격의 시대라고 노래를 부르는 자는 과연 조선사람인가? 일본놈인가? 이 노래의 시대적 상황을 알게 되면서 이 노래가 얼마나 추악한 노래인지, 이 노래가 얼마나 부끄러운 노래인지를 알게 되었고 그 날 그 이후론 입에 올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친일의 문화예술인들의 정도가 어떠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 시대적 상황을 알아야 그 노래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듯이 2천년전 팔레스타인 지역의 예수라는 사나이가 왜?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야만 했는지, 그가 이루고자 했던 세상은 어떠한 세상이었는지, 그가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와 삶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성서에 나오는 예수의 그 많은 비유가 새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예수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낭송하는 구절이 '왼쪽 뺨을 때리면 오른 쪽 뺨까지 대줘라' 는 비유이다. 그러나 저자 다가와는 이 비유도 강자가 뺨을 때릴 경우와 약자가 뺨을 때릴 경우의 예를 들면서 당시 예수의 가르침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새삼스럽게 생각나게 하고 있으며, 가진 자가 가하는 폭력에 결국 오른 쪽 뺨마저 내놓을 수밖에 없는 그 시대 민중들의 삶의 처지를 대변하는 역설적 비유를 해설하는 그 장면에 가서는 나는 역사를 보는 눈과 세상의 지혜를 분별할 수 있는 눈을 뜨게 되었다. 더더욱 이 책을 통해 2천년전의 고뇌하는 젊은 청년 나자렛 예수를 구체적으로 만질 수 있었고, 그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만남을 가질 수 있었기에 지금도 그 감동이 생생하다 오늘도 생각한다. 이 땅에 예수가 온다면 그는 어떠한 삶을 살 것인지를… 그리고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이광철|1980년 5월 계엄법위반으로 구속되면서 전북대에서 제적됐다. 이후 1982년 고문조작에 의한 좌경의식화사건 구국전위조작간첩단 사건 등으로 구속되는 등 한국 민주화 운동 선봉에 서왔다. 민통련 지역운동협의회대표·시민행동 21 대표·전북민주시민사회운동 단체협의회 대표 등을 지냈으며 지금은 개혁국민정당 집행위원, 전북 실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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