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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3 |
[최효준의 숨쉬는 미술이야기] ‘미술’이 무엇이길래…
관리자(2008-03-26 19:23:05)
이번호부터 전북도립미술관 최효준 관장이 ‘숨 쉬는 미술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국내 굴지 기업의 비리 사건과 얽혀 있거나 혹은 떠오르고 있는 재테크의 수단으로 관심을 받는 등 미술 작품 본래의 가치와는 조금 동떨어진 이유이긴 하지만, 요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미술은 과연 무엇일까요? 미술이 과연 무엇이 길래 신문지 한 장 크기의 회화작품 하나에 ‘가장 고귀한 인간의 가치와 가장 즉물적인 유물적 가치가 상승적으로 또는 상승적으로 치열하게 얽혀 있는 것’일까요? ‘최효준의 숨 쉬는 미술이야기’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온 미술이야기,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을 기다립니다. 도대체 미술이란 무엇인가? 미술이 무엇이길래 신문지 한 장 펼쳐 놓은 것보다 한 면이 조금 더 긴 약 4cm 두께의 평면 회화 한 점에 고가 아파트 십여 채에 맞먹는 가치를 담을 수 있으며 그 가치가 시간이 흐르며 크게 춤출 수 있는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해온 미술의 기능은 무엇인가? 최근에 미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크게 키우는 사건이 있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이라는 미국 팝아트 작가의 그리 크지 않은(97cm x 97cm) 작품 한점이 수년 전 물경 87억원에 구입되어 국내에 반입되었는데 그것을 삼성 일가에서 구입했다는 심증이 불거진 사건이다. 삼성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되어 당분간 뉴스의 한 복판에 버티고 있을, 그저 만화의 한 장면을 확대한 이 <행복한 눈물>이라는 야릇한 제목을 가진 그림의 상상을 초월하는 시장 가치를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흥미로운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은 이들이 더 이상 놀라워하거나 분개하거나 탄식하지 않고 그런 현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술품 거래에 따른 양도소득세의 부과도 장기간 유보된 상태이며 통상적으로 무자료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재 미술계의 관행 상,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미술품이 투자, 투기, 상속, 증여 등 면에서 훌륭한(?) 가치 증식 또는 가치 보전 또는 가치 은닉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 사건을 통하여 확연히 깨닫거나 모종의 구상을 그려 본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올 봄 베니스 비엔날레를 필두로 유럽 대륙을 북상하며 순차적으로 개막된 일련의 국제 미술행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세계의 미술 시장은 전례 없는 활황세를 구가하고 있다.(필자의 글, 문화저널 2007년 8월호 ‘바젤아트페어참관기’ 참조)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아시아의 미술 시장도 과열 양상을 보이고 국내에서도 여러 경제적 여건 변화와 맞물려 수도권 미술시장은 미증유의 호황세를 보였다. 최근 삼성 사건으로 기관 수집가들이 완전히 얼어붙었다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높아진 대중들의 관심과 그들의 꾸준하며 조심스런 움직임은 예전 같지 않으며 예사롭지 않다. <행복한 눈물> 관련 어느 블로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다. “.......그러면 위와 같은 경로를 거쳐서 공개된 이 그림의 가치는 많이 하락했을까?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오히려 그림의 희소가치가 더 올랐다는 것이다. <행복한 눈물>을 신문지면과 방송화면에서 접한 일반대중들 안에 ‘나도 저런 그림을 소유했으면...’ 하는 역심리를 부추기며 그림의 가치가 한껏 상승되었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사실 전문가들은 1964년 제작되었고 2002년 경매를 통해 낙찰된 이 그림의 현재 가치가 불과 6년 만에 당시 낙찰가 716만 불의 두 배에 가까운 1천만 불에 이르렀다고도 하고 세배에 근접하는 200억원에 이르렀다고도 한다. 일반 대중들로서는 전대미문인 이러한 재테크 방식에 혀를 내두르며 나의 재정적 여력에 관계없이 깊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 동물일 뿐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인 우리들은 이쯤에서 어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미술이란 무엇인가? 미술이 무엇이길래 신문지 한 장 펼쳐 놓은 것보다 한 면이 조금 더 긴 약 4cm 두께의 평면 회화 한 점에 고가 아파트 십여 채에 맞먹는 가치를 담을 수 있으며 그 가치가 시간이 흐르며 크게 춤출 수 있는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해온 미술의 기능은 무엇인가? 어떤 그림은 우리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어떤 그림은 오늘날에도 몸에 지니면 우리에게 초월적 힘과 행운을 주기도 한다는 것일까? 라스코 동굴 벽화를 기원으로 잡아서 만오천 년 미술의 역사는 어떻게 전개되어 왔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랐거나 공통적이었던 특징은 무엇이었나? 사물을 닮게 그리는 것을 최고의 그림으로 치던 시대와 그런 것을 격이 낮은 그림으로 치부하던 시대 사이에는 서로 어떤 차이가 있는가? 동양의 미술과 서양의 미술은 무엇이 어떻게 왜 서로 다른 것인가? 동양 사람들은 지혜로움이 부족하여 원근법과 명암법을 발견하여 활용하지 못하였나? 근대 현대에 이르러 미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현대의 미술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도대체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실험과 시도는 어디가 그 끝이 될 것이며 어떤 변화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인가? 우리 미술의 전통적 특질은 무엇이며 그것이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옛 그림을 받아들이던 우리 선조의 감수성과 우리의 감수성 사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오늘날 미술의 기능은 무엇인가? 미술은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인간 정신을 고양시키는 고래의 예술의 기능에 더하여, 항울제, 흥분제, 각성제, 진통제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을 터인데 미술의 기능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인가 불변인 것인가?, 미술 시장은 어떤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가? 미술품 자체에 내재적(內在的)인 가치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미술품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가치를 담는 그릇일 뿐인가? 미술품이 지닌 가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미술에서, 시장 가치, 교환 가치로 치환될 수 없는 근원적 가치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미술은 미래에 어떤 모습을 지니고 어떤 기능을 하게 될 것인가? 등등.   앞으로 연재하게 될 <숨쉬는 미술 이야기> 꼭지를 통하여 위에 열거한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노력들을 함께 펼쳐나가게 될 것이다. 그것은 만오천 년의 시간과 동서(東西)의 공간을 넘나드는 의식의 여행이요, 가장 고귀한 인간 정신의 가치와 가장 즉물적인 유물적 가치가 상승적으로 또는 상충적으로 치열하게 얽히는 장(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될 것이다. * 관심이 있는 독자는 줄리언 스팰딩(Julian Spalding)이라는 탁월한 미술사학자가 저술한 흥미롭고도 새로운 방식의 역사서 <미술, 세상에 홀리다>(김병화 역, 세미콜론 간)를 읽어두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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