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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 |
[신귀백 영화엿보기] 검둥이의 석세스 스토리
관리자(2008-03-26 19:14:12)
<아메리칸 갱스터>를 통한  미국대선 감상기 미국식 장르영화. 갱스터 범죄물 플러스 형사 스릴러를 섞어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담은 영화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는 물질적 부의 축적 아닌가. 부의 축적은 권력을 손에 쥔다는 말. 그러나 불합리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게 되면 반드시 응징이 뒤따른다.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하층민 출신 흑인 프랭크 루카스(덴젤 워싱턴)가 마약으로 하루에 백만 달러를 번다. 누더기 아메리칸 드림, 모순이다. 이런 프랭크는 어떻게 몰락하는가가 이 이야기의 주된 선율. 이 영웅은 과연 굵고 짧은 삶을 사는가, 아니다. 프랭크가 죽지 않고 살아나는 점에서 이 영화는 죽음만이 규칙이던 갱스터 영웅 이야기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다.   역사물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히 ‘오늘’이다. 대부분의 갱영화가 금주법을 배경으로 하는데 여기서는 월남전이 막바지에 다다른 닉슨 시점을 택한 것은 이라크 전 막바지에 대한 리들리 스콧의 환유일 수 있을 것. 1968년, 어둡고 창백한 도시 뉴욕 8번가를 순회하던 늙은 마약왕 범피 존슨이 오른팔 프랭크에게 한탄한다. “대형 상점이 길모퉁이 점방을 대신하고 맥도널드가 작은 음식점을 몰아냈다. 중간 거래자와 전문적 소상의 자부심은 죽었다.” 불황과 병마에 시달리던 그는 일제 전자제품 가게에서 푸념을 더 늘어놓는다. “주인이 있어야 뜯어내든가 말든가 하지.”   범피가 죽고 프랭크가 할렘의 새로운 마약왕 자리에 등극한다. 프랭크는 이 바닥의 혁신을 주도한다. 유통에 머물지 않고 직접 순도 높은 약을 조달하는 생산과 노동의 방식을 바꾸는 것. 그는 곧바로 베트남으로 가서 골든트라이앵글에서 생산한 마약을 미국 군용기로 운반한다(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는 키신저 비행기로도 마약을 들여왔단다, 하하). 코스트 다운을 주도한 그는 고순도 마약 '매직 블루'를 싼 가격으로 판매해 돈을 쓸어 모은다. 이제 그는 뒤봐주고 삥 뜯는 양아치가 아니라 기업가인 것. 말도 세련되게 한다. 사업의 생명은 정직이라고. 그는 CEO답게 브랜드 가치를 생명으로 알기에 최고의 순도를 유지하며 기업을 키워나간다. 경제학을 전공했을 리 없는 그는 어디서 이런 엄격함을 만들어내는지? 타고난 리더십과 터프하고 신중한 성격을 가진 그는 할렘을 지배하게 된다. 마약계에서 마피아보다 힘인 센 이 아프리카계 사내는 2억 5천만 달러의 부와 명예를 쌓는다. 뿐인가. 그는 새벽에 일어나고 일요일에 가족과 교회에 가는 모범적 가정생활을 영위한다. 그런 그의 석세스 스토리는 어디서 클레임이 걸리는가? 추적자 리치와 부패한 형사 트루포 이 검둥이의 출세욕을 사회적으로 통제하는 기능을 하는 응징자가 있다. 돈에 양심을 팔아버린 경찰들이 우글거리는 뉴욕 경찰청의 덜떨어진 형사 로버츠 리치(러셀 크로우), 그는 정직하고 또 당연히 가난하면서도 바람둥이인 다층적 인물. 그는 마눌과 자식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주경야독으로 낮에는 범인 쫓고 밤에는 변호사 공부를 하는 소신 있는 인물이다. 이중적 도덕성을 가진 이 형사 나리는 마약 범죄 소탕을 위해 특별 수사반을 결성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사는 원점에서 맴돌고 마약 조직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블루 매직’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된 리치는 암흑가 새로운 보스의 존재를 감지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데 범인은 오리무중이고 아내는 이혼을 요구한다. 리치가 처음으로 프랭크의 존재를 포착하는 것은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전설적인 매치를 통해서다. 베트남전 참전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한 남자. 한 때 캐시어스 클레이였던, 알리다. 무죄선고를 받고,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조 프레이저에게 도전했던 게임을 감독은 공들여 재현하는데 여기서 리치는 특등석에 앉아 조 루이스와 악수하는 밍크코트를 걸친 한 흑인 남자를 발견한다. 흑인이라? 여기 두 영웅은 클라이막스에 이르기까지 서로 조우하지 못하고 쫓고 쫓긴다. 프랭크의 몰락은 조직원의 배신이나 성격결함 때문이 아니다. 뭔가. 여기 둘 사이를 이어주는 중요한 조역 하나가 등장하는데, 뉴욕 특수수사대원이자 범죄자의 쓰레기를 뒤지는 하이에나같이 부패한 형사 트루포다. 이 비열한 조연은 플롯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 리치의 수사에 방해꾼에 불과한 그는 프랭크에게 끝없이 뒷돈을 요구하고 악랄하게 돈을 챙긴다. 영화 말미에 체포된 프랭크와 리치가 의기투합 하는 장면이 서투른 이유는 이 비루한 남자가 갖는 배우의 아우라를 너무 적게 잡은 탓이리라.   세 가지 시퀀스 그리고 플롯 마약왕에 등극하기 전 범피 장례식에서 한 무례한 중간 보스가 위스키 잔을 아무렇게나 내려놓아 물자국을 낸다. 프랭크가 잔 받침을 들고 와 깔아주는 대목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 없는 자, 같은 레벨에 있을 수 없음을 상기하는 대목으로 프랭크가 천한 계급에서 성장하였지만 그가 일처리를 매우 깔끔하게 처리하는 남자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그는 백주에 프랭크의 총을 맞고 뒈지고 만다.   미스 푸에리토리코 출신 그의 아내가 그를 위해 모피코트를 선물하자 그는 알리의 복싱경기에 갔다가 처음으로 꼬리를 밟힌다. 뒤따르는 위험에 자신이 오버했음을 깨닫는 그는 아내 앞에서 그 비싼 코트를 벽난로에 던져 태워버린다. 아내의 취향이 자신의 품위를 올리지 못하는 절망을 그는 깊이깊이 깨달아 간다.   백인 마피아가 100년간 못한 걸 검둥이가 해낸다. 검둥이는 개같이 돈을 벌지만 정치적 윗선이 없다. 그에게는 뒤를 봐줄 백인 정치가가 필요했던 것. 장원에 사는 이 악한 백인 귀족(정치가일 것이다)은 그들 부부를 멸시하지만 프랭크는 훗날을 기약하며 그 수모를 참는다. 이 갱스터 영화는 주인공의 정서수준을 낮게 가지고 가야만 하기에 프랜시스 코폴라의 <대부>를 넘지 못한다. 아쉽다.   두 명의 아카데미 수상자가 역을 맡은 이 두 영웅 모두 카리스마와 치밀함이란 미덕은 있지만 하나는 살인자요 하나는 무기력한 가장으로서의 모순적 삶을 산다. 오랜만에 흑인 영웅을 보여준 <아메리칸 갱스터>는 흑백 두 사나이의 칼 같은 품행을 영화의 끝까지 평행으로 전개하는데다 총격전도 별로 없이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 길다. 지루함을 느끼기에 한국 관객이 덜 들었고 간판을 일찍 내린 영화다. 제목만 보고서 쏘고 죽이고 하는 갱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아니다. 특별한 액션이나 카체이싱 혹은 관객을 허방으로 떨어뜨리는 반전을 선뵈는 것도 아니고. 막판에 생존 본능과 방어 본능이 모두 무너진 상황에서 프랭크는 죽지도 못한다. 서부영화에서 주인공은 문제가 해결된 뒤에 자리를 뜨고 말지만 오갈 데 없는 그는 쉽게 투항한다. 돌이킬 수 없는 정서적 변화가 아쉽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이 영화는 관객은 들었지만 명화가 되지 못했다. 왜? <대부>와 같은 유현함이 부족한 데다 짜임새 있는 플롯에 성공하지 못하였기에. 과연 그는 어떻게 파멸하는가에 우리는 집중했지만 부패한 형사(백인)들의 더러운 행위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킴에도 불구하고 흑인이 백인을 돕는 결말이 약하기 때문 아니겠는가. 좌절하는 흑인 이야기는 불길하게도 오바마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 민주당 예비선거 감상법 이 영화 시작하자마자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라는 자막이 뜬다. 물론 미국대선 후보 오바마 돌풍이 나타나기 전에 만들어진 영화이겠지만 프랭크의 투항은 이번 에비선거에서의 어떤 함의를 예비하는 듯하다. 이번 민주당 대선후보 플레이오프는 사실 흑과 백 그리고 성에 대한 고민을 강요하는 선거 아닌가.   미국인들은 어떨까. 과연 '전국민 의료보험제'와 '교육 기회의 확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오바마를 선택하는 낭만 혹은 결단이 있을까. 로버트 드니로, 맷 데이먼, 할리 베리에 이어 조지 클루니가 이 유일한 흑인상원의원 오바마를 지지한단다. 멋진 배우들이다. 그렇지만 미국도 결국은 백인 혹은 같잖은 실용으로 가지 않겠나 하는 서글픈 생각을 해 본다. 왜? 부잣집은 걱정이 많은 법. 부실 신용자들이 구입한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미국경기의 연착륙, 월스트리트 자금의 이머징 마켓으로의 이동, 달러화의 하락, 또 아랍의 평화 등 걱정을 해결하기에 오바마의 경력이 일천할지 모른다. 스와힐리어로 '축복받은'이란 이름 버락은 과연 인종의 벽은 넘을 수 있을까? 명문대 출신에 높은 코, 부풀지 않은 입술을 가진, 어머니가 백인인 이 반흑인이 말하는 변화와 희망은 과연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까. 이라크 전을 끝낼 수 있는 인물은 반드시 민주당 출신일 텐데, 이 검은 얼굴의 젊은이는 과연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을까. 마이클 무어의 <시코>를 보았다. 미국, 경제나 국방 말고도 음악과 미술에서 최고지만 이들의 의료보험 체계는 너무 형편없어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란 생각이 든다. 다큐가 끝난 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오바마가 압승을 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는 지금, 나는 의심한다. 희망은 분명 오바마지만 내기에 돈을 건다면, 거시기만 없는 여장 남자 힐러리가 최후의 민주당 후보가 되리라는 쪽에 건다. 미국인들이 오바마에게 열광하고 결국 투표는 백인에게 하는 감상적이고 값싼 편견이 아니길 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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