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8.2 |
[초록이 넘치는 生生 삶 만들기]
관리자(2008-03-26 19:12:50)
도심 속 맹꽁이 놀이터 만들기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다가 잠깐 햇살이 비치던 지난 여름날 오후, 잠시 적막함과 나른함이 감돌던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렸다. 삼천동 도서관 옆 거마제 공원 구석에 맹꽁이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 다가산 강당재 인근 미나리 밭에서 농약에 신음하던 맹꽁이 무리를 발견한지 5년 만에 듣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맹꽁이는 어린모가 뿌리를 내리고 진초록으로 튼실해질 무렵 시작되는 장마철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이다. 어린 시절 눅눅해진 방에 불을 넣고 배를 깔고 엎드려 엄마가 쪄준 하지감자와 콩을 까먹는 추억의 장면에 어울리는 소리는 단연 한껏 몸을 부풀려 울어대는 맹꽁이 울음이다.   5년 전 강당재의 맹꽁이들은 택지 개발로 서식지 보존이 어려운 상황이라 전주수목원과 남원의료원으로 이사를 갔다. 맹꽁이들은 낯선 곳에서 침입자 취급 받지 않고  잘 살고 있을까?   시민의 제보 직후 우리 단체와 지방환경청의 조사 결과 삼천도서관 건물 뒤편, 거마공원과 세경 아파트와의 경계지점에 작은 5~6평 남짓한 웅덩이(습지)가 형성되어 있었고, 이곳에 맹꽁이 수십 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맹꽁이가 발견된 거마공원은 94년 4월 저수지를 메워 조성한 시민공원이다. 오랫동안 자연스레 흐르던 물길이 모이던 곳이라 저수지가 만들어졌을 테고 이곳을 터전으로 많은 동식물이 살았을 것이다. 행동반경이 좁고, 태어난 곳으로 회귀성이 있는 맹꽁이들의 특성상 지난여름 발견된 이 녀석들은 십 수 년 전에 자리를 잡고 살던 맹꽁이의 후손들일 것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그 좁은 공간에서 어떻게 생명을 이어올 수 있었는지 생명의 경외감과 맹꽁이에 대한 측은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맹꽁이는 원래 수계(水系)보다는 민가 근처의 생활 오수가 있고 벌레가 많은 웅덩이에 살기를 좋아 한다. 주로 야간에만 땅 위로 나와 포식활동을 하는데 점프를 하지 않고 이동 반경이 작아서 좁은 공간에 모여 사는 편이다. 장마철 짝짓기와 산란을 하기 위해 습지나 수로에 나오는 시기를 제외하고는 땅속에서 산다. 겨울잠을 자듯 습도 유지만 되면 먹이 활동을 하지 않아도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다. 이곳이 맹꽁이 서식처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저수지의 구거(물길)이어서 어디선가 물이 조금씩 흘러나와 작은 웅덩이를 이룬 것과 뒤편 세경아파트와 경계선이 배수로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폭이 4m 정도인데 약 100m 정도 남짓한 부지에 땅주인이 버려둔 철도침목이나 폐목재, 조경석들이 훌륭한 은신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습한 곳에서 사는 물억새나 고마리, 피, 사초과 종류의 식물이 눈에 띈다.     제보를 해준 시민 윤동환(48.전주시 삼천동)씨는 “새벽에, 특히 비 온 다음날이면 공원 잔디밭까지 뛰어 나온 맹꽁이를 볼 수 있고 시끄러워서 잠을 못 이룰 정도” 라고 밝혔다. 윤 씨는 다른 시민 10여명과 함께 ‘거마 맹꽁이 사랑회’를 조직, 주변 청소를 하는 등 맹꽁이 보호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운동에 환경연합도 팔을 걷고 나섰다. 사라져가는 도심 속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인접한 도서관과 공원을 연계한 생태학습 공간을 조성할 계획을 실천에 옮길 계획이다. 일명 ‘도심 속 맹꽁이 놀이터 만들기’ 프로젝트다. 습지 구간이 딱 사유지에 걸려서 추진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시민들이 즐거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전해볼 예정이다.   그냥 이대로 놔두면 언제 개발의 압력에 사라져버릴지, 아니면 쓰레기 더미에 덮여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맹꽁이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조성될 습지는 짝짓기 장소로, 알을 낳는 장소로, 올챙이가 자라는 서식지로 기능을 갖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습지를 중심으로 작은 비오톱(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숲, 가로수, 습지, 하천, 화단 등 도심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공물이나 자연물로 지역 생태계 향상에 기여하는 작은 생물서식 공간) 기능을 형성할 것이다.   또한 맹꽁이를 중심으로 거마 공원과 삼천도서관의 이야기를 구성지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냥 삼천도서관 보다는 삼천 맹꽁이 도서관이, 거마 공원보다는 거마 맹꽁이 공원이 더 재미있고 친숙하다. 재미난 맹꽁이 캐릭터가 아이들을 반기고, 쉿, 맹꽁이가 깰라 조심조심 서식지를 관찰할 수 있고, 도서관의 허드렛물을 다시 활용해서 습지를 복원하는 멋진 공원을 많은 시민들이 사랑하게 될 것이다. 다섯 평 남짓 작은 습지가 우리에게 던지는 생명의 울림은 장마철 맹꽁이 울음만큼이나 멀리 퍼져나갈 것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