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 |
[중년의 나무에게 웃거름을]
관리자(2008-03-26 19:12:02)
유대성ㅣ마당문화기획아카데미 6기 수료
40대만큼 외로운 세대도 없다.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그들은 이도 저도 아닌 그야말로 ‘낀 세대’다. 90년대 후반 7080이라고도 부르던 386세대가 지금의 40대가 되어있으니 그나마 ‘추억’이란 이름으로 받던 스포트라이트마저 퇴색해버리고 말았다.
386이었던 그들은 이전 세대들에게는 너무 진보적이고 신세대들에게는 진보도 아니고 보수도 아닌 어정쩡한 대상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권위를 펼 수도 없고, 사실 가질 생각도 별로 없다.
40대의 사망률이 높다는 통계는 중년의 고달픔을 얘기할 때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시기다 보니 육체적으로 고단하고 신체기능은 점차 쇠퇴하여 쓰러지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 시기부터 나타나는 노화의 증상들도 중년을 괴롭힌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을 잃게 되고 의지력은 약해지고 중년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인생은 총체적으로 불안해지고 스트레스는 아예 어깨 위에 100톤 쯤 얹고 산다. 그래서 이때를 제 2의 사춘기, 사추기라고도 부른다.
어떻게 해야 가장 적게 흔들리면서 이 시기를 지나갈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려놓음’의 시기를 순순히 받아들이게 될까?
잃어버린 것이 남긴, 보낸 것들이 떠난 자리를 채워 풍성하게 해 줄 그것은 무엇일까?
중년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와 위로’,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떤 경험’ 이다. 여태 그래본 적이 없고 어떤 경험을 시도하는 것도 망설여지니 더 외롭다.
심리적으로 중년임을 느끼며 그 마음의 고비에서 넘어서는 데에 대략 5년쯤 걸린다고 한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후의 삶이 여전히 찌든 피로인지 제2의 인생인지 달라질 것이다.
‘열린 음악회’도 좋고, 난생처음가보는 전시회나 사진전도 좋다. 요즘 인기라는 뮤지컬도 좋고, 뮤지컬에 손님 다 뺏겼다는 연극은 오히려 더 좋다.
2007년 영화 ‘300’은 4,50대 남성이 관객 대부분을 차지했단다. DVD라도 빌려서 보자. 어디어디에서 하는 몇 주짜리 문화라든지, 영상, 사진 뭐 그런 앞머리를 단 아카데미나 시민 교육 그런 프로그램도 좋다. 아무렴 1,20대보다야 주머니 사정도 넉넉하니 좀 투자해도 괜찮다.
그렇게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사회적 통념에서 해방돼 새로운 생각에 기웃거리고 새로운 집단에 가보고, 최후에 자신이 갖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을 그려보자, 운이 좋으면 그것이 이후의 생을 먹여 살릴 수도 있고, 최소한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해소가 될 것이다.
라이브 카페와 관광버스의 메들리 음반, 주부 노래교실, 나이 든 신인 트로트 가수, 이런 것들이 ‘중년’을 상징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 한 가지 이미지로만 굳어지기에 우리가 살아온 삶은 매우 드라마틱하지 않았던가? 지금의 중년이 앞으로 살아나갈 세월 역시 더욱 재미있고 풍성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웃거름을 다시 주어야 한다. 어떤 웃거름이 맛이 있을까? 자, 당신의 중년의 나무를 위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