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8.1 |
오래된 가게
관리자(2008-01-18 22:20:26)
전주시 인후동사거리 ‘달이용원’ ‘적당히’를 알아야 진짜 이발사가 되는거여 최정학 기자 삼색등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다. 이발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전주시 인후동사거리의 한 귀퉁이, ‘달이용원’은 이름처럼 수줍게 보일 듯 말 듯 작은 간판을 내걸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비누향기와 스킨향기 등이 섞인 이발소 특유의 냄새가 먼저 반긴다. 사각사각, 머리카락을 자르는 소리가 경쾌하다. 대개의 이발소만큼 ‘달이용원’도 크지 않다. 주황색 이발의자 3개에 머리 감고 세수할 수 있는 세면대 1개, 그리고 대기하는 손님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작은 테이블이 공간을 빡빡하게 채우고 있다. 허영배(68) 씨는 40년 전부터 이곳에서 이발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달이용원’이라는 가게 이름도 40년 전 그대로, 25년이 되었다는 이발의자는 그동안 몇 명의 손님이 앉았었는지 윤이 반들반들하다. 오랜 시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만큼, 이곳 손님의 대부분은 단골들이다. 손님의 머리를 깎으면서 마을 사랑방에서나 오갈법한, 집안 돌아가는 이야기며 어제 술 마신 이야기들이 오간다. 하지만, 허 씨의 손은 가위와 바리깡, 빚을 번갈아 사용해가며 쉼 없이 움직인다. “사람 머리모양이 다 똑같아 보이지만, 절대 그런 것이 아니여. 두상이 다 틀리단 말이여. 그러니까 그걸 다 맞춰서 깎아줘야 혀. 다 똑같이 깎아 놓으면 머리가 들어간 곳은 시커멓고 튀어나온 곳은 하얀 할 거 아녀. 그러니까 이것이 제일로 어려운 거고, 기술이여. 막상 깎는 것은 그렇게 안 어려워. 머리 모양에 맞추는 것이 제일로 어려운거여.”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손님들은 끊임없이 오간다. 대개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다. 젊은 사람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옛날에는 뭐 하나라도 기술만 배우면 먹고 살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기술을 배울려고 했었단 말이여. 기계밥 먹으면서 기술 배우는 사람도 있었고, 나 같은 사람은 가위밥 먹으면서 기술 배워가지고 지금까지 이걸로 먹고 살고 있고. 그런데 요즘에는 너나나나 다 공부공부 하잖어.” 그러고 보니 이발사를 하는 젊은 사람들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허 씨는 이발이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손님들이 와서 앉으면, 십중팔구는 ‘적당히 깎아주세요’ 한단 말이여. 그런데 그 ‘적당히’가 어디까진지 몰라. 이것을 알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해. 많은 사람들을 깎아보고 또 생각도 많이 해보고 그러면서 많은 경험을 해봐야, 나중에서야 ‘아 적당히가 뭘 말하는 구나’하는 것을 알 수가 있는거여.” 허 씨는 손님이 말하는 ‘적당히’라는 말의 뜻을 그나마 좀 파악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3년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그래도 좀 이발을 하는 구나’라는 말을 들으려면 최소한 3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허 씨는 아직은 이발소가 할만하다고 말한다. “아직은 그래도 몇 년 만 인내하고 기다리면 괜찮을 직업인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금방금방 돈벌라고 그러지, 누가 이렇게 오래 연습하고 기다리려고 하간디.” 허 씨의 이발 경력 40년. 이곳에 와서는 맘 놓고 ‘알아서 적당히 깎아주세요’라고 말해도 안심할 수 있겠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