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8.1 |
[허철희의 바다와 사람] 계화도조개
관리자(2008-01-18 22:17:42)
샌프란시스코 해안의 악패(惡貝) ‘계화도조개’ 샌프란시스코 해안의 악패(惡貝) ‘계화도조개’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안을 점령하고 있는 부안 토박이 생물이 있다. 바로 계화도조개다. 부안의 계화도갯벌이나 김제의 거전갯벌에 흔한 조개다.   계화도조개는 ‘변산바람꽃’처럼 부안의 계화도에서만 서식하는 생물인 줄 알고 학명을 그렇게 붙인 듯하다. 아니면 계화도에서 처음 발견되었든지… 어쨌든 부안사람들은 바지락보다도 훨씬 작은 이 계화도조개를 ‘아사리’라고 부른다. 부안시장에 가면 가끔 계화도조개를 까서 파는 아주머니를 볼 수 있는데 주로 젓을 담가 먹는다. 그나저나 새마금 둑으로 물길이 막혀버린 지금, 물길이 닿는 지대 어디쯤에 아직 생존해  있는지…   그런데 어쩐 일로 한적한 부안의 계화도나 김제의 거전갯벌에서 유유자적하던 놈이 태평양 건너 샌프란시스코 연안의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악패(惡貝)의 명성을 드날리더란 말이냐. 사실인즉, 이놈들의 종패가 한국을 드나드는 선박에 편승하여 샌프란시스코에 건너간 모양인데. 그곳의 생물들은 한국에서 건너간 계화도조개를 당해내지 못하고 자기 영역을 시나브로 내주는 것이렸다. 계화도조개는 눈감땡감으로 영토 넓히기에 여념이 없다는데, 1986년 처음 발견되었고, 1년 사이에 북부로 확산, 현재 샌프란시스코만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현상금 걸린 ‘피뿔고둥’ 이렇게 미국해안을 휘젓는 놈이 또 있다. 우리나라 서해안에 주로 서식하는 피뿔고둥(Rapana venosa)이라는 놈이다. 버지니아주 체사피크만에 출현해 악명을 떨치며 보스톤에서 플로리다까지 미국 동부 전해안으로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피뿔고둥을 우리는 흔히 ‘소라’, ‘소랑’이라고 부른다. 껍질은 소랑패기라 하며 줄에 매달아 바다에 담가 놓으면 주꾸미가 자기 집으로 삼아 그 안에 들어가 산란한다. 피뿔고둥은 한국 해안에서도 조개킬러다. 1매패인 고둥류는 2매패인 조개류보다 훨씬 활동적이다. 그러기에 고둥류는 갯벌을 헤집고 다니며 평생을 펄 속에 묻혀 살아가는 조개류를 잡아먹는다. 이런 놈이 강력한 포식력으로 조개양식장을 덮치니 그 피해가 오죽하겠는가? 피해가 늘어나자 미국 정부는 이 피뿔고둥에 2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한다. 부시의 잡둘령에 어지간히도 주눅 들어 있는 터에 이 작은 생물들이 미국 해안의 점령자가 되어 영역 넓히기에 여염이 없다니 야릇한 쾌감을 느끼게 되는데… 나만의 감상일까. 그런데 이게 어디 쾌재를 부를 일인가. 지구 생태계가 이렇게 심각하게 교란되고 있는 마당에. 홍합 밀어낸 ‘지중해담치’ 그렇다면 한국의 해안은 이런 불상사가 없더란 말이냐. ‘말도 마라!’다. 지중해담치라는 놈이 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이놈은 서유럽(지중해)이 고향이다. 2차대전 이후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놈으로 우리나라의 홍합과 똑같이 생겨 웬만한 사람은 구분조차 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놈이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말뚝, 바위, 그물 등 좀 딱딱하다 싶으면 아무데나 붙어 영역을 넓혀가 지금은 우리나라 전 해안을 뒤덮고 있다. 우리나라 토착종인 홍합은 이놈들에게 밀려 조간대 깊숙이 밀려나는 신세가 되었다. 홍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홍합 맛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그 시원한 홍합국물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정약전도 그의 자산어보에 홍합을 담채(淡菜)라 하여 조개 중에서는 제일로 쳤다. ‘맛이 감미로와 국에도 좋고 젓을 담가도 좋으나 그 말린 것이 사람에게 가장 좋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조개류이면서도 채소처럼 감미롭고 담박하여 채(菜)자를 넣어 이름 지은 듯하다. 홍합은 맛만 좋은 게 아니다. 자산어보에는 또 ‘콧수염을 뽑을 때 피가 나는 사람은 지혈시킬 다른 약이 없으나 다만 홍합의 수염을 불로 태워 그 재를 바르면 신통한 효험이 있다. 또한 음부(淫部)에 상한(傷寒)이 생길 때에도 홍합의 수염을 불로 따뜻이 하여 뇌후(腦後, 뒤통수)에 바르면 효험이 좋다.’고 했다. 이렇듯 홍합은 한방에서도 귀중한 약재로 쓰였던 것 같다. 이런 보물 같은 홍합이 저 멀리 지중해가 원산지인 지중해담치에 밀려 자기 영역을 잃어가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허철희ㅣ부안생태문화활력소 대표 (www.buan21.com) 허철희/ 1951년 전북 부안 변산에서 출생했으며, 서울 충무로에서 '밝' 광고기획사를 운영하며 변산반도와 일대 새만금갯벌 사진을 찍어왔다. 새만금간척사업이 시작되면서 자연과 생태계에 기반을 둔 그의 시선은 죽어가는 새만금갯벌의 생명들과 갯벌에 기대어 사는 주민들의 삶으로 옮겨져 2000년 1월 새만금해향제 기획을 시작으로 새만금간척사업 반대운동에 뛰어들었다. 2003년에는 부안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룻 『새만금 갯벌에 기댄 삶』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