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 |
[이종민의 음악편지] 김세원의 시 낭송집
관리자(2008-01-18 22:16:24)
[내가 만든 꽃다발]
‘봄’을 꿈꾸며 듣는 김용택의 ‘사랑’
또 한해가 저물었습니다. 아쉬움의 한숨이 없을 수 없지만 영문 모르고 바지런 떨다보니 반성이나 점검을 해볼 여유조차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해체되면서 조금은 느긋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나이에 따르는 얽히고설킴 때문인지 제 뜻대로 꾸려본 날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벗어나야지! 해보지만 그게 제 맘대로 될 수 있을지… 일들 좀 정리하고 스스로를 챙기며 충전할 시간을 확보하자 다짐을 해보지만 벌써부터 불길한 예감이 마음 한켠으로 연기처럼 스며들고 있습니다. 새롭게 해보고 싶은 일이 새록새록 불거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옥마을에 멋스러운 공간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름하여 <공간 봄>! 계절을 뜻하기도 하면서 눈여겨봄, 들여다봄, 살펴봄, 바라봄 등의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이 ‘봄’의 관심과 호기심에서 싹트고 자라날 수 있을 터이니 이름 하나는 제대로 지은 것 같기도 합니다. 입담 좋은 이병천 소설가의 표현을 굳이 빌지 않더라도 “봄은 바라봄”입니다. 겨울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이 우리들 눈앞에 나타나 시각을 자극하고 죽은듯했던 우리들의 바람, 그 간절한 생명의 기운을 다시 일깨우는 것이니, <공간 봄>은 문화예술의 소중한 텃밭 그 자궁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감히 그렇게 되길 바라고 또 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라고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와인 팔아주는 것으로 안주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요? 또 일 벌인다! 염려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지만 이제는 돌이키기에도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이미 술김에 발설한 것이 여러 번이요 성탄전야에는 시험까지 해보았으니 말입니다. 비록 민망하게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말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매주 목요일 밤 9시가 되면 DJ가 되어 방송하듯 음악들을 소개하며 함께 즐기는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물론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이게 소문나면 그런 분들은 적어도 그 시간대에 그곳을 찾는 일은 없겠지요.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기겠지요. 저 혼자 힘으로 안 될 터이니 유명인사들 동원해야지요. 때로는 소프라노 고은영, 테너 조창배의 힘을 빌기도 하고 클래식 기타리스트 송기영의 지원도 받아야지요. 대금의 이항윤, 거문고의 위은영, 소리의 왕기석 명창 등도 모르쇠하지는 않겠지요? 아마추어이지만 프로 못지않은 기량을 갖춘 제 친구 색스폰 연주자들의 도움도 청할 것입니다.
매달 세 번째 목요일에는 명사들을 초청하여 함께 진행을 해볼까 꿈꾸어 봅니다. 박남준 시인을 불러 음악도 소개받고 그 절절한 노래와 시낭송도 들어보고 김용택 안도현을 초청하여 그들의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것과 애청곡들을 함께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해보겠다는 것입니다.
모두 술 먹자고 꾸미는 일이지만 먹어도 약간 째를 내며 먹어보자는 것입니다. 한옥마을에 명물 프로그램 하나 만들어보자! 감히! 건방지게! 그런 속마음도 굳이 감추지는 않겠습니다. 아나 명물! 염려하시는 분이 계십니다만 흉물 기미만 보여도 바로 문을 내릴 것이니 너무 심려치 마시길…
참고로 성탄전야에 준비한 것을 보면 이렇습니다. 성탄절 하면 떠오르는 겨울, 기도, 아베마리아, 밤과 관련된 곡들 중 제가 좋아하는 아니면 추천하고 싶은 것들을 모아봤습니다. 시작은 정수년의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올 때까지]로 했습니다. 새벽이 올 때까지 놀아보자는 심오한(?) 의도에서였습니다. 그리고는 이네사 갈란테가 부른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잠피르의 팬파이프 연주로 듣는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그리고 키리 테 가나와 목소리에 실은 바흐-구노의 [아베마리아]를 비교해가면서 감상하는 순서도 마련했습니다.
기도와 관련해서는 셀린 디온과 안드레아 보첼리가 함께 부른 [기도](The Prayer)와 주디 콜린스가 리차드 스톨츠만의 클라리넷 반주에 맞추어 부른 빌 더글러스의 [깊은 평화](Deep Peace)라는 옛 아일랜드 민요를 준비해봤습니다. 어둠과 연관되는 것들로는 피아니스트 대빗 란츠에 의해 새롭게 해석된 무디 블루스의 [하얀 공단의 밤](Nights in White Satin), ‘베네수엘라의 보석’ 솔레다드 브라보의 [어둠](Sombras), ‘떼제로부터의 노래’ 중 [어두운 밤에] Nacht) 등을, 겨울과 관련해서는 가야금으로 듣는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과 해금과 기타가 어우러져 겨울의 정취를 잘 그려주고 있는 [눈사람 I] 등도 준비했습니다. 물론 다 듣지 못했으며 애초 모두 들으려고 마련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중간에 분위기를 띠우기 위해 초청가수의 노래도 들었습니다. [날 잊지 말아라], [축배의 노래], [겨울의 어느 멋진 날에]등 반주음악까지 준비해온 테너 조창배와 소프라노 고은영은, 그야말로 열창을 하여 몇 안 되는 청중들에게 행복한 성탄전야 추억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신청곡으로 들은 고은영의 [고엽](Autumn Leaves)에 취해 제 무모한 ‘목요기획’은 강행하기로 결심을 굳히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그날 마지막으로 소개했던 김용택의 [사랑]을 새해 선물 겸해서 보내드립니다. 유명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배경으로 한 것으로 연주는 콘트라베이스의 명인 게리 카가 낭송은 목소리가 촉촉한 김세원이 한 것입니다. 김세원의 시낭송집 [내가 만든 꽃다발]에 실린 것입니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으며 자칫 식어버렸을 수도 있는 사랑의 온기 이 낭송 들으시며 되살려보시기 바랍니다. 대선주자들의 어지러운 ‘경제타령’에 우리들 삶의 본바탕을 잊어버리지 않았나 하여 드리는 말씀입니다.
망년회 등으로 지친 몸과 마음 어서 추스르시고 매주 목요일 밤 <봄>에서 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종민ㅣ전북대 교수·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
※ http://e450.chonbuk.ac.kr/~leecm로 접속하시면, 그동안의 음악편지와 음악을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