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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 |
[초록이 넘치는 生生 삶 만들기] 바다를 살려주세요
관리자(2008-01-18 22:15:06)
자연을 기만하고 문명의 이기만을 부추긴 채 잘도 살아온 인간들에게 하늘이 내린 벌이 아닐까 파면 팔수록 까맣게 농축된 기름찌꺼기들 이 역겨운 냄새야말로 몇 천 년을 썩고 문드러진 인간의 과욕이 아닐까 비료 부대에 끝도 없이 담아내는 기름폐기물들은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작은 돌멩이 두어 개 닦아내면 쓰레기로 남는 저 부직포나 흡착포들   일회용 방제복에 방제마스크는 또 다 어디로 가서 어떻게 되는 걸까 듣기 좋고 하기 좋은 말 하루 자원봉사를 마치고 돌아서 나오는 길 산 같이 쌓인 쓰레기 더미를 보며 인간의 걸음걸음이 다 쓰레기인 세상 황량한 바다에 죄 사하러 왔다가 더 죄를 짓고 가는 씁쓸한 시간 터무니없이 부족한 일손에 부직포, 장비, 방제시스템을 요하는 태안 앞바다 한 생각이 살면 한 생각이 죽기도 하는 생사의 현장에 주민들이 흘린 피눈물과 자원봉사자들의 구슬땀이 부디 헛되지 않도록 정처 없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딱딱한 타르 덩어리나   아래로 아래로만 침잠하는 바다 밑 물컹한 오일볼처럼   우리 인간도 지구촌에 환경재앙이 닥치는 날 그렇게 부유하게 될 거라고 일일이 닦아낸 기름 돌에 밀물이 들어 다시 기름때가 엉겨 붙더라도   끝내 푸른 희망을 놓지 않는 손길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져 우리 아이들이 푸르게 자랄 수 있도록 무릎 꿇은 간절한 기도 바다를 살려 주세요. 12월15일 시민봉사단에 참여했던 박예분(43)님의 참가 후기 중 일부입니다.   몸으로 나누는 삶이 더 풍요롭다 2007년 12월7일,  겨울 바다에 시커먼 기름이 쏟아져 나왔다. 만리포, 천리포, 구름포 드넓은 백사장과 갯바위들이 만든 절경 태안반도 국림공원, 천연기념물의 보고 신두리 사구, 잔잔한 수면위에 펼쳐진 굴과 김 양식장이 순식간에 기름으로 뒤덮인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 유출된 기름은 자그마치 12,500톤 지난 1995년 여수 앞바다에서 태풍으로 좌초된 시프린스호의 두 배가 넘는 양이다. 삼성중공업 및 삼성물산 측은 자연 상황에서는 끊어질 수 없는 예인선 철사가 끊어진 점, 항해일지가 조작된 점, 풍랑주의보 등 악화된 기상 상황을 알면서 항해를 강행한 점, 그리고 현대오일뱅크와 허베이스프리트사 측은 관행적으로 유조선을 불법적인 지점에 정지시켜왔던 점으로 볼 때 어처구니없는 인재였다. 사고 직후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정부가 시프린스호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유출시 대응매뉴얼은 부실했고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오염 사고 직후 유조선 인근 오일펜스 설치의 실패, 오염 확산속도 예측의 오류, 방제 도구 지급 시기 지체 등 초동 대처의 실패로 사태의 피해를 키운 것이다. 태안반도 기름유출, 절망에서 희망으로   이 우왕좌왕의 한복판, 어쩔 줄 몰라 하며 발을 동동 구르던 어민들 앞에 흰 방제복을 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나타났다. 시민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태안으로, 태안으로 발걸음이 이어졌다. 환경단체는 시프린스호 기름유출 사고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즉각 상황실을 구성하고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 열기를 태안으로 조직해 나갔다. 12월22일 자원봉사자가 30만명, 12월29일 50만명을 넘어섰다. 성금 모금액수만도 110억원, 환경연합으로 들어온 성금액수만 1억4천만원이다. 30만의 기적이라 불리며 방제 자원봉사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1997년 일본 후쿠이현 미쿠니 마을 앞바다 중유 유출 사고의 경우 석 달간 3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려와 기름을 걷어냈다고 한다. 하지만 태안은 불과 보름 만에 30만명 기록을 깼다. 태안반도 기름제거 시민봉사단은 이처럼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로 가능했고, 그 중심에는 젊은 세대가 있었다. 자원봉사자의 상당수가 고3 수험생과 20대였다. 시대정신도 없고 사회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는 평을 받아오던 젊은이들이 생태재앙인 기름 유출의 위기적 상황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각 포털사이트마다 까페가 만들어졌고 부지런히 퍼 날랐다. 수만 명이 순식간에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해안가와 모래사장의 기름띠는 점차 걷혀 가고 있고,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은 무방비로 방치되던 태안과 보령의 59개 섬으로 향한다. 섬의 후미진 곳이나 갯바위에는 여전히 두터운 기름띠가 형성되어 있다. 여러 가지 조건이 어렵지만 섬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감각적인 것에 반응 속도가 빠른 세대적 특성이라는 분석과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IMF 시절 금 모으기 운동, 2002년 월드컵의 성숙한 거리 응원문화에 이은 시민참여 운동으로 평가된다. 석유 문명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야 기름제거에 봉사활동에 참여한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른바 각성된 시민, 어민들의 아픔과 생태적 재앙을 외면할 수 없는 시민들이기에 불평도, 불만도 없다. 그저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묵묵히 일할 뿐이다. 미처 돌아보지 못한 나 이외의 것에 대한 생각도 키우고,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도 생각해보게 된다. 일을 벌이는 사람과 뒤치다꺼리를 하는 사람이 다를 수밖에 없는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한계라는 생각으로 인식이 확장되기도 한다.   이처럼 태안반도의 희망은 석유문명과 소비적인 삶, 미래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과 성장에 대한 시민들의 성찰에서 찾을 수 있다. 현 시대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한순간에 절대적인 재앙으로 돌변하고, 오염원을 제거하기 위해 또 다른 오염물질을 뿌려야 하는 취약한 시대다. 시민들은 기름제거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 더미를 보면서, 서해안에 즐비한 화력발전소와 송전탑을 지나면서, 오늘도 수없이 많은 단일선체 유조선들이 항구에 입항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물신주의 시대가 갖는 취약함에 대한 고민을 갖기 시작했다. 유전이 나오는 지역의 원주민들이 ‘지구의 피’ 라고 부르던 원유는 20세기 산업 문명사회의 기반이었다. 이시기 인류는 급속한 경제, 사회의 발전을 가져왔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함께 민주주의의 급속한 확장도 가져왔다. 하지만 대량소비, 물질적 풍요는 지구는 한계 상황에 다다르게 했다. 환경적 재앙을 불러오는 기후변화, 불연속적인 식량의 확보,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 시대는 많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 국가간 계급간 양극화를 불러오며 지구촌 사회에 어둠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어떤 평론가는 하얀 방제복을 입고 해안가와 갯바위를 뒤덮은 시민들의 물결을 한국 사회를 뒤덮은 죽음의 물결에 맞선 소생과 부활의 의식이라고 말한바 있다. 필자는 한발 더 나가 이 물결이야 말로 성장과 개발만을 앞세운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적 풍요가 자연과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원동력, 석유문명이 만들어 낸 어둠의 그림자를 걷어낼 근원적인 힘으로 보인다.   진화하고 발전하는 자원봉사 어떤 이들은 기름제거에 참여했던 시민들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시끌벅적한 며칠이 지나면 곧 태안은 잊혀 질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시대를 성찰하는 시민들의 자원봉사는 화하고 발전한다. 자신의 손때가 묻은 바위틈과 모래사장을 기억하면서 기회가 되는대로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태안 생태계가 완벽하게 복구되는데 20년쯤 걸린다고 한다. 사람들이 최선을 다하고  남은 몫은 자연의 스스로 해결할 것이다. 1년 정도면 플랑크톤과 갯지렁이가 일을 하기 시작할 터이고, 3년 후엔 해조류가 5년 후엔 조개류 들이 자연 정화의 대열에 나설 것이다.   조금만 더 힘을 보태고 자연의 힘을 빌어보면 어떨까? 오늘도 태안군과 보령시 60여개의 섬들이 시민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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