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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 |
일본 가나자와학을 본다
관리자(2008-01-18 22:13:45)
도시창조, 새로운 지역학을 위하여 홍 성 덕ㅣ문화저널 편집위원·전북대박물관 학예연‘지역을 알자’는 문제는 사실 단순하게 지적 습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왜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론을 고려해 볼 때, 지역을 알아야 하는 문제는 지역정체성의 수립이라는 말로 쉽게 귀결되겠지만, 이는 지역과 지역민의 자아(自我)와 관련된 다소 미묘하고 복잡한 목적을 지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사랑을 알고, 알게 하고, 알리는 것이 바로 지역을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중앙에 대한 지방, 지역의 문제로 국가나 민족 전체의 성격을 다루는 것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때로는 이런 저런 이유 없이 행정적 편의나 국가 정책적 차원의 특정한 목적을 위해 존재하기도 한다. 일본에서의 지역학 연구는, 전근대 시기 이래 지방분권적 사회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연원을 상당히 높게 올려 잡을 수 있겠지만, 근대적 지역학의 체계로서의 출발은 메이지 이후 제국주의 체제로 편입된 이후이다. 메이지 이후 천황을 중심으로 하는 통치시스템이 부활함에 따라 전통적인 지역중심의 사회적 인식은 재편될 필요가 있었고, 이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해 나가는 향토사적 관점에서 국가와의 관계성을 유지하면서 지역의 특징을 규명하고 유지하려는 형태로 드러나게 되었다. 때문에 일본에서의 지역학은 매우 다양하며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요코하마학(橫浜學), 나카사키학(長崎學), 류큐학(琉球學), 야마가타학(山形學), 도호쿠학(東北學), 가케가와학(掛川學), 다마학(多摩學), 야마니시학(山梨學), 미나마타지원학 등의 지역학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 내 지역학은 추진 주체에 따라서 행정주도형과 주민주도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모두 지역의 순수 학술적 연구보다는 평생학습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여 나가고 있다. 평생학습이라는 차원에서 지역내의 역사자료와 문화의 발굴, 보존운동이 진행하고, 지역학 운동 속에 지역민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향토사가와 지역의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학술적 연구는 이 모든 사업과 활동영역의 이론적 토대로서 존재한다. 대부분의 지역이 이와같은 성격을 공유하고 있지만 지역학의 방향과 내부적 특성은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 문화적 경험과 정치·경제·사회의 현재적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성향을 보인다. 도시창조, 가나자와시(金澤市) 가나자와는 오사카의 북쪽 동해에 인접해 있는 이시카와현의 중심지이다. 2002년 전주와 자매결연을 맺은 이후 전통공예와 예술을 중심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는 도시이다. 전주사람들에게 익숙한 가나자와시는 전주와 매우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가나자와시는 17세기부터 죠카마치(城下町), 고도(古都), 소경도(小京都)로 불리워졌으며, 근대에는 청일전쟁부터 태평양전쟁까지 군사도시로서 또한 학도(學都)로서의 성격으로 변화하였고, 현재는 지방중핵도시·전통문화도시 등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내외 전쟁의 피해를 입은 경험이 없어 전통문화가 온존히 보존될 수 있었던 반면, 근대 이후 일본의 동서를 연결하는 도로교통망으로부터 일탈하여 산업의 중심이 동서축의 남쪽 지역으로 집중화하면서 산업도시로서의 성격을 상실한 도시이기도 하다. 산업체제로부터의 일탈은 인구유출과 도심공동화의 문제를 야기 시켰고, 도시 활성화를 위한 진지한 고민은 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전통문화가 제대로 보존되었고, 전통공예의 중심지였다는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힘을 토대로 도시 자체를 관광자원화하려는 지향점을 세우고 오랜 기간 추진해 온 도시이기도 하다.   가나자와학 가나자와 지역학에 대해서는 일찍이 메이지시대부터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1945년 이후, 석천향토사학회·석천고고학연구회·북륙사학회·석천지리학회·가능민속의해·가능지역사연구회·북륙도시사학회 등의 지역학회가 20-30년 이상 연구를 축적해 왔으며, 1980년대에는 고도 경제성장 이후의 도시개발과정에서, 도시문제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서 가나자와학 연구회, 지역사연구회 등이 창립·활동을 하였고, 2000년대 이후 가나자와경제동우회, 호고쿠신문사, 가나자와대학, 마치博위원회 등 경제인 및 시민, 대학을 중심으로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가나자와 교육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지역학으로서 가나자와학은 1980년대 일본의 고도경제성장에 따른 근대화 시기에 지역의 도시개발문제가 대두면서, 철거 등으로 문화재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 속에서, 근대적인 도시만들기에 대한 고민으로부터「금택학연구회」(도시환경중점)「지역사연구회」(근현대사중점) 등 만들어 지면서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가나자와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1983년의 ‘가나자와학연구회’였다. 이 연구단체는 1983년에 창립하여 1987년부터 162회에 달하는 월례모임을 개최하였다. 도시개발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역사·전통문화·도시색채·민중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각 주제별 핵심연구자를 중심으로 연간단위로 진행하였으며, 현재의 가나자와학의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였다. 2003년 이후 1세대의 은퇴로 중단되었으나 재도약을 위하여 준비 중에 있다. 가나자와학의 활성화는 2000년대 이후 본격화하고 있다. 21세기 국제화·정보화 등 새로운 패러다임 시기가 도래하면서 가나자와 내 여려 계층에서는 각계의「세계도시 가나자와」에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2001년 가나자와시의회에서 ‘제1회 가나자와창조도시회의’를 개최하면서 시작된 도시만들기로서의 가나자와 연구는 2002년 가나자와학회가 출범하면서 “도시의 기억과 창조력, 가나자와의 구조·경제·마음·놀이·가나자와 다움”이라는 테마로 연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2002년 가나자와대학에서는 국립대학의 법인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밀착형 특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가나자와학 입문을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고, 대학 유학생센터의 문화체험학습을 실시하는 한편 시민네트워크를 조직하는 등 대학-시민연계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다. 나아가 호고쿠신문사와 공동으로 「가나자와학」추진프로젝트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가나자와경제동우회의「향토교육」, 가나자와학회 창설, 기업시민네트워크의 마치박람회 지원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상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가나자와학」에 대한 학문적 개념 규정은 확립되어 있지 않다. 지역학의 학문적 규정이 모호한 부분도 있겠지만, 가나자와학에 대한 가나자와 사람들의 인식이 ‘가나자와에 대한 것을 알고, 알리기’ 위해서 ‘가나자와 지역에 대한 모든 것’을 그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가나자와학」은 가나자와 지역에 관한 유형·무형의 모든 것을 그 대상으로 하는 학문분야인 동시에 시민운동인 것이다. 가나자와학의 특성 가나자와학은 총체적으로 오랜 기간 지방자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학과 시민이 밀착하여 진행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연구자 중심의 ‘가나자와학’의 출발이 2000년대 이후 시민들과 급속도록 결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의 주요 문제는 도시의 성격에 관련된 것이었다. 즉 가나자와시를 어떠한 도시로 만들 것인가에 주목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실천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시카와현과 가나자와시를 중심으로 하는 ‘가나자와 세계도시프로젝트’는 문화생산도시로서의 “창조도시 가나자와”를 꿈꾸고 있다. 이는 (전통)문화를 토대로 하는 생산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이를 위한 제반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 커다란 중심체로서 연구자 중심의 가나자와연구회와 가나자와대학이 있으며, 호고쿠신문사와 같은 지역 언론의 적극적인 참여를 전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마치박람회’와 같이 순수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민간단체와 연구소가 존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움직임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은 가나자와시 경제동우회로 생각된다. 경제인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경제동우회에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한 기본 조건으로 ‘향토교육’을 설정하고 지속적인 후원을 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가나자와의 지향은 ‘세계도시, 창조도시’의 건설에 모아져 있다. 세계문화유산운동, 도시포럼, 창조도시회의 등 외향성의 목표와 ‘가나자와를 알고, 알리고, 알게 하자’ 라는 내적 목표가 함께 맞물려 움직이고 있다. 가나자와는 교토와 나라와 같은 일본 전통적인 도시와는 차이가 있다. 에도시대(조선후기) 이후 중심도시로 성장하고 전통공예예술이 살아 숨쉬고 있으며, 그러한 문화적 전통이 근현대 이후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교토나 나라와 차별된다. 이는 전주와 매우 흡사하다. 가나자와학은 결국 일본 내 여타의 다른 도시들과 구별되는 발전전략 아래 도시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도시문제와 분리되지 않고, 미래의 도시문제에 접근해 나갈 수 있는 학문적·시민운동적 차원의 다계층 다목적적인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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