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 |
전주학을 해야 하는 이유
관리자(2008-01-18 22:12:26)
전주학은 전주 경쟁력의 토대다
이 동 희ㅣ전주역사박물관장
2005년 제2기 전주역사박물관이 출범하면서 ‘전주학의 본산’을 표방하였다. 전주학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박물관이 전주학 연구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겠음을 강조한 것이다. 적은 예산이지만 학술대회도 열고 학술총서도 발행하였다. 그러던 중 2006년 송하진 전주시장체제가 출범하면서 공약사업으로 전주학이 채택되었다. 그에 따라 전주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졌고, 전주학 연구사업이 탄력을 받게 되었다. 지방자치시대, 지역학이 지역 경쟁력의 토대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학이 우리나라에 관련한 제반문제를 모두 다루는 것이라면 전주학은 전주의 역사·문화·예술·정치·경제·사회·지리 등 제반 문제들을 다 포괄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학의 중심이 우리민족의 정체성 확립과 전통문화계승에 있듯이, 전주학도 이와 관련한 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그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학의 한 부분으로 전주지역사를 연구하는 것과 전주학의 차이는 전주학은 중앙이 아니라 전주의 시각에서 지역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전주학은 한국학에 종속된 지역사가 아니라 전주가 주체가 되어 지역을 해석하는 전주 중심의 역사이다. 전주학도 그 범위의 차이가 있을 뿐 한국학처럼 독립된 한 주체로서의 학문체계인 것이다. 다시 말해 전주학은 한국학에 종속된 전주의 역사와 문화가 아니라 전주의 시각에서 바라본 전주의 역사와 문화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주학이 전체사를 도외시한 지역주의로 흘러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사와 지역사의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되 전주의 눈으로 전주를 보자는 것이다.
결국 전주학은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정치·경제·사회·지리 등 오늘의 전주와 관련한 제반 사항들을 전체사가 아니라 전주의 입장에서 분석하여 전주라는 지역과 전주 사람들의 성향과 특질을 해명하고, 그 삶의 흔적과 자료들을 집대성해서 전주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서울학을 비롯해 인천학·원주학·영남학·충남학·대전학·안동학 등 지역학 연구소들이 속속 설치되고 있고 이들 연구소들을 중심으로 지역학 연구의 붐이 조성되고 있다. 이렇게 지역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지방화시대와 직결되어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지역의 문제를 지역이 중심이 되어 지역 스스로 해결해 가야 함에 따라, 지역의 정체성을 수립하고, 지역의 발전전략을 모색하고, 지역의 현안문제를 해소해가는 방편으로 지역학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의 예속성이 약화되고 지방의 독자성이 강화되는 지방화시대에 지역사와 지역문화도 주체적으로 자리해야 한다. 지역이 주체가 됨에 따라 지역학도 지역을 받쳐주고 끌어갈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역의 논리를 피력하고, 지역의 우위성과 독자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화시대에서는 지역학이 전체사에 종속된 의미가 아니라 또 하나의 주체이다. 전주학도 그렇다. 지방화시대의 전주학은 전주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지방화시대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그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역학 붐은 문화의 시대와도 직결되어 있다. 문화의 시대에는 보편성, 획일성보다는 개체성 독자성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그런가 하면 문화적 자원이 경제의 중심이 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자원이 되는 시대이다. 이리됨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는 문화자원의 가치를 배가시키고 그것들을 통해 수입을 창출하고자 지역학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지역이 독자적 색깔과 논리를 가지고 있을 때 그 자원가치는 커지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문제를 세밀히 살피고 연구할 수 있는 지역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주역사박물관에서는 전주학 연구를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하나는 전주에 관한 유물과 자료들을 발굴·수집하는 일이고, 둘째는 전주의 정신과 정체성에 관한 연구이다. 자료 유물 수집은 전주관련 유물을 우선적으로 매입하면서, 유물 기증기탁운동을 활발히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이런 자료수집이 전주의 역사문화 원형을 확보하여 문화콘텐츠산업의 기반이 되고, 전주의 특질을 밝혀가는 전주학 연구의 토대가 될 것이다.
정체성 연구는 역사문화를 토대로 전주의 특질을 규명하는 것으로 매년 정기학술대회 개최, “전주학 연구” 학술지 발행, 학술총서 간행 등의 방법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전주에 관한 주요 주제를 선정해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학술대회의 논문과 전주에 관한 일반 논문 등 그 해의 연구성과를 담아 전주학 연구 학술지를 정기적으로 매년 연말에 간행할 것이다. 이어 전주학 연구 총서 형태로 전주학에 관한 단행본을 발간하고자 한다. “경기전의” 등 전주에 관한 기초문헌을 국역하고, 전주의 역사문화를 정리하여 주제별, 시대별 단행본을 내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 타지역학에 비해 전주학은 후발주자이다. 우리나라 지역학의 본격적인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학은 1994년에 서울시립대에 서울학연구소를 두면서 출범하였다. 그에 비하면 전주학은 10년 이상 늦게 출발한 셈이다. 전주역사박물관 2기(2005년~2007년) 3년간은 전주학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전주학의 방향을 여러모로 모색한 단계라고 생각된다. 이제 올 연말 정기 학술지 “전주학연구” 창간호를 간행하게 된다. 대외적으로 전주학의 태동을 공식화하는 것이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전주학의 본산이요 발신지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이동희/ 전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한국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주역사박물관 관장으로 일하면서 전북역사문화연구소장과 전북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