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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
[문학과 영화와 인문학의 만남] 문학과 영화와 인문학의 만남
관리자(2007-12-24 19:40:46)
문학과 영화와 인문학의 만남 ◎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현석 감독 ‘인간과 사랑에 관한 속 깊은 통찰’ 인문학으로 대중과 소통한다는 취지로 한국학술재단이 매해 개최하고 있는 ‘인문학 주간’이 우리지역에서는 원광대학교와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렸습니다. 올해는 ‘인문학, 열린 정신과 만나는 길’를 주제로 ‘동양고전과 전통문화의 만남’, ‘문학과 영화와 인문학의 만남’, ‘열린정신 좌담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인문학이 일상생활 속에 살아있는 실천 학문으로, 지역문화와 연관되는 학문으로, 문화자본의 토대가 되는 생산적 학문으로, 사회구성원 각자에게 자기 존중감을 줄 수 있는 학문으로서 시민들과 만나 호흡하는 자리였습니다.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문학과 영화와 인문학의 만남’은 저명한 영화감독을 초대해 영화를 감상하고, 감독의 해설과 함께 평론가와 인문학자들이 좌담회를 진행함으로써 인문학의 서사적 토대를 함께 나누기 위해 만든 자리였습니다.   10월 10일에는 <YMCA 야구단>과 <광식이 동생 광태>를 만든 김현석 감독이 전주를 찾았습니다. 윤시향 원광대 교수의 사회로 윤찬일 평론가와 함께 영화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날 좌담회를 엮었습니다.   ●윤 시 향  행사가 처음 1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것이 좀 늦어졌기 때문에 바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행사는 인문주간 행사인데 이 인문주간 행사라는 것은 학술진흥재단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이 섹션에서는 인문학과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 할텐데 여러분께서 보셨던 광식이 동생 광태를 감독하신 김현석 감독님의 자작해설이 먼저 있고 그 다음에 전찬일 평론가와 제가 좌담회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김현석 감독의 약력을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김현석 감독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을 수료했습니다. 각본 <사랑하기 좋은날>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공동경비구역 JSA>를 공동으로 각색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각본 쓰고 감독해서 소위 입봉한 것이 <YMCA 야구단> 2002년 작품이 되겠고, <광식이 동생 광태>가 2005년에 만들어졌습니다. 또 영화를 촬영하셨다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설명을 듣도록 하죠. 그럼 김현석 감독의 자작해설이 있겠습니다. ●김 현 석  저는 방금 소개받은 김현석이라고 합니다. 자작해설 할 줄 몰랐는데 2년 전에 만든 영화라 저도 오락가락하네요. 본 지도 꽤 되고 그랬는데 그 때 기억을 되살려서 생각해 보면 제가 원래 그냥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 멜로 이런 것을 좋아했었거든요. 시나리오 작가 시절에도 그런 걸 많이 썼었고 첫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었지만 그 당시 꽤 규모가 큰 영화였는데 기대만큼 흥행이 안 돼서 그 다음 영화는 좀 작은 걸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제가 한 것도 있고 제작사에서 강요한 것도 있고 그래서 그냥 <소풍> 같은 영화를 하게 됐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게 더 잘 됐구요.   그리고 오전에 영화를 보셨든지 예전에 영화를 보셨겠지만 이게 남자 시각의 영화예요.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는 늘 있어왔던 장르인데 대부분이 아마도 여성 시각이 많았을 거예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가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것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경우 비단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아니더라도 현재 영화 관객의 주 타겟이 20대 초, 중반의 여성분들이라 로맨틱 코미디들이 이렇게 여성에 맞춰서 기획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걸 뒤집어서 제가 일단 여성을 잘 다루지도 못하고 그 때 프로듀서랑 시나리오 개발을 하면서 반대로 원래 남자 얘기를 잘 하니까 반대로 가보자, 기존의 틀을 벗어나서 남성시각의 로맨틱 코미디를 해 보자 그래서 시나리오를 썼었고 그렇게 해서 뚝딱뚝딱 만들었죠. 2년 전에.   개봉할 당시에는 기획의도를 뭐라고 썼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런 표현을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남자들 철드는 이야기. 이게 사랑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저는 근본적으로 이게 성장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소재는 사랑이지만 광식이랑 광태 두 형제가 엄한 짓들 많이 하다가 나중엔 어떤 식으로든 성장했다고 보기는 그렇지만 성장 가능성을 열어두고 끝나잖아요. 그래서 남자들 철드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구요. ●윤 시 향  그럼 좌담으로 직접 들어간 다음 여러분들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영화평론가 전찬일 선생의 약력을 소개하겠습니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졸업하시고 드라마 전공 석사로 대학원 나왔구요.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영화전공 지금 박사 과정 수료된 상태입니다. 여러분들 아시다시피 현재 굉장히 활발한 영화 평론을 하고 계시면서 한국영화의 장단점을 꼬집고 계시죠. 지금은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있습니다. 굉장히 여러 가지 직책이 많으신데 예를 들면,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부천 판타스틱영화제 준비위원, 너무 많아서요 그 정도로 생략을 하겠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죠.   아까 자작해설을 하라고 하시니까 굉장히 어색해 하시던데 저도 간단하게 스스로를 소개한다면 현재 원광대학교 유럽문화학부 교수로 있습니다. 그리고 이화여대 독어독문과를 졸업했구요. 거기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여러분들이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브레이트라는 중요한 독일인 작가가 있는데 브레이트 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국여성연극인협회 공동대표를 했습니다. 이 정도로 간단하게 마치고 좌담회로 넘어가죠. 그러면 제가 질문을 한 번 드리겠습니다. 어디서 제가 보니까 김현석 감독은 장르 주의의 영화감독을 자처하시더라구요. 아까도 잠깐 말씀을 하셨는데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보통 우리나라 감독들이나 이런 사람들은 굉장히 목에 힘도 주고 그래서 그런지 장르 영화, 자기 애호한다는 그런 얘기는 썩 잘하진 않거든요. 그런데 김현석 감독은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장르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나 이유 같은 게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김 현 석  질문지 미리 받고 이 얘기를 했었나 찾아보니깐 그렇게 말 안했었는데 기사가 났더라구요.(웃음) 그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대놓고 ‘저는 장르 영화가 전공이에요’ 이렇게 말은 안하는데 그 당시에 그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저도 물론 장르 영화 좋아해요. 그런데 장르 영화를 지향한다고 떳떳하게 말은 못 하겠구요. 딱 그 중간지점에 어디 있는 것 같은데. 장르영화라는 게 할려면 제대로 해야 되는 거잖아요. 근데 지금도 바람은 제대로 하고 싶은데 방금 윤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이상하게 우리나라 영화계의 창작자들은 요즘은 많이 바뀌었는데 장르 영화를 지향한다고 하면 그다지 부끄러울 것 까진 없지만 그런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그동안은. 개인적인 취향으로 봐도 제가 어렸을 때 영화 좋아했던 거나 영화감독 꿈을 처음 키웠던 것도 장르 영화에 가까운 영화를 좋아했던 것 같구요.   근데 장르 영화라는 게 그렇잖아요. 공통된 관습적인 특성이 있고 나쁘게 말하면 타협할 가능성이 되게 많은, 말 자체가 그건데 저 뿐 아니라 다 그럴 거예요. 장르 영화를 지향하되 자기만의 다른 방식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다 있을 것 같은데 요즘 한국영화를 보면 그런 감독님들 되게 많으시잖아요. 장르 영화를 지향하되 개성 되게 강하신 분들. 뭐 그 정도가 아닐까요. ●윤 시 향  사실 장르 영화는 보면 극장가는 관객들이 사회적, 문화적 관심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장르 영화가 굉장히 또 중요성을 지닌다고도 할 수 있겠어요. 전찬일 선생님은 장르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전 찬 일  사실 장르 연구를 들어가 보면 장르 연구만큼 연구가 안 된 부분이 영화 연구에도 거의 없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다 장르라는 말을 무심코 쓰시지만 단 한 명도 장르에 대해서 자신 있게 설명할 사람은 여기에 없을 거예요. 저도 못해요. 제가 지난 학기에 우석대에서 장르 영화했습니다. 한 학기 내내 장르는 잘 모르겠다 이러면서 강의 했습니다. 그런데 책마다 장르 분류가 다릅니다. 로맨틱 코미디는 장르라기보다는 서브장르죠. 하위 장르인데 연구자마다 장르 규정이 다 다릅니다. 백이면 백 명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참고하는 장르마다 메인장르나 서브장르가 다 다릅니다. 누가 큰 소리 치면서 장르가 이런 거다 라고 얘기하면 그건 의심해야 됩니다. 어떤 대단한 권위자가 하더라도. 지금 영화 연구에서는 그게 정립되어 있지 않고 앞으로도 정립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이유는 다음 질문에 나와 있는데 장르를 구분하는 기준이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거예요. 어떤 경우는 이렇게 되어 있어요. 소재. 어떤 경우는 주제성의 감시, 어떤 경우는 성격 묘사, 어떤 경우는 플롯 공식, 어떤 경우는 스타일 등등 해가지고 워낙 기준들이 다르니까 연구자가 어떤 기준을 중시할 것이냐에 따라 장르 규정과 부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거죠. 그래서 세계 영화 연구계에서 최고의 권위자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있다 할지라도 이것은 알 수가 없는 거니까 여러분이 결국엔 어쩔 수 없이 한국영화 관객으로서 한국에서 통용되는 장르를 따르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윤 시 향  그럼 이번에는 김현석 감독님 영화에서 보면 캐릭터들이 굉장히 독특하던데 아까 남성 여성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거기 나오는 남성 캐릭터들이 이때까지 인물들하고 다른 인물들인데 어떻게 보면 딱 규정을 내리기 힘든 애매한 캐릭터들을 선호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김 현 석  그 당시 저희 마케팅 자료에 있었던 표현인 것 같아요.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솔직히. 아까 말씀드렸지만 모든 창작자들은 저도 시나리오 작가부터 시작했지만 전혀 없는 인물을 창조하진 못해요. 여러분들도 습작 소설이든 시나리오 같은 것을 써 보셨으면 일단 무조건 주인공 캐릭터가 자기 닮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게 좋은 점은 그거예요. 시나리오 쓰다보면 주인공 캐릭터의 영화에는 100분 나오지만 인물 히스토리를 다 알아야 되잖아요. 원래 시나리오 작법 같은 데 보면 그렇게 써야 되잖아요.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얘가 어디서 태어나고 어린 시절 어떤 환경을 겪었고 그런 내용을 다 알고 영화에 해당하는 100분에 쏟아지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기가 미리 만들어 놓은 베이스에 입각해서 그 상황에 맞는 대사나 행동이 나오는데 사실 그렇게 잘 안 써요. 실제 쓰다보면, 전혀 없는 인물을 창조하다보면. 그래서 역으로 편한 게 뭐냐면 자기 인생에 대해서는 잘 알죠. 그래서 역설적으로 캐릭터가 일관성은 있을 수 있어요. 써 보시면 원래 그러면 안 되는데. 사실 전 스티븐 킹 되게 좋아하는데 스티븐 킹 보면 모든 인물들이 다 캐릭터가 있잖아요. 단역도. 그래서 일단 질문하신 거 답변하면 저 닮은 캐릭터가 제일 편하고 가장 애정도 가고 그래서 썼던 것 같은데 이런 건 초창기에나 하고 그 다음에는 모든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없는 캐릭터도 애정을 갖고 해야 되는데 늘 잘 안되네요.   ●윤 시 향  저도 제일 간단한 시나리오 작법 그런 걸 보니까 자기 주변 인물, 자기가 제일 잘 아는 인물, 환경으로 써라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도 혹시 시나리오 쓸려고 하는 사람들 있으면 지금 김 감독님 말씀을 잘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김 감독님 영화를 보면 소위 완전한 대중적인 상업영화와 약간 문학적인 영화의 중간정도의 느낌이거든요. 그것은 제가 문학을 해서 소위 말하는 중간문학, <향수>를 쓴 쥐스킨트라고 하는 사람들의 문학 이런 것이 소위 대중문학과 보급문학, 순수문학의 중간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요즘 그게 대체적으로 경향인 것 같고 그게 말하자면 문학이나 이런 것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얘기할 때 한 대안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김 감독님의 영화와 같은 중간 영화라고 이름을 붙인다면 그런 영화의 가능성이 어떤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겠어요. ●전 찬 일  사실 문학에서 중간문학은 저는 살 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강의할 때마다 강조하는데 전통적으로 예술과 오락을 분류하는 것을 강렬하게 반박하고 그것을 넘어서야 된다는 주장을 늘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예술적 상업영화, 상업적 예술영화에 대한 가능성을 늘 주장을 하고 현실에서도 그런 예들이 존재하죠. 단적인 예가 이안감독의 와호장룡입니다. 저는 영화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중간영화를 와호장룡으로 봅니다. 그 영화는 오락의 극치지만 동시에 어떤 예술영화 못지않은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제 확신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영화에서도 그런 예들이 얼마든지 존재하죠. 죄송하지만 김현석 감독 영화에 대해서 이 전에 진지하게 고민을 안 해봤었는데 <YMCA 야구단> 같은 영화, 분명히 중간영화적인 영화로 평가 받을 거라고 봅니다.   저는 결국에는 한국영화 아니라 세계영화가 중간영화적인 노선을 걸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런 얘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한테 비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령 부산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경성대학교에 재직 중인 전술 감독님은 저하고 무지무지 친한데 이런 얘기하면 저하고 절교를 선언할지도 몰라요. 반면에 우리 김상진 감독처럼 오로지 영화는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대중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분들한테는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를, 작가라는 말 자체를 하는 것을 그 사람들은 알레르기적 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싫어하는 게 현실이죠.   박찬욱도 늘 두려워하는 것은 흥행실패입니다. 박찬욱이 어떻게 자기 영화적 개성을 세상에 알리는 것을 고민하는 것 같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대중들과 만나서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흥행성적을 거두는 것이 자기의 지상과제라고 늘 얘기합니다. 그런데 평론가나 우리 교수들이 감독을 연구할 때 박찬욱은 대표적인 작가가 됩니다. 이것이 뭐냐. 박찬욱이 바로 중간영화를 끊임없이 만들어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함축하는 정도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보구요.   현실적으로도 여러 감독이 그런 시도를 하고 있는데 저는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석 감독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좋은 감독이라고 보고 있구요. 왜냐하면 <YMCA 야구단>은 상당한 수준을 갖춘 영화예요. 흥행수준도 그 당시에 크게 흥행은 아니어도 그래도 주목할 만한 정도의 성공을 거둔, <광식이 동생 광태>도 그런 케이스고. 그래서 결국은 중간영화의 노선을 지금 가장 충실히 따르는 감독 중의 한 명으로 김현석 감독이 포함되어야 될 것이라 보구요.   ●윤 시 향  중간영화라는 용어는 딱 정해져 있진 않죠. 저는 인제 그 용어를 쓸려고 하고 관심이 굉장히 많은데 지금 김현석 감독님은 자기 대중을 지향한다고 얘기했어요. 물론 아까 얘기 나온 것처럼 영화는 어디까지나 상업이기 때문에 흥행을 무시할 수는 없죠. 그러니까 그것은 기본이죠. 흥행은 이젠 기본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야말로 조폭 영화중에 괜찮은 것도 있지만 완전히 대중하고 막하면서 노는 정도는 아니고 그래도 좀 품위 있게 노는 영화이면서 또 거기에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담을 수 있는 이런 영화가 중간영화라고 생각을 해요. 너무 고상하게 표현할 거 없이 대중하고 재미있게 놀면서도 품위 있게 노는 거 그 정도인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도 굉장히 드문 것 같더라구요.   독일영화가 그 전엔 되게 재미없었거든요. 사실. 쉽게 얘기한다고 하면 약간 헐리웃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신나게 액션도 있고 이런 요소들 소위 대중적인 요소들을 자기네 원래의 문학적이라고 할까 예술적인 요소하고 잘 버물렸어요. 그러면서 독일영화가 최근 들어서 소위 흥행이 잘된다고 하고 있거든요. 그게 인제 말하자면 <롤라 런> 이런 것들이 그전에 잘 되다가 최근 들어서는 그야말로 예술성까지 인정받은 <향수> 같은 것은 히트 친 거죠. 그리고 또 유럽에서 많이 봤다고 하는 <굿바이레닌>이요. 그런 류의 영화를 만들면서 독일영화가 굉장히 부흥하고 있거든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한국영화가 앞으로 지향할 방향이 그 쪽이 아닌가 하고 그런 중간영화라는 용어를 사용해봤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오늘 하는 인문주간이라는 데에서 얘기를 해줘야 되지 않나 그니까 인문학적 상상력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대중들하고 어떻게 바람직하게 건강하게 만날 수 있는가 하는 그런 것들을 이야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 찬 일  제가 조금 김현석 감독께서는 본인이 중간영화가 뭔지 잘 모르겠고 본인은 대중영화를 만든다고 말씀했지만 사실 YMCA 야구단이라는 영화만 보더라도 본인이 의식을 했든 안했든 오늘 우리가 중간영화라고 표현한 영화에 걸맞은 그런 스타일 플롯들이 나옵니다. 뭐냐면 가령 YMCA 야구단은 한일간의 갈등을 야구 이야기로 풀었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이거든요. 원래대로 하면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본 쪽 관계된 사람들은 전부 악당들, 한국 쪽은 전부 선한 사람들 이렇게 나눠져야 됩니다. 이게 헐리웃 영화의 공식입니다. 그런데 우리 YMCA 야구단을 보면 철저히 그 도식이 다 깨져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저도 오래돼서 캐릭터 이름을 기억 못하는데 거기 나오잖아요. 일본인 아버지를 둔 아들. 얼마나 인간적입니까? 똑같아요. 사실은. 똑같은 인간이라는 거죠. 지금 결국은 김 감독 같은 경우는 이미 거기서 그런 도식을 깨기 위해서 캐릭터를 그런 식으로 선과 악사이의 경계를 와해시켜버렸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사실은 대중영화에서 이러면 안 됩니다. 대중영화는 철저하게 선악 구분으로 죽을 때까지 가야되는 겁니다. 대중은 여전히 인과응보를 바라고 봐요.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악당이 죄를 안 받으면 그 경우는 실패합니다. 그리고 문학도 안돼요. 그렇게 모호하게 처리하면 안돼요.   여기에 또 하나만 덧붙이자면, 김 감독님께서 본인은 자기가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남자이야기 관점에서의 사랑이라 얘기했는데 <YMCA>에서도 러브스토리 나오죠. 그런데 <YMCA>를 통해서 보면 우리 김 감독이 남녀 간의 뜨거운 광적인 의미에서 이성적인 사랑이라는 굴레 아니면 또 범주 안에 사로잡혀있기 보다는 그것을 넘어서는, 성을 넘어서는 인간에 대한 애정, 관심 이런 것이 상당히 강한 감독이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이건 립서비스 용이 아닙니다. 진심으로 그런 생각을 제가 YMCA를 통해서 하게 되고 그런 쪽에서 광식이 동생 광태도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우리가 너무 사랑을 도식적으로 남녀 간에만 이루어지는 그런 헤테르적 사랑을 생각하는데 헤테르, 호모, 또는 동성애든 뭐든 간에 넘어서서 인간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 우리가 어떤 새로운 시각, 관점으로 바라보고 접근하는 것이 이 시대에 더 필요하지 않느냐 이런 생각을 하는데 이런 점에서 일정정도는 앞서가는 감독으로 우리 김현석 감독을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보고 있습니다. ●윤 시 향  지금은 영화제 연결시켜서 생각난 것이 말하자면 대중과 소통하는 영화도 중요하지만 저 같은 경우도 가끔가다 보면 너무 말랑한 거, 달콤한 것만 먹다가 보면 어쩔 때는 거친 음식도 먹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생각할 때 일반대중들이 잘 찾지 않는 이른바 소위 예술영화라고 하는 것들, 상업성이 없는 그런 영화들을 상영해주는 공간이 필요한 것도 같거든요. 그런 공간이 서울 쪽에서는 꽤 생긴 것도 같아요. 그리고 또 요즘 뉴스 들으니까 종로 쪽에 있던 옛날 극장들을 그런 예술영화관으로 개조하려고 한다는 보도도 봤어요. 그런데 지역에서는 그런 공간이 정말 드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아까 지자체 얘기도 나오고 했는데 이 쪽 지역 문화 담당하시는 분들이 그런 쪽에도 신경써주시는 것이 문화의 소위 다양성 이런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면 이제 토론은 여기까지 하고 마지막으로 한국영화의 침체가 장기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한국영화에 바라시는 것, 혹은 한국영화의 전망 이런 것을 마지막으로 말씀해주시고 그 다음 플로어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김 현 석  한국영화에 바라는 것은 저는 한국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만드는 사람 이전에 한국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고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영화를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한국영화 재밌어요. 그리고 전망은 진짜 모르겠어요. 올해 갑자기 스크린쿼터도 그렇게 되고 작년엔 100편인가 개봉해서 대부분이 망하고 갑자기 위기가 닥쳤거든요. 여러분은 개봉 기준으로 보니까 잘 모르시죠. 올해 7월 1일부로 산업노조 출범해서 바뀌었어요. 스텝들, 그것도 제작자 입장에서는 그 이후로 들어간 영화가 있나요. 잘은 모르겠는데 내부적으로도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쳤어요. 당장 내년이 문제인 것 같아요. 올해야 작년에 찍어놓은 것들 개봉하면 되는데 지금 당장 찍고 있는 영화가 되게 없어요.   아까 제가 맨 처음에 말씀드렸을 때 주위 저희 동료들 실직 걱정하고 있다고 진짜 많이들 놀고 있어요. 내년이 당연히 고비고 내년에 몇 편 개봉할 지 정말 모르겠네요. 근데 한국영화 역사를 보면 90년대 이후로 보면 늘 위기가 있었죠. 예전에 스크린쿼터 처음 시절부터 몇 번 고비가 있었는데 다들 잘 넘어갔잖아요. 잡지 보면 그런 표현도 있던데 한국영화계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있냐고. 그런데 이번이 진짜 위기인 것 같아요. 자꾸 모르겠다는 말씀만 드려서 죄송스러운데 진짜 모르겠어요. 내년에 어떻게 될지. ●전 찬 일  저는 김 감독이나 다른 기존의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국영화의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수요자들은 이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5천만이 안 되는 국민을 가진 나라에서 연 1억 6천만 장이죠. 정확하게 얘기하면. 1억 6천만 장이 팔려나가는 상황에서 위기라고 얘기하는 것은 자기들의 잘못이에요. 저를 포함해서. 관객들은 지금 굳건히 한국영화에 대한 사랑을 또는 나아가서 한국영화에 대한 사랑보다 더 중요한 영화에 대한 사랑을 계속 보이고 있어요. 진정한 위기는 1억 6천만 명에서 6천만 명으로 줄고 어느 날 3천만 밖에 안 되는 이게 문제인건데 관객들은 올해 그렇게 줄지 않습니다. 위기 위기해도 내년에 1억 명 이하로 줄 것 같아요? 안 줍니다. 줄어도 조금밖에 안 줍니다. 늘던가. 그럼 이 모순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냐는 거죠. 공급자 쪽에서 정신 차리는 수밖에 없어요.   물론 수요자인 여러분들도, 저는 석사 논문 테마에서는 관객 비판을 한 사람입니다. 수요자도 편식이 나쁘다는 건 알죠. 여러분들 소설책 읽을 때 오로지 미국 책만 읽습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 책 뿐 아니라 소설 읽을 때는 오히려 일본 소설, 남미 소설도 읽잖아요. 다양하게 읽잖아요. 그러니까 제 얘기는 문학은 그렇게 하면서 왜 영화에 대한 편식은 문제의식을 안 갖는가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수업 때 이런 얘기는 많이 합니다. 여러분들이 해야 할 것은 다른 것보다 편식을 내가 좀 고쳐야겠다. 그건 뭐냐. 내가 한 달에 영화를 10편 보면 6편은 큰 영화 보고 4편 정도는 다양성 영화로 얘기되는 좀 작은 영화, 의미 있는 영화 봐서 늘 눈만 즐겁게 하고 귀만 즐겁게 하는 영화가 아니라 머리에 자극을 주는 영화도 보고 가슴을 울리는 영화도 보고 영화를 수용하는 자세의 전환을 여러분들에게 요청을 드립니다.   ●윤 시 향  저도 같은 의견인데 말하자면 작은 영화라고 하는 개념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중간영화 얘기하면서 동시에 작은 영화, 조금 전에 말씀하신 박찬욱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은 <괴물>로 지나치게 히트를 쳤지만 하여튼 그런 분들 영화들이 대체적으로 다 대단한 흥행을 한 건 아니지만 흥행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의미에서 그런 여러 다양한 영화들이 나오는 것이 우리 한국영화의 발전에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김현석 감독님하고 전찬일 선생님하고 만나면서 김현석 감독님을 주로 생각하는 게 중간영화였습니다.   오늘 인문학과 영화의 대화에서 김현석 감독님과 전찬일 평론가 모시고 장시간 토론에 이렇게 오랫동안 버텨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늘 좌담회 이것으로 끝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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