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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
[문화시평] 2007 익산서동축제
관리자(2007-12-24 19:37:28)
2007 익산서동축제   서동축제는 백제 고도의 역사적 문화유산을 투영하는 익산시의 대표적인 예술 행사이다. 그만큼 서동, 즉 백제 무왕은 익산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매개자이자, 향후 이 지역의 문화와 관광 산업을 이끌어갈 무한한 잠재적 보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익산시민 모두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커다란 성공을 바라마지 않는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동안 축제의 방향과 민관 주도 등의 문제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오면서 갈팡질팡 부유했던 익산서동축제(이하 서동축제, 10월25~28일)가, 올해 역시 여느 해처럼 또다른 축제의 방향타를 잡고 항해에 나섰다. 중심 소재는 전국민 모두에게 잘 알려진 ‘서동요’였고, 주제는 ‘노래로 여는 창(窓)’이었다. 대신 서동요를 현대적인 음악장르(록·힙합·재즈)로 바꿔 불렀다. 또한 서동요와 일맥상통한다고 보고 전래동화·설화·신화 등을 매개로 축제의 질적 변화를 꾀했다. 외견상으로 보면 그럭저럭 무난하게 올해 축제를 치러낸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이미 주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벌써 우회적으로 축제의 성공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닥섬유 패션쇼, S-POP 페스티벌, 익산문화유산탐방 등 수많은 볼거리와 체험행사가 있었으며, 4대 축제(보석·국화·돌문화·서동)를 포함하면 축제 기간 동안 50만명(외지인 9만3천명 포함)이 축제장을 다녀가는 등 나름의 성과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현실 인식이 과연 타당하고 옳은지는 상당한 의문이다. 일단 방문객수를 어떤 근거로 산출했는지 필자의 체감지수와는 격차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축제 프로그램의 적절성과 호응도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들도 꽤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주최 측의 두루뭉술한 주장은 여러모로 객관성을 얻기 어려우니만큼, 필자로서도 그저 그들의 상황 인식에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는 정도로 갈음해야겠다. 여하간 축제의 현실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대만큼 결코 녹록하지 않다. 소원이 간절하면 하늘마저 움직인다지만, 단언컨대 서동축제는 아직까지 외부 관광객은 고사하고 지역 주민들조차 감동시킬 만한 수준에 와 있지 않다. 아무리 축제를 높이 평가한다더라도 아직까지는 험난한 고난의 행보가 불가피한 축제임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여기서는 이러한 판단 속에서, 일반적인 개괄 평가보다는 몇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올해 축제를 복기해 보고, 그에 대한 현실 가능한 대안을 살펴보는 게 더 생산적일 것 같다. ‘서동’과 ‘서동요’의 도식을 넘어 우선 상당수의 시민들이 축제의 핵심 인물인 서동의 부각 여부가 축제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척도로 여전히 간주하고 있다. 올해는 ‘서동요’를 강조하면서 노래의 당사자인 서동과 선화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서동선발대회, 서동선화행렬, 서동열전 등의 행사와 공연을 보건대 기존의 주요 인물이 결코 무시된 건 아니다. 오히려 심각한 문제는, 상투적으로 서동과 선화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의 진부함이다. 그동안 서동축제가 서동과 선화를 조명하는 방식은 잘 해야 TV 드라마 정도의 이미지를 넘지 못했다. 말하자면 인물의 해석이 일차원적이고 한정되어 있어, 표피적이고 단순한 상징만을 답습해 온 것이다. 서동과 선화의 축제적 해석이 답보하고 정체하는 상황에서, ‘서동요’에 관심을 갖고 이를 현대적 감수성에서 돌아본 올해의 시도는 어쩔 수 없는 그래서 당연한 수순이었다. 문화가 그렇듯 축제의 내용과 콘텐츠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서동축제와 같은 인물축제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크게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가장 각광받는 인물축제로 남원춘향제를 예로 들 수 있겠으나, 춘향의 전국적 인지도와 수많은 작품의 범람을 감안한다면 축제적 폭발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특정 인물의 선명하고 화려한 후광의 기세가 축제적 상상력을 가린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인물축제 성공의 전제 조건은 학제적 관련 연구의 축적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 같다. 즉 화려한 축제적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무한한 보고로서 학문적 연구 자료는 보다 다양하고 많아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서동축제는 겨우 초보적인 단계에 와 있지도 못하다. 서동과 관련한 학문적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주체조차 변변치 않은 상태에서 축제의 내용과 미래의 전략을 논하는 건 별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러니 해마다 일회성 행사, 급조된 프로그램, 부실한 공연과 체험 등의 비난을 받는 건 예견된 상황이었다. 당연히 올해의 공연과 행사도 이런 비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제일 시급한 건 서동과 서동요 중 어디에 방점을 찍고 축제를 치를 것이냐가 아니라, 서동(요)과 관련한 각종 연구를 지원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꾸준히 축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주체를 꾸리는 일이다. 그 성과의 토대 위에서 특출한 기획자를 만나 비로소 축제의 상상력이 꽃을 피울 수 있다. 허약한 축제의 토대 위에서 요란한 포장지만을 바꾸는 식으로 성공의 요행을 바라기보다, 축제의 내실을 기하고 자양분을 끊임없이 공급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최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축제장 선정의 원칙과 대안 다음으로 쟁점이 되는 건 축제 공간과 장소이다. 축제 기간 개최한 세미나에서 어느 교수의 비슷한 문제제기도 있었는데, 서동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미륵사지의 활용이 매우 미비하다는 것이다. 접근의 편리성이나 공간의 활용에서 본다면 시내에 있는 중앙체육공원 일원이 비교우위에 있는 건 틀림없다. 또한 현재 미륵사지는 관리와 보호가 필요한 국가 유적지인 데다가 석탑의 해체·복원 작업이 장기간 진행중이라 축제장으로 부담이 크긴 하다. 한편 올해 축제가 끝나자마자 익산시는 낭비하는 예산을 줄이고 축제장 분위기를 연출하겠다는 명분 아래 “기존 체육공원을 새롭게 단장하거나 또다른 축제장을 만들어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축제 장소와 관련한 쟁점에 새로운 불씨 하나를 더 안긴 셈인데, 시가 ‘예산의 효율성’과 ‘축제 분위기 조성’을 축제장 선정의 핵심 원칙으로 고려중임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상을 거칠게 종합해 보면 축제장 선정의 원칙을 크게 △주제의 상징성 △공간의 접근성과 활용성 △예산의 효율성 △문화적 일탈성 등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이상의 기준을 모두 충족할 만한 대안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중앙체육공원, 미륵사지, 신설축제장 중 어느 곳이 가장 현명하고 현실적인 대안일까? 먼저 축제장의 신설은 가장 저급한 수준의 방책이며, 그 발상부터 축제적이질 않다. 고전적인 의미에서 축제의 장소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공간의 잠깐이지만 환상적인 변신이다. 세계적인 축제가 도시나 마을 할 것 없이 광장과 도로를 막고 축제의 공간을 만드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전문공연예술축제가 아닌 이상 인위적인 축제장 건립은 예산 낭비일 뿐이다. 아니 반대로 축제장이라는 닫힌 울타리를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열린 공간으로서 도심을 점거하거나 활용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옳다. 교통체증과 소음 때문에 발생할 민원을 걱정할 정도로 배짱이 없고 또한 그만큼의 시민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 하는 축제라면 굳이 기를 쓰고 개최할 이유가 있을까? 관계자들의 이권이나 정치적 도구가 아니라면 말이다. 가장 흡족할 만한 방안으로는 이원적인 공간 구성도 고민해볼 법하다. ‘무왕제례’와 ‘개막식’을 미륵사지에서 시민과 각종 단체들이 모여 성대하게 치르되(상징적 의미), 주요 행사와 무대 공연은 현재의 중앙체육공원과 도심을 활용(접근성과 일탈)하는 것이다. 축제가 시작하기 4~5주 전부터 소규모 공연으로 시의 주요 거점(읍·면·동 포함)을 통해 분위기를 모아보는 것도 시민화합의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다. 물론 해마다 축제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장소와 공간도 다소간 변화할 수 있다. 그밖의 몇 가지 쟁점들 이밖에도 몇 가지 쟁점들로는 △4대축제의 연계 및 활성화 △다면적인 축제 평가 △관내 무형문화유산의 적극적 활용 △축제추진위원회의 효율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면 관계상 몇 개의 내용만 짧게 정리해 보겠다. 4대 축제가 그저 동시 개최 수준의 통합 방식에 그친다면, 오히려 상승효과를 기대하기는커녕 고유한 특성을 보이지도 못한 채 부작용만 가져올 공산이 크다. 동선과 장소 등은 물론 세부 일정과 행사의 상호 배려도 없이 치러지는 걸 통합 개최라 할 수 없다. 각자 프로그램의 차별화를 확실히 하되, 시민과 방문객의 입장에서 혼란스럽지 않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서로 긴밀한 네트워크와 협력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뭔가 생산적인 변화의 조짐이 없는 한, 시의 행정적 편의나 관련업체의 이권을 위한 선심성 축제라는 오해를 받아도 할 말이 없다. 한편 서동축제의 객관적인 위상을 점검하기 위해 다면적인 축제 평가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지역민은 물론 전문가들의 생각과 의견이 어떤지 냉철하게 점검해야 한다. 특히 익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문화예술 행사로 상당한 노력과 예산(6억여원)을 들여 만든 축제가 계속 답보상태에 머문다는 건, 시민들에게는 여간 불행하고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청소년을 포함한 시민 차원의 축제 모니터링을 활성화하는 방안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이제 글을 맺으며, 향후 서동축제가 더욱 활발하게 공론화되어 전문가와 지역민들의 좋은 생각과 중지를 모을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익산이 기존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명실상부한 문화 도시로 발전하고, 백제의 고도(古都)로서 역사적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기여하는 축제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권오성//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했다. 한겨fp 문화기획학교를 수료하고 문화연대 축제모니터링단에서 일한 바 있다. 현재 전북 익산에 거주하고 있으며 지역 축제 및 문화와 관련한 비평적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지역 축제의 다양한 문화적 자산과 사회 통합적 기능, 축제 문화를 매개로 하여 사회의 변화 가능성도 탐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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