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 |
[2007 전주세계소리축제 평가 ] 정체성은 찾았지만, 행사 운용은 아직
관리자(2007-12-24 19:35:37)
2007 전주세계소리축제 평가
정체성은 찾았지만, 행사 운용은 아직
일곱 번째를 맞이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난 10월 6일부터 1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비롯한 전주시 일원에서 펼쳐졌다.
올해 소리축제의 주제는 ‘소리, 몸짓’이었다. ‘소리’의 외연확대로 축제의 대중성을
강화하고, ‘소리’와 ‘몸짓’이 결합한 새로운 대동놀이의 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찾아가는 시군축제 등 축제 공간의 확대를 통해 대중성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잇따랐다.
소리축제가 끝난 지금, 성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그동안 꾸준히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은 올해 소리축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판소리’가 축제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해외공연의 백화점식 나열과 홍보부족 등에 대한 문제점은 축제 기간 내내
제기되었다.
행사 운영에 있어서도 여러 미숙함이 드러났다. 인터넷 예매가 되지 않아 항의를
받는가하면, 자원봉사자들의 미숙함 때문에 빚어진 촌극도 연일 벌어졌다.
올해, 소리축제의 성과와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음악평론가이자 공연기획자인
윤중강 씨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축제 기간 내내 현장을 뛰어다녔던 도휘정
전북일보 기자와 김미진 전민일보 기자가 행사 운용을 중심으로 진단했다.
틀은 잡혔다. 틈이 보인다.
“틀은 잡혔다. 하지만 틈이 보인다.” 2007 전주세계소리축제에 관한 짧은 총평이다.
그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소리축제의 방향성은 굳혀졌다. ‘전주’라는 지역에서
펼쳐지는 ‘세계’를 향한 음악축제이기 때문에, ‘판소리’를 중심에 둔 축제여야 함에
적극 동의한다. 이제 이런 ‘기본’이 흔들리지는 않을 거다. 구심력을 잃으면,
원심력도 생기지 않는다. 그간 안숙선 조직위원장과 곽병창 총감독의 역량과 노력의
덕분임을 전제한다. 이제 비평적 안목으로 글을 쓰겠다. 축제의 틀을 잡혔으되, 많은
틈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허점을 극복해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축제의 얼굴은 개막공연과 폐막공연이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소리, 몸짓’이었다.
이런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었어야 했다. 이런 주제가 수미쌍관(首尾雙關)을
이루지는 못해도, 최소한 어떤 한 공연에서만이라도 드러나야 했다. 모두 그렇지
못했다. 아쉽게도 전형적인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익숙한 공연을 섞어놓은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역량의 문제인가? 태도의
문제인가?
나는 이 두 공연을 객석에서 지켜보면서, 오히려 전주시민에게 감동을 받았다. 타
지역에서 공연했더라면 객석의 반응이 석연치 않을 수 있음에도, 객석에 꿋꿋하게
앉아서 무대를 향해 진지한 애정을 보내고 있는 전주시민에게서 전주의 ‘힘’을
발견한다. 오랫동안 쌀농사의 중심지로서 농경문화를 지속한 지역 특유의
‘정착성’과 ‘진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대보다 객석이 한수 위다.
판소리 합창인가? 판소리 제창인가?
앞으로 개막공연과 폐막공연만큼은 조직위원회를 중심으로 직접 제작과 연출을
맡으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축제의 주제도 선명하게 부각될 거고, 또한 실제 축제
자체의 역량도 증가될 거다. 축제의 역량은 섭외가 아니라, 제작으로 평가하자.
‘누구’보다 ‘무엇’이 중요하다. 유명인이나 유명단체가 나온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은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다. 폐막공연의
‘판소리합창’은 무척 아쉽다. 섭섭하게 들리겠지만, 이건 판소리 ‘합창(合唱)’이
아니라, 판소리 ‘제창(齊唱)’이다. 판소리로 보다 다양하게 음악적인 경험을 하게 해
주어야 했다. 판소리가 뿌리로 된 축제라면, 해마다 다른 줄기를 뻗고, 거기서 새로운
꽃을 피워야 한다. 그동안 공연된 창작창극의 몇 장면을 보는 ‘갈라 콘서트’에
만족하기엔, 이 축제가 주는 무게감에 걸맞지 않는다.
모든 노래에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공존한다. 판소리 또한 마찬가지다. 혹여 지금은
너무 판소리의 특수성을 생각하는 건 아닌지? 판소리라는 장르에 서구적인 개념의
독창 - 중창 - 합창을 빌려와서, 더욱 멋진 판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판소리를 단지
지금처럼 국악가요처럼 만들어 버리거나, 판소리에 반주를 부치는 것으로 입체감을
살렸다고 만족하는 수준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판소리를 ‘그대로 두고서’ < 판소리를 ‘더욱더 빛나게’
이번 소리축제의 개막공연인 ‘창극’이 판소리로 만든 뮤지컬 혹은 오페라라고
한다면, 폐막공연은 판소리식의 아리아 혹은 칸타타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접근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 전부는 아니다.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작품의
한계가 보인다면, 다른 방식으로 판소리를 알려야 한다.
판소리를 ‘그대로 두고도’ 더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어서 ‘더욱더 빛나게’ 할 수 있다.
2006년 두 편의 작품이 유럽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에는 모두 판소리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김매자와 안은미의 공연이었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춤꾼이자
안무가다. 그들의 중심이 된 공연이기에, 단지 무용공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공연에서 ‘판소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에
끌렸다. 이른바 이런 공연은 ‘뮤직 시어터’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도 판소리를 통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예술적인 완성도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보다 조직적으로,
보다 깊이 있게 이런 판소리를 중심해 둔 극장예술적인 시도를 해야 한다.
시스템은 있다! 스타일은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야 말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개별적인 공연은
대체적으로 우수했다. 하지만 특별한 ‘그 무엇’이 그야말로 2% 부족하다. 괜찮은
뷔페에 초대된 느낌이다. 좋은 음식을 즐겁게 먹긴 했으되, 정말 맛있는 어떤 음식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분명 있긴 있다. 프로그램이나 자료 등을 보면 파악된다.
하지만 실제 축제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즐기는 입장에서라면 아쉬움이 있다.
이건 축제의 ‘아이템’의 문제이기보다 ‘스타일’이기도 하다. 한 공연이 강한 인상과
깊은 감동을 줄 수 있기 위해서는, 그 공연을 어떻게 ‘포장’하느냐가 중요한데,
소리축제의 가장 취약한 점은 바로 이런 ‘스타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개별공연의
포스터에서 무대의 소품에 이르기까지, 한 공연의 이미지를 잘 구현하는 방식이
부재하다. 전주세계소리축제를 보면서 내린 결론 하나가 더 있다. 시스템은
구축되었다, 하지만 아직 스타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가능성도
보인다.
아울러 판소리를 대중화하고 세계화하는 방식에 대한 또 다른 진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다. 판소리의 영문 자막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소리를 매개로
해서, 한국적인 인상과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사설과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감성을 느끼게 해주어야한다. 일본의 전통예술인 노(Noh, 能, 能樂)는
사실 일본인들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노를 공연하는 노악당(能樂堂)에서는
자막에 대한 배려도 없다. 하지만 그 공연에 일본인이나 외국인이 빠져드는 건, 결국
그 분위기에 취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판소리와 창극도 이런 ‘분위기’에 취하게 해야 한다. 그건 결국 ‘스타일’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런 스타일을 갖추게 된다면, 스토리는 설명으로 강요하지 않아도
느껴지게 되는 거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시스템 - 스타일 - 스토리의 삼박자를 효과적으로 공존하게
하길 바란다. 이건 개별공연은 아이템을 비롯해서, 소리축제의 전체적인 컨셉트 등을
포함해서, 소리축제가 늘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소리로 이어진 삼대(三代), 밀려오는 감동
소리축제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 것은 ‘바디별 명창 명가’! 청년부 - 장년부 - 명창부로
이어지면서 ‘판소리’ 자체가 갖고 있는 강력한 힘과 유려한 기(氣)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마지막 날, 안숙선 - 성우향 - 최승희 - 오정숙 명창의 ‘춘향가’ 릴레이
공연은 오래도록 아름답게 기억될 거다. 이 감동적인 소리판에 ‘르노삼성소리상’이
주어진 건 합당한 결과다.
이제 소리축제는 기본의 ‘틀’을 유지하면서, 부족한 ‘틈’을 메울 때다. 나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소리축제는 ‘바꿈’이 필요할 때가 아니라, ‘고침’이 필요할 때다. 구축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해서, 신선한 스타일을 만들 때가 왔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나는 ‘프로그래머’와 같은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한 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 제도가 성공하려면, 그들의 예술적 문화적 안목을 일단 전적으로
믿고 도움을 주어야한다. 우리나라 축제 중에서 크게 성공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나는 이를 ‘프로그래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성공하려면, 조직위원장 - 총감독의 체제에 보완적 요소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프로그래머로서의 역량을 갖춘 예술 감독의 역할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진정으로 세계적인 음악축제가 되려고 한다면, 늘 3S(시스템-
스타일-스토리)의 상호연관성을 생각해야 한다.
축제는 궁극적으로 많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축제에서의 이야기란 개별 작품에
존재하는 이야기도 되겠지만, 축제와 관련된 여러 가지 또 다른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축제의 관계자들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고, 이야기를 널리
알려야 한다. 그리고 그런 것이 결국 그 축제에 관해서 세상 사람의 관심을 끌게 하고,
축제를 존속시키는 커다란 힘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축제가 끝난 후
통계자료를 위주로 한 ‘보고서’를 만들어내는 것 이상으로, 축제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 등을 엮은 흥미를 유발하는 ‘스토리북’도 필요하다.
이렇게 축제의 외부자로서 왈가왈부(曰可曰否)는 쉽다. 나 또한 실제 축제를 이끈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많은 구조의 한계와 현장의 변수를 고려한다면, 결국 이번
축제도 축제를 만든 사람들에게는 분명 고진감래(苦盡甘來)임에 틀림이 없다.
2007전주세계소리축제에 관계한 많은 분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윤중강/ 서울대학교와 일본 국립동경예술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국악축전
예술감독과 대한민국국악제 총연출 등을 역임했다. 현재 국립국악원 자문위원과
국악방송 ‘윤중강의 이오공감’을 진행하고 있다.
◎ 기자가 본 소리축제
소리축제, 이제 10년을 바라볼 때
축제의 끝. 축제를 만든 사람들은 무조건 욕을 먹게 돼있다. 축제와 관련해 수많은
사람들을 일일이 만족시키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축제에 쏠려있는 눈들이 더 많을 때는 만드는 순간부터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한다. 판소리의 땅 전북에서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더욱 그러하다.
5년 동안 지역에서 문화부 기자를 하며 누구 한사람 “굳이 소리축제를 전북에서 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이 땅에서 소리축제가
열리는 것을 사람들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며 전북이 잘 가꿔나가야 할 축제로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정체성 찾다가 정체되다?!
올해도 소리축제가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축제에 대한 평가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007 전주세계소리축제’는 10월 6일부터 10월 1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중심으로 도내 곳곳에서 열렸다. 올해 소리축제는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월드뮤직축제로서 위상을 더욱 확고하게 했지만, 운영과 관련해서는 많은 문제들이
지적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정체성만을 강조하다 축제가 정체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였다. 축제 초반 평균 객석 점유율이 70%에 이를 정도로
순항했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부터 소리축제는 운영상의 문제점을 노출하며
실망을 안겼다. 실제 방문객 수는 기대에 못 미쳤고 축제 분위기도 제대로 살지
않았다. 그러나 ‘정체성만을 강조하다 축제가 정체되는 것 아니냐’는 비평에는
소리축제가 정체성을 분명하게 확보했으며 공연예술축제로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가능성도 포함돼 있었다.
소리축제 조직위원회가 폐막기자회견에서 밝힌 올 축제 방문객 수는 15만500명.
지난해 13만5000명에 비하면 약 14% 정도가 늘어났다. 하지만, 여기에는 각 시·군
순회공연과 도심 곳곳에서 열린 거점공연 숫자가 포함돼 있어 실제 메인 행사장인
소리전당을 찾은 관객은 작년과 비슷한 수치거나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조직위도 인정하는 운영 문제
지난해 소리축제 조직위는 1회부터 6회까지의 축제를 바탕으로 ‘종합평가 및
발전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소리축제에 참여했던 관객과 축제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평가는 의미있는
결과들을 도출해 냈다.
이 평가에 따르면 소리축제 운영과 홍보 등에 대한 관객들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반면, 프로그램 질에 대해서는 기대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고 실제 체감한
만족도도 높았다. 이는 소리축제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소리축제 종사자들이 가장 만족스러워 하는 점은 단연 공연의 다양성이었다. 가장
불만족스러운 점으로는 조직운영과 마케팅, 홍보 등이 차례로 지적됐다. 축제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점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65% 이상이 홍보와 조직운영을 들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2007년 축제에 대한 평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곽병창 총감독은 폐막기자회견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고 자평하면서도 홍보 부족에 대한 문제를 인정했다.
이는 소리축제가 프로그램 측면에서는 정체성을 잡아가고 있으면서도
축제운영면에서는 비슷한 문제들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보, 운영 및
업무분담, 예산규모 및 배정 등을 포함한 내부의 문제들을 보다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홍보와 운영, 잘 할 수는 없는가?
지난해 시도한 ‘통합입장권 시스템(입장권을 구입한 사람만이 축제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는 대신, 실내공연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놀이공원의 자유입장권과
비슷한 개념)’의 실패 요인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큰 이유는 축제 공간에
울타리를 치고 돈을 낸 사람만이 입장할 수 있다는 폐쇄성이 지역 정서와 부닥쳤기
때문이다. 홍보 부족도 실패의 중요한 요인이었다. 소리전당 주변에 부대시설이
부족해 관람객들을 불러모으지 못했다는 건 그 다음 문제다.
통합입장권을 폐지한 올해, 조직위는 프로그램별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밝혀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해마다 축제 시작 100일 전에 가졌던 전체 프로그램
발표회도 올해는 30일 전에서야 이뤄졌다. 예산이 늦게 확정됐기 때문이다.
일부 공연은 예술성과 국제적 위상이 매우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으로 관객
동원에 한계를 보였으며, 조직위 홍보팀 조차 공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있었다. 한 전문가는 “나조차도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 지 모르겠는데 일반인들은
어떻게 알겠냐”며 “프로그램별 홍보 뿐만 아니라 난이도가 높은 공연에 대해서는
공연장 안에서의 설명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또는 공연단체의 인지도에 비해 너무 큰 공연장을 택함으로써 공연의 집중력을
저하시키는 등 운영상 문제는 프로그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유료 방문객수가 6만7000명(2006년)에서 1만2972명(2007년)으로 줄었고,
평균 객석점유율도 75%에서 71%로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티켓 수익금이 1000만원
가량 늘어난 것은 통합입장권을 폐지하고 공연별로 티켓을 판매했기 때문인 것으로
계산된다.
패키지 티켓 이용법의 사전 홍보 또한 부족했으며, 축제 기간 인터넷 예매가 되지
않아 관객들의 불편과 불만이 이어졌다.
갑작스럽게 행사 장소가 변동된 경우 스탭이나 자원봉사자들이 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해외공연팀 공식 기자회견에 전문통역사를 기용하지
않아 소리축제에 대한 신뢰도를 전반적으로 떨어뜨렸다.
소리전당 모악당 앞에 차려진 체험부스들은 양적·질적으로 실망스러웠다. 부스
숫자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해가 지고 문을 닫으면 너무 어두워져서 아이러니하게도
축제 공간을 단절시키고 말았다. 물론, 축제 성격과 전혀 상관없이 체험부스들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서는 안되겠지만, 이 공간은 야외무대인 놀이마당과
실내무대인 모악당을 잇는 지점으로 축제에서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모든 축제가 운영과 관련해서는 늘 터덕거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올해 소리축제가
노출한 운영상의 문제점들은 분명 미숙함에서 벌어진 실수들과는 달랐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취재했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인상적이었다.
문화관광부가 축제 평가를 시작한 1999년부터 탈춤페스티벌은 줄곧 최우수축제로
선정돼 왔다. 탈춤페스티벌 관계자는 “안동 시민 누구나 축제의 연출가나 평론가가
될 수 있어야 한다”며 “축제의 생명력을 위해서도 장기적으로 시민들이 축제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역량을 쌓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춤페스티벌은 해마다 운영 매뉴얼을 제작,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축제가 대학생들을 자원봉사자로 활용하는 것과는 달리,
탈춤페스티벌 자원봉사자는 주부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시민들을 교육시키지
않으면 축제를 지속시키기 어렵다는 믿음 때문이다.
입장권을 판매하는 지역 업체에 인센티브를 줘 판매율을 높이고 축제 참여를 유도한
것도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7회 행사를 치른 소리축제는 이제 10년을 바라보고 있다.
전통예술축제로서 지역 안팎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소리축제가 판소리를
바탕으로 진정한 월드뮤직축제로서 더욱 견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기를, 나아가
세계적인 예술축제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소리, 몸짓’을 주제로
아흐레 동안 펼쳐진 축제현장 ‘제자리 걸음’
아스라한 공연의 여운은 티켓에 남는다. 지난 10월 14일 폐막한 2007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안숙선)를 즐긴 기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연주자들의 시선과 손짓을 통한 교감은 여전히 찌릿하다. 매년
가을이면 전주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음악들. 축제의 시작과 끝에서 마주한 단 한
가지 생각은 ‘경험의 부재는 공석을 부른다’이다. 잘 차려진 만찬도 음식의 맛을
알아야 숟가락이 간다.
프로그램과 대중 사이에 놓인 강
‘소리, 몸짓’이라는 올 축제 주제만 보아서는 장사 좀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예술의 포화상태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심심한 음악공연은 사실 매력이 없다.
그동안 소리축제는 구수하고, 신명나는 판을 벌이기보다는 넥타이와 잘 차려진
슈트로 멋을 내야만 관람이 가능한 예술제의 분위기에 가까웠다.
축제 시작 전 조직위는 “판소리를 중심에 두고, 월드뮤직이 그 둘레를 살찌우는
구조”라고 올 축제의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해 ‘소리-워매드’(WOMAD)를 향한
관객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고, 세계 각국의 토속음악이 현재화 되는 과정은 분명
판소리와 맞닿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월드뮤직은 아직 낯설다. 자치단체의 예산에 대부분을 기대고 있는 축제란
점에서 대중이 외면하는 공연은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포장을 잘한 축제가
맛있는 법이다. 올 소리축제장은 어떤 공연을 먼저 볼지 선택하기에는 포장된 정보가
너무도 부족했다.
축제의 현장에서 만난 한 음악평론가는 “월드뮤직의 경우 개별적인 공연의 질은
높았지만 전체적으로 월드뮤직의 새로운 경향, 안목을 전달하기에는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판소리와 월드뮤직으로 양분되면서 대중을 위한 공연도,
그렇다고 전문음악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서있음을
확인시키는 대목이다.
반면 판소리관련 프로그램의 안정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판소리 합창곡 공모와
위촉을 통해 판소리 공연형식을 다변화한 점도 박수를 받았다. 또 ‘판소리 젊은 시선’
‘국내기획초청’ 공모는 작품을 선정해 양질의 작품을 고를 수 있었음은 물론,
예술단체에는 참여 의욕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몇 해 전 판소리와 양악을 접목하는 크고 작은 크로스오버 공연을 배치해
대중들의 호응을 끌어냈던 점에 비춰봤을 때 올 축제의 점잖은 분위기는 다소 아쉽다.
판소리에만 공연이 집중돼 산조나 가곡, 가사, 사물놀이 등 여타의 우리음악은
소외받았다.
넒은 축제공간을 오밀조밀하게 탈바꿈
조직위는 공식폐막기자회견에서 올 축제의 방문객을 15만 5천명으로 집계발표
했다.
지난해에 비해 약 14% 증가(2006년 13만 5천명)했다고 밝혔지만 7개의 시·군
순회와 전주시내 곳곳의 거점공연 방문객을 제외하고 나면 메인행사장인
소리전당에 머문 방문객의 숫자는 늘지 않았다. 평일 메인 행사장인 소리전당이
을씨년스러웠던 이유다.
설치된 부스는 대부분 야외공연 출연진들의 대기실, 지역축제홍보, 선거관련 부스 등
소리축제를 즐기러온 방문객에게는 불필요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고, 탈춤체험,
판소리배우기 등의 프로그램은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뜸한 구석이나 부스 뒤에 숨은
공간에 배치해 눈에 띄지 않아 참여율이 부족했다.
뜨거운 해를 피하기 위해 오후 7시에 배치한 야외공연은 저녁이면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기온으로 골탕을 먹었다. 소리전당 내 서예비엔날레와 조각전 등이 동시
개최되면서 소리축제만의 컨셉을 살린 쉼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공연장 선택의 아쉬움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작품 또는 아티스트의 인지도에 비해
너무 큰 공연장(2천여석 규모의 모악당)을 택해 공연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도 한
것. 각각 전통문화센터와 한옥생활체험관에서 펼쳐진 전국대학창극축제,
판소리복원연주·고음반 감상은 미운오리새끼마냥 축제의 울타리에서 벗어났다.
전주를 방문한 타 지역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소리전당과 같은 규모의 공연장에서
소리축제가 열리는 것을 부러워했다. 실내공연장 3곳을 제외하더라도 전당 내
공간은 치밀한 동선분석과 관람객 설문조사를 통해 소리축제만의 상징성을 지닌
축제공간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축제 운영의 틀, 조직위의 역할
국내 관객, 전주 청중들에게도 낯선 ‘월드뮤직’의 성공여부는 홍보가 관건이다.
공연과 아티스트별로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홍보가 이뤄지지 못했다. 해외공연의
경우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통역자와 홍보맨이 필요하지만 조직위는 공연팀을
백화점식으로 나열 해 놓았을 뿐,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지 않았다.
패키지 티켓 이용법의 사전 홍보부족으로 행사 기간 중에 인터넷 예매가 되지 않자
관객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소리전당의 위치가 대중교통이 많은 중심가도 아니기
때문에 사전예약이 필수지만 전화예매와 현장발권만 가능한 구시대적인 티켓부스를
운영했다.
소리축제는 조직위를 구성하고 있으며, 전문 인력이 상근을 한다. 하지만 축제의
핵심인 프로그램 중 국내공연의 경우 ‘초청’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문화 단체에게
넘겨놓고, 조직위는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축제 이후 사후공연과 타 지역 순회공연 등 지속적인 공연마케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수익사업도 차단된 상태다. 판소리를 근간에 두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판소리에 대한 연구와 기획 등의 투자가 전무한 것은 축제의 뿌리를 공고히 하는데
걸림돌이다.
축제에 참가할 공연단체에게 주어지는 자율성도 좋지만 소리축제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모인 공연을 다듬을 전문 프로그래머가 필요하다. 물론 축제의 마니아층
확보를 위해서라도 판소리를 잘 아는 소리꾼, 월드뮤직을 체계적으로 경험한 전문가,
그리고 공연과 무대, 축제전문가 중에서 일꾼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