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 |
[초록이 넘치는 生生 삶 만들기 ] 전주시 쓰레기 더미에서 느낀 단상
관리자(2007-12-24 19:26:10)
전주시 쓰레기 더미에서 느낀 단상
욕망과 소비가 남긴 흔적, 쓰레기 문제 방법 찾기
지은 지 15년 된, 90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508호에 사는 한 남자가 놀이터에서
노는 한 여자와 아이를 관찰하며 수첩에 메모한다. 한밤중이 되자 남자는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가져와 욕조에 쏟아내어 그것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남자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쓰레기종량제가 시작된 첫날에 그가 버린 검은 봉투에 담겨진 쓰레기를
보고 그를 찾아낸 아파트 부녀회 여자들에게 봉변을 당한 이후부터였다. 쓰레기
안에는 그가 헤어진 여자에게 쓰다만 숱한 편지지들과 우편물, 청구서가 들어 있었다.
쓰레기봉투를 뒤지면서 삶의 진실을 발견해 나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하성란의 “곰팡이꽃”을 소개한 글이다.
쓰레기는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의 시대, 자본주의 상품의 시대가 남긴 욕망의
필연이다. 그 흔적을 뒤 ◎?아보면 삶의 일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쓰레기는 우리의
또다른 자화상인 셈이다. 우리가 쏟아내는 쓰레기는 하루 1.6kg. 이 쓰레기가
나오기까지 들어가는 자원은 성인의 몸무게와 비슷한 54kg이다. 30년 전만해도
일년 쓰레기 배출양이 평균 60kg 남짓이었으니 열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산화탄소
발생량 증가는 말할 것도 없다.
이 쓰레기들은 도시의 외곽 어디쯤에 파묻혀졌다. 큰 건물을 짓거나 택지조성을
하다보면 어디선가 반드시 옛날에 묻힌 쓰레기 더미가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주시 서부신시가지와 하가지구 택지조성 공사장에 어마어마한 반원형의 구조물이
있었다. 저 임시 구조물이 무엇일까? 무척 궁금해 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그것은 비위생적(그냥 묻어버린 쓰레기)으로 매립한 쓰레기를 분리해서
처리하는 시설이었다. 심지어 학교 공사를 하다가 운동장 아래쯤에서 쓰레기 더미가
나온 곳도 있을 정도다. 처리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었을 것이다.
쓰레기매립장과 소각장은 님비 논란을 부르는 혐오시설로 많은 행정력 낭비와
사회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갈등사안이다. 더 이상 매립장을 지을 곳도 없고,
소각장을 짓는 것도 배출가스 유해 논란으로 주민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도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데 행정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일단 처리하고
보자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낸다. 대체 후보지를 결정하지 못한
행정은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론에 호소하며 후보지 주민들을
압박하기도 한다. 밀어붙이기 좋아하는 정부가 오죽 했으면 정부가 법률로 폐기물
처리시설 주변 지역주민 지원 법률까지 만들어 규모에 따라 수십억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을까? 물론 이 지원은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에만 해당된다.
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는 없을까? 냉장고에 코끼리를 집어넣는
방법(냉장고 문을 연다. 코끼리를 넣는다. 문을 닫는다)과 같은 우스갯소리처럼
간단하다.
첫째는 쓰레기 발생량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일이다. 제도적인 규제와 시민들의
생활방식과 의식의 개선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는 분리수거를 잘해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민들의 일차적인 분리배출이 중요하나,
분리 배출된 쓰레기를 제대로 수거해서 재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른바 돈이 되는 대형폐기물이나 폐지 등은 수거가 잘되지만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폐형광등, 소형가전, 폐식용유 등에 대한 체계적인 수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버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생산자배출책임제도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편이다. 고철폐자원수입1조7천억. 재활용은 1%만 늘려도 639억을 절약할 수
있으니 쓰레기 자원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쓰레기 수거 시스템의 첫
도입은 발생량을 줄이고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만들어진
종량제 봉투 사용 제도다. 이 제도 도입 이후 분리수거는 빠르게 정착되었다.
특히 전주시의 분리수거율은 타 시군에 비해 대체적으로 높은 편이다. 푸짐한 전라도
음식문화로 음식쓰레기 발생량이 전국 평균에 비해 10% 정도 많기는 하지만
일찍부터 음식물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등 환경정책에서 앞서가는 지역으로
평가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전주시 곳곳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시간이 갈수록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전주시가 최근 불법 쓰레기와의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이번 쓰레기 전쟁의 이유는 매립에서 소각으로 쓰레기 처리 방식이 바뀌면서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생활쓰레기들이 전주시 삼천동 광역쓰레기 소각장에
반입된다는 것이다.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환경감시원들은 가연성이 낮은
음식물이나 배출가스 발생량이 높은 플라스틱이나 비닐, 타지 않는 캔이나 고철
종류들이 소각로에 들어가면서 배출가스가 증가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소각장을 운영하는 위탁 업체에서도 분리 소각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반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반응은 대체로 둘로 나뉜다. 시민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당장은 지저분하더라도 참아야 한다며 시의 행정을 지지하는
의견이 하나다. 또 다른 의견은 골목골목에 방치된 쓰레기 더미가 전주의 이미지를
크게 헤치고 시민생활의 불편을 키운다는 것이다. 충분한 대책이나 홍보 없이
졸속으로 진행해놓고 모든 책임을 시민들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깔려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잘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그나마 분리수거나 청소행정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민마저도 시에서 말하는
불법쓰레기는 종량제 봉투가 아닌 비규격 비닐봉투에 담아 버려진 쓰레기라고
생각할 정도다. 또한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방법도 너무 어렵다고 호소한다. 깨진
액자는 어떻게 버리는지, 과자 봉지는 분리해도 된다는데 어떻게 분리배출 해야
하는지, 주택가에는 왜 분리수거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지, 내가 버리는 쓰레기에
얼마나 많은 재활용품이 들어있는지 잘 모르는 시민이 많다.
전주시는 불법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각장 견학 교육이나 홍보물 배포,
아파트 방송을 통해 시민들에게 알렸다고 하나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인다.
이미 소각장은 작년부터 시험가동을 거쳐 올해 초 정식으로 운영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에 매립에서 소각으로 변하는 쓰레기 처리 방식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
감시 및 단속 체계 수립, 효율적인 현장 견학 등 관련 대책을 충분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 같다. 쓰레기 파동이 계속되면서 분리수거의 필요성과 가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현장교육, 보다 편리한 쓰레기 배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후속조치들에 대한 고민도
엿보이지 않는다.
특히 소각장 등 현장교육은 주로 시설의 안전성과 법률적 기준치를 지키고 있다는
시설 홍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소각장에서 현황 교육을
듣고 온 초등학교 2학년 아들 녀석에게 잘 다녀왔냐고 물으니 “쓰레기 좀 버려도 될
것 같은데, 깨끗하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데” 라고 말할 정도다. 위탁운영 업체나
청소행정 관계자들은 분리수거만 잘하면 된다는 사고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소각장의 문제는 쓰레기 재활용율을 높이고 배출을 억제하는 사회적인 흐름을
형성하기 보다는 기여하기 보다는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쓰레기를 분리해서
소각할 것인지가 고민이라는 것이다.
전주시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쓰레기와의 전쟁은 과거에도 몇 차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분리수거가 되지 않은 쓰레기를 처음 며칠 동안 수거하지 않다가, 시민의
민원이 계속되거나, 언론의 비판 보도가 나오면 슬그머니 수거를 재개했었다. 이런
과정은 시민들에게 시간이 지나면 수거해 갈 것이라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 스스로 자원을 아끼고,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등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우선적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시민의식이 바뀔 때만을 기다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매립이 소각으로 바뀐
상황에서 쓰레기 처리 과정이 근본적으로 변화된 상황에 맞는 종합적 전략과
대책수립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가 이번 쓰레기 파동으로 얻을 것은 긴 호흡으로 쓰레기 배출량을 줄여 가자는
시민적인 합의다. 이어서 생산자 책임배출제도 등 정부의 분리수거 제도에 기반한
수거 시스템 구축, 일상생활과 소비의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체계적인 환경교육 및
홍보, 분리수거한 쓰레기를 편리하게 내놓을 수 있는 배출시스템 구축이다.
“쓰레기는 반으로 재활용은 두 배로” 때론 아주 간결한 슬로건이 해법일 때가 많다.
오늘 한 번 자신의 쓰레기 봉투를 열어 놓고 일상생활의 흔적을 기록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