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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 | [특집]
정치적 반항인가, 새로운 참여인가 20대 핵심 문화 코드, '인터넷과 디지털'
라도삼 사이버 문화연구소 연구원(2003-04-18 17:02:18)
월드컵과 '붉은 악마', '앙마'와 촛불시위, 대선과 '노사모', 정말 '아헿헿'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언제는 월드컵의 열기에 미쳐 광장을 지배하고 대한민국을 외쳐대더니, 언제는 촛불시위를 벌이며 미국을 에워싸고 있다. 정치에 관심 없을 것이라던 아이들은 투표를 독려하고 마침내 자신들만의 승리를 만들어 냈다. 도대체 이들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도대체 이들은 어디로 나가고 있는 것일까? 사실 오늘날에 있어 20대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이해해야 한다. 40대가 신문과 독서를 즐기는 세대고, 30대가 텔레비전 영상에 빠져 있는 세대라면, 20대는 인터넷 세대다. 그들은 온라인 게임과 더불어 성장하였고, 여러 가지 온라인 공동체에 참여하여 세상을 접하며 성장했다. 전화보다는 핸드폰의 문자메시지에 익숙하고, 화상채팅과 게시판 논쟁에 익숙하다. 사회적인 언어체계로 얘기하기보다는 자신들만의 언어체계로 얘기하길 원하며, 윗세대와 동화하기보다는 그냥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성하기 원한다. 그 어떤 세대보다 강한 문화적 폐쇄성을 갖고 있는 20대. 그들은 무엇이며, 그들은 어떤 문화적 코드를 지니고 있는가? 사실 20대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의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인터넷의 강국이다. 하지만 인터넷의 문화는 여느 나라와는 확연히 다르게 성장해 왔다.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성장한 인터넷의 문화. 그 문화적 특성은 무엇인가? 우선 우리나라 인터넷은 PC방을 중심으로 한 상업적인 오락네트워크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특이점을 보여준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PC방은 없다. 거의 모든 나라는 대학이나 사회 공공기관에서 인터넷을 접속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PC방이 있다. PC방이 핵심을 차지함으로 해서 포르노가 있었고, 게임이 성장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게임방인 PC방은 게임을 하는 창구였고, 결과적으로 강한 게임매니아와 게임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문화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이전까지 포르노를 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맘 놓고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고, 사정을 고려할 것도 없다. 다른 어떤 나라에 비해 뛰어난 기술(skill)을 지니고 있는 게임 매니아가 있고, 이들이 스타크래프트와 리니지,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시장을 지배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게임 국가 한국. 그 속에 우리들의 20대가 있는 것이다. 둘째, 전통적인 강한 유교주의 사회는 인터넷으로 하여금 또 다른 문화를 만들도록 만들었다. 알다시피 우리는 유교주의 사회다. 체면과 전통을 중시하고, 권위와 명예를 우선으로 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고,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참고 산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르다. 인터넷은 익명성을 기본으로 한다. 때문에 사회적 체면이나 권위를 생각하지 않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체면이나 권위를 생각하면 무시당하고 왕따당한다. 그냥 생각난 대로, 자신의 욕구대로 표현하는 세계, 그것이 인터넷이다. 때문에 인터넷과 더불어 성장한 세대는 참거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그저 그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눈치를 볼 것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세대, 그것이 20대다. 이런 20대의 문화가 인터넷을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인터넷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강한 유교주의 전통 사회의 빗면에서 인터넷이 자라고 있기에 전통적인 가치관에 익숙해 있는 우리로서 이해하기 어렵고, 낯설고, 걱정스럽고 염려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20대는 진정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일까? 진정한 20대의 이해는 20대가 추구하는 가치관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인터넷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의 특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우선 20대는 강한 개성체이다. 그들은 뚜렷한 개성과 자기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차이를 구하려 하고, 자기를 드러내려 한다. 20대는 어렸을 적부터 온갖 영상물에 갇혀 살아 온 세대다. 그들은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사회를 배운 것이 아니라, 컴퓨터와 영상으로부터 사회를 배웠다. 그렇기에 그들의 세계는 편협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끝까지 하고, 전문가 수준의 지식과 열정을 보여주지만, 자신이 싫은 것은 전혀 하지 않는다. 아니 관심조차 보여주지 않으며 자신들의 말로 그대로 '생까'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그들에게는 자신의 세계가 있다. 자기가 어떤 것에 관심있는지, 그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그것부터 이해하는 것이 20대를 이해하는 출발이다. 둘째, 20대는 욕망과 배설의 공동체다. 쉽게 말해 그들은 참지 않는다. 타인의 눈치를 보거나, 이해를 구하지도 않는다. 자신에 맘에 들지 않으면 욕설을 퍼 붙고 야비하게 공격한다. 성장과정에서부터 익명성에 익숙한 이들 세대는 나를 밝히고, 체면을 생각하고 말하기보단 그저 자신의 감정을 쏟아놓기에 바쁘다. 타인이 어떤 상처를 입을지 걱정하지 않으며, 자신이 보았을 때 부당하다고 생각하며 그 생각을 숨김없이 털어낸다. 그런 욕망과 배설의 공동체가 20대며, 그런 충동적인 행동이 지배하고 있는 세대가 20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막무가내는 아니다. 그런 욕망의 배설 속에서 그들은 자신과 같은 사람을 찾아내고, 공동체를 만들어 낸다. 공동체를 통해 집단의 이해를 만들어 내며, 사회와 대립하여 자신의 주장을 내세운다. 자신의 개성을 인정해 준 사람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안다. 그렇기에 우선 알아야 할 것은 그들의 욕망이다. 그들이 과연 무슨 욕망을 꿈꾸고 있는지., 그래야만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셋째는 드러냄의 욕망이다. 20대는 드러내고자 한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며, 자기가 속한 집단에서 '짱'이 되고자 한다. ID는 그들의 이름이고, 아바타(Avarta)는 그들의 모습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보다 ID가 지니고 있는 권위와 명예를 사랑하며, 아바타를 더 숭상한다. 사회적으로 어떻게든 자신을 드러내려 하며, 자신의 모습 속에서 아름다움과 다름의 미학을 찾아내려 한다. 성형도 마다하지 않는 아름다움과 차이에 대한 추구. 그것이 바로 20대며, 20대야말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세대라 할 수 있다. 넷째, 사이버 액티즘이라 불리는 강한 행동주의적 사고를 지니고 있다. 월드컵의 열기와 촛불시위, 대선에서 보듯, 그들은 온라인에서 벗어나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정치적인 부당함에 대항할 줄 알며, 자신에 대한 권위와 명예를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안다. 20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나'다. 나는 세상의 중심이고, 세상의 원리다. 내가 아니면 그 어떤 타인도 거부하는 원리, 그것이 바로 20대의 원리다. 현재 보이고 있는 사이버 행동주의는 바로 그런 전형을 보여준다. 우리가 지금까지 사회의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는 세대였다면, 그들은 '나'라는 존재, 즉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확인 속에서 산다. 미국이란 존재도, 나라는 존재의 자긍심을 해하면 인정할 수 없다. 도대체 타인이 무엇인가? 그것은 유일하게 '나' 속에서 인정되었을 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여중생이 사망했는데도 무죄판결을 받는 그런 현실에서 그들은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느끼고, 사회적 공분 속에 과감히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존중감, 자긍심, 자기 세계에 대한 자신감, 그것이 바로 20대를 바탕하는 원리이자 힘이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때론 어설프고 치기 어린 것만은 사실이다. 또 위험스럽고 지나치게 쉽게 광분하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이버에서 가해진 수많은 테러와 정치토론, 그리고 해킹과 명예훼손, 엽기와 안티사이트, 자살사이트를 보면, 20대가 갖고 있는 지형이 얼마나 다양하고, 때론 위험스러운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20대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20대의 문화가 사회적으로 걸러질 수 있는 게이트 키핑 시스템이 안 되어 있는 우리 현실의 문제다. 우리 사회 자체가 20대의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안 되어 있다는 사실,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우린 우리 사회의 원리로부터 20대의 문화를 포용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한다. 20대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고, 행동하고, 우리 사회에서 건전한 비판과 견제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들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보다 더 전문적이고 폭넓은 식견으로서 그들에게 리더쉽을 보여주어야 하며, 그들이 따를 수 있도록 사회적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그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그들의 존재감을 인정해 주어야 하며, 그로부터 그들을 사랑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20대다.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에게는 충성을 다하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세대가 바로 20대다. 그런 20대를 포용할 줄 아는 문화를 갖는 것, 그것이 바로 인터넷과 더불어 성장하는 20대를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 사회의 임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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