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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 |
[최승범 시인의 풍미기행] 솔바람소리 향미의 송이버섯
관리자(2007-12-24 19:00:53)
솔바람소리 향미의 송이버섯 지난 가을엔 송이 복이 터졌었다고 할까. 외국 여행길에서도 즐기고, 국내에서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송이는 바로 송이버섯을 말한다. 이 송이버섯을 식용으로 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문헌에 드러나 있음을 본다. 이인로(李仁老), 이색(李穡), 김시습(金時習)의 한시에서 볼 수 있거니, 시인들도 몹시 즐긴 버섯이었던 것 같다. 한자로는 송이(松    ), 송심(松     ), 송균(松菌), 송화심(松花           )으로 표기되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시베리아 등 적송(赤松) 숲에서 산출된다고 하나, 품질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태백·소백산맥에서 나는 것을 으뜸으로 꼽는다. 송이철은 입추 후의 가을이다.   중국여행길에서 즐긴 송이는 8월 24일, 길림성 도문시의 「일광산 청와산장」 (日光山 靑瓦山莊)에서였다. 간판에는 <청기와가든>의 한글 표기도 있었다. 만찬의 자리였다. 연병대학에 연구교수로 나와 있는 부산대의 임종찬(林鍾簒) 교수가 한 상자의 송이를 가지고 찾아왔다. ‘백두산 송이’라고 했다. 일행은 일제히 탄성을 울렸다. 급한 마음에 생송이를 기름소금에 찍어 맛보고, 뒤이어 소금구이를 부탁하여 즐길 수 있었다. 한참 오리고기 안주에 배갈을 마시던 입 안 탓인지 송이의 솔향기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런대로 외국 나들이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송이요, 백두산 송이를 두만강변의 「청기와산장」에서 좀은 푸짐하게 즐기는 자리이거니, 그 맛을 이러쿵저러쿵 말할 것 있으랴. 이날 밤 나는 허물없는 내 고장에서 술을 마신 듯 혼취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여행에서 돌아와 송이를 즐긴 것은 추석 무렵이었다. 신환철(申桓澈) 교수의 호의에 의한 것이다. ‘북한의 칠보산 송이라고 합니다. 맛이나 보세요.’ 상자 안에는 금방 따낸 듯한, 갓 피기 전의 굵직한 송이가 네 개나 들어 있었다. - 아, 바로 저 송이구나. 직감할 수 있었다. 며칠 전의 신문기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사 내용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준 선물이 북한 칠보산 송이 4t이었다. 청와대는 이를 국내인사 3800여 명에게 나눠주었다.’   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지난 가을 남한에서 칠보산 송이 맛을 본 사람은 비단 3800여 명 뿐이겠는가.   각설하고, 나는 이 우정의 선물을 집에 가져가서 즐기기로 하였다. 월여 전 중국에서 즐긴 송이는 임 교수 덕분에 「청기와가든」에서였는데, 이번엔 신 교수의 우정으로 하여 청와대 선물 송이를 집에서 즐기게 된 셈이다. 나는 친구를 초대할 것도 없이 눈 딱 감고, 늙은 아내와 둘이서 만이 즐기기로 하였다. 아내에게 네 끼니를 요량하도록 하였다. 송이소금구이로 한 끼니, 송이황태국으로 한 끼니, 송이밥으로 한 끼니, 송이호박볶음으로 한 끼니. 송이소금구이와 송이호박볶음으로는 독작(獨酌)의 술잔도 기울였다. 홍만선(洪萬選)의 《산림경제》였던가. 송이를 ‘채중선품’(菜中仙品)이라 하였는데, 네 끼니에 걸쳐 이 맛을 즐기자니 과연 선미(仙味)라 이를 만도 하다. 일본의 영문학자요 식도락가였던 요시다 겐이찌(吉田建一)는 송이의 향기를 들어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다. 저 소리는 어떠한 음악 소리였을까. 나는 송이의 향미에서 솔바람 소리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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