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 |
● 문화시평 ◎ 호남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심 청”
관리자(2007-12-24 19:07:26)
‘도창’과 ‘뮤지컬양식’의 조화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들판의 곡식만 여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연예술도 가을이 되면서 그동안 준비해온
여러 가지 공연물들이 우리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그 중 호남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심청”만나게 됨으로서 이제 가을이 시작되고 있음을 문화예술계에 알리고 있다.
문화예술의 교류 중 무대 종목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그러기에 국내외에서 문화 교류 중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이
음악을 통한 기악·성악의 독주회 등과 소규모 또는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통한
연주회와 종합예술인 무용극과 뮤지컬 그리고 오페라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에는 중국을 통하여 대륙문화예술을 수입하여 교류하였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해양을 건너온 서구문화를 수입하여 원본에 가깝도록 또는 각색하여
우리문화와 접목하려는 시도는 언제나 있어 왔다.
호남오페라단의 20여 년 동안의 공연 연보는 곧 전북의 음악사를 보는 듯하다.
1986년 창단 이후 전반부는 외국의 오페라를 중심으로 공연하였으며, 2000년대
이후는 우리나라 역사속의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 창작오페라를 과감하게 기획
공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은 전북의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오페라를 창작
공연함으로서 전북의 오페라단으로서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월 14-16일 3일 동안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모악당에서 펼쳐진 오페라
“심청”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양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첫 번째는 <창극>에서
사용하고 있는 도창의 양식을 도입하여 1부와 2부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부에서는 판소리 심청가의 처음부터 심청이가 인당수에 이르는 대목까지를
도창으로 처리하였으며, 2부에서는 심청이가 환생하여 태자와의 결혼을 온 세상의
사람들과 함께 축하하는 설명에서 추월만정 대목으로 넘어가고 있다. 도창에는 두
가지 역할이 있는데 하나는 <아니리>로서 내용을 압축하여 이야기로 전개하는
방법과 <창>으로서 대목과 대목을 연결하는 방법이다. 이번 공연 “심청”에서는
창으로서 대목을 연결하고자 하였으며, 특이한 점은 도창을 작곡하여 창자가 소리를
하도록 하였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뮤지컬의 음악적 양식을 삽입하여 청중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도록 하였다.
호남오페라단에서는 그동안 창작오페라에서 <판소리의 목>을 사용하여 작곡된
작품을 계속적으로 시도하였다. 이는 전북의 지역적인 정서와 오페라의 한국화에
대한 중요한 의미를 둘 수 있다. 이런 작품의 계속적인 공연은 곧 우리음악의
활성화와 저변확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다만 작품을 선정할 때에 우리의
일반적인 문화유산을 소재로 하여 창작하는 경우와 기존의 음악(예: 현재 공연되고
있는 판소리 또는 창극과 판소리의 목을 사용하여 작곡된 음악 등)을 다시 오페라의
음악으로 선정할 때에는 많은 고민이 따르리라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호남오페라단에서는 창작오페라에 있어서 내용적인 면과 음악적인
면을 좀 더 구체화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면 하는 바램의 욕심을 전하고자
하며, 호남오페라단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좌표를 제시함으로서
한국오페라의 발전과 정착에 기둥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며, 더욱 매진하기를
기원하고자 한다.
심인택/ 1954년 충남 논산 출생. 서울대 국악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북도립국악원과 전주시립국악단 상임지휘자를 지냈다. 전주세계소리축제
연구위원과 전주국악실내악단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