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 |
● 마당수요포럼 - 전주, 도시를 디자인한다
관리자(2007-12-24 19:07:13)
도시의 모습이 그 도시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도시의 이미지를 디자인하고
아름다움을 살리려는 노력은 도시 마케팅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들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정부입법으로 국회를 통과한 ‘경관법’은 디자인을 통해 도시
마케팅을 하려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에 불을 지폈다.
전주시 또한 한국적인 미가 살아 있는 품격 있는 예술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아트폴리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도시 경관, 건축, 역사경관, 공공디자인,
공공예술, 정책분야 등 5개 분야의 학계 및 관계전문가 29명을 ‘전주아트폴리스
추진위원’으로 발족했다.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공간과 서부신시가지 등 새롭게 개발되는 현대적
공간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간판정비, 야간경관, 아름다운 주택모델개발,
공공건축디자인, 도시이미지구축 등 통합적으로 검토해 보아야할 문제들도 많다.
지난 9월 12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쉰일곱 번째 마당수요포럼은 ‘전주, 도시를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김경인 전주아트폴리스 추진위원이 발제자로 나섰다. 김병수
한옥생활체험관장이 좌장을 맡았다.
지난 9월 12일 최명희 문학관에서 열린 쉰일곱 번째 마당수요포럼은 ‘전주, 도시를
디자인한다’를 주제로 펼쳐졌다.
이날 포럼은 일인당 국민소득과 도시경관에 대한 관심도의 상관관계에 대한
발제자의 발언과 간판 문제 등으로 논의가 모아졌다.
김경인 전주 아트폴리스 추진위원의 발제가 끝난 후, 김영배 김제자활후견기관
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요즘 전주 시민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경관 문제다. 우리도시 경관을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이끌어
갈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며, “하지만, 발제자의 말처럼 경관 문제가
소득수준과 꼭 직결되는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현재 전북의 일인당 소득 수준은
약 1만 불 정도다. 그렇다면, 발제자의 말처럼 일인당 소득이 2만 불이 될 때까지는
경관 문제에 대한 희망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아니면 관주도로 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요즘 새로 지어지는 건축물들은 새로운
경관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접근해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다만, 기존의 건축물 등이
문제가 될 것 같다. 기존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 혹은 그런 사례가 없는
건지 궁금하다. 덧붙여, 지금 전주 한옥마을은 전통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경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김경인 추진위원은 “현재 전주 시민들의 소득수준이 1만 불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2만 불이 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만 불 도시와 4만 불 도시가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답했다.
최효준 전북도립미술관 관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수치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2만 불이 넘어야 시민들이 비로소 경관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소득수준이 높아진다고, 우리가 좋아하는 프랑스의 파리가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소득이 필요조건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할 것 같다는 것이다”며, “현대인의 미적 감수성이 조선시대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있다.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영국의 여성으로 한국에 와서 그림을 그렸던 엘리자베스
키스의 작품을 전시한 적이 있다. 그 사람이 남긴 글을 보면, 우리나라의 초가집을
굉장히 아름답게 봤다고 한다. 유럽은 농촌에 가 보면 거의 다 흑갈색의 기와로 집이
지어졌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시골에 가보면 전부 빨갛고 파란 지붕들이다.
우리나라 경관은 분명히 조잡하다. 문제는 이걸 고쳐나가기 위해 우리의 경관을
고쳐나가야겠다는 의식을 가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식을 고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옥마을에서 나들 전시환경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병철 씨는 어떤
기준에 얽매어 도시를 디자인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젠가 텔레비전을
보니까 스위스의 디자이너들이 서울에 와서 너무나 멋지다고 하는 것을 봤다.
스웨덴이나 스위스 같은 나라들은 이미 공공디자인을 통해 도시를 가꾼 나라들이다.
매일 정형화된 거리만 바라보다가 서울 명동 같은 자유분방한 곳을 보니까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었던 것 같다”며, “도시 디자인이라는 것이 함께 관리해나가자는
것이지 어떤 기준을 만들어서 꼭 그렇게만 해야 한다는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완자 전 전북도의원은 “경관문제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간판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건물을 예쁘게 지어놔도 몇 개월만 안있으면 간판
때문에 다 버려버린다”며 간판 문제를 거론한 뒤, “전통과 현대를 잘 공존시키면서
경관을 가꾸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소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소득이 부족하다면 행정이 주도해서 경관문제를 풀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도의원 활동을 할 때, 화장실 개선 사업을 추진했다. 몇 십억 들여 화장실
개선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소득수준이나 의식 수준 때문에 좋게 지어봐야 얼마
못갈 것이라는 말들이 있었다. 무슨 화장실 개선 사업에 몇 십억씩 쓰느냐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사업을 한다고 하면 그 누구도 여기에 대해 토를
달지는 않을 것이다”며, “문제는 마인드다. 경관 사업에 대한 인식을 넓혀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포럼의 막바지 김경인 추진위원이 여러 발언들에 대해 답변했다.
그는 “지금까지 행정과 민간업자 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고, 시민들과도 자주
접촉한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마음 상태를 잘 알고 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굳이
2만 불이라는 숫자를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의식과 리더의 의지다. 지금 지자체는 리더의 의지 없이는 일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시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이 않더라도, 리더의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일을 해나갈 수
있다”며, “간판 문제는 상인들의 소득과 직결되는 문제다. 실제로 간판이 크면
매출이 높아진다. 때문에 의식의 전환과 함께 어떤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규제를
한다면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크기를 완전히 줄이는 것은 지금 상황으로는 무리다.
전주의 간판 전체가 한꺼번에 작아지지 않는다면, 저기는 큰데 우리는 왜 작나라는
말들이 끊임없이 나오게 돼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경관조성을 통한 도시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의식 개선과 리더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간판규제 등 세세한 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며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