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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 |
[최승범 시인의 풍미기행] 훈춘(琿春) 붕어회의 맛
관리자(2007-12-24 18:54:21)
붕어회(   魚膾)를 먹었다면 놀라워할 친구가 많을 것이다. 간장디스토마를 연상하기 쉽겠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세기 수질오염이 이야기되면서부터 붕어회는 먹어서는 안될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60년대 초, 나는 어느 날의 해질녘 술자리에서 몇 점의 붕어회를 맛본 일이 있다. 임실 운암저수지를 다녀온다는 ‘강태공’ 친구의 권을 내 고집만으로 물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봉리 어귀의 막걸리집 주모가 솜씨있게 떠낸 몇 점을 초고추장에 찍어 맛보았다. 고들고들한 맛이었다. 물고기의 비린내는커녕 고소한 맛까지 돋았다.   이것이 난생 처음의 붕어회 맛이었다. 그 후엔 아주 못 먹을 것으로 내놓았다. 그런데 40여 년 만인가, 지난 8월 중국여행에서 뜻밖의 붕어회를 다시 맛볼 수 있었다. 여행목적은 「세계시조사랑협회」 주최의 ‘한중민족시포럼’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다. 연길(延吉)에서의 포럼을 마치고, 하루는 두만강변의 유적지 관광을 나섰다.   도중, 훈춘(琿春)의 「대전식당」(大田飯店)에서 점심을 들게 되었다. 한국에서 참가한 일행 27명의 안내를 맡은 「훈춘작가협회」의 고문이요 조선족원로작가인 김동진(金東振) 시인이 예약한 식당이었다. 푸짐하게 잇달아 나오는 이곳 ‘조선족’의 상차림에 호기심이 앞선다.   ‘이것은 무슨 무침인가.’ 보기엔 나물무침도 같고 생선무침도 같다. 한 젓가락 맛을 보자 씹히는 생선에 잔가시가 박혀 있는 느낌이었다. 바닷고기려니 싶어 생선이름을 묻자, 김시인은,   ‘붕어.’ 라는 대답이다. 그리고 이곳 붕어회는 명물이란다. 차림표에는 들어있지 않으나 특별히 부탁하여 마련한 것이라는 덧붙임이었다.   60년대 꼭 한번이었을 뿐, 그동안 날것으로는 먹지 않았던 붕어회가 아닌가. 나는 께름칙한 생각이었다. 이를 알아차린 듯 김시인은,   ‘문제없습니다. 깨끗한 물에서 난 붕어요, 이곳 우리네들 다 잘 먹습니다. 맛이 최고야요.’   의 자랑이다. 회무침에는 무·고추·오이·당근 썰이도 아울렀다. 그 위에 통깨도 아낌없이 뿌려놓았다. 아닌게 아니라 먹음직스럽다. 내가 첫젓가락을 대었던 것도 눈맛이 앞섰던 것이다.   앞에서 40여년전 처음으로 먹어본 붕어회 맛을 고들고들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훈춘에서의 붕어회 맛은 가슬가슬한 느낌이었다. 그만치 입안에서의 감촉이 가칠거리고 빳빳하였다. 그 맛은 붕어의 크기나 종류에 따라서도 다르려니 싶다.   붕어의 종류는 다양하고 그 맛도 산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는 말하였다. 전라도 전주·삼례, 충청도 제천, 평안도 평양·의주, 함경도 경흥에서 나는 붕어 맛이 좋다고 했다. 서유구(徐有   )의 《난호어목지》(蘭湖魚牧志)는 강이나 내에 사는 붕어가 누런 빛깔로 맛이 좋고, 못이나 늪에 사는 것은 빛이 검고 맛도 좋지 않다고 했다.   훈춘의 붕어 빛깔은 확인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흑룡강성(黑龍江省) 발해(渤海)유적지를 돌면서 들은 이야기로는 경박호(鏡泊湖)의 ‘붕어탕’이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옛날 발해왕들도 즐겼다는 것이다.   나는 붕어라면 찜이나 조림을 좋아한다. 평북 정주(定州)가 고향인 시인 백석(白石)은 ‘호박잎에 싸오는 붕어곰이 언제나 맛 있었다’고 했다.   ‘붕어곰’은 ‘붕어탕’과 다른 것인가. 조리법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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