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9 |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특별강좌 지상중계 -1
관리자(2007-09-15 12:23:08)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특별강좌 지상중계-21세기 문화동향과 지역문화
창조적 문화의 시대 지역문화의 지평을 열자!
성공의 열쇠는 창조적 꿈이다 강의 |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21세기를 이끌어갈 가장 큰 동력 중 하나가 ‘문화의 힘’이라는 점에 있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문화의 힘을 통해 지역을 혹은 국가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금도 각 나라와 수많은 지역들이 오늘도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화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이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창조력’이라고 답합니다.
지난 8월 22일 최명희 문학관에서 열린 쉰여섯 번째 마당수요포럼은 김명곤 전 장관의 특별강좌로 진행되었습니다. ‘창조적 문화의 시대 지역문화의 지평을 열자!-21세기 문화동향과 지역문화’가 주제였습니다.
김명곤 장관은 이날 특별강좌에서 전 국립극장장과 전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의 경험을 통해, 오늘날 문화산업을 가꾸어 나가는데 있어 핵심 쟁점과 이를 풀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놓았습니다.
시시때때로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도 최명희 문학관에는 김명곤 전 장관의 특별강좌를 듣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이날 김명곤 장관의 특별강좌 내용을 녹취해 싣습니다. 21세기 문화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방안을 들어봅니다.
내 고향, ‘전주’는
반갑습니다. 제 얘기는 짧게 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고향이 전주구요. 고등학교 때, 어떻게 하면 전주를 탈출하나 연구하다가 서울로 도망갔습니다. 왜냐하면, 저 어렸을 때 제 고향 전주는 가난으로 인한 가슴 아픈 추억들이 많았어요.
서울에 가니까, 또 한국을 탈출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독일 유학가는 꿈을 꿨습니다. 제가 독일어를 공부했는데, 그때 저의 꿈은 독일이든 영국이든 유학을 가서 세계를 공부하고, 돌아오는 것이었어요.
대학교에 가서도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이 전라도 사투리를 없애는 것이었어요. 서울에 가서 제가 말하니까, 서울 친구들이 제 말을 흉내를 내는 거에요. 절 놀려먹은 거죠. 걔네들은 제 말투가 아주 이상하게 들렸는 모양이었습니다. 사투리를 없애려고 제가 한 2년 동안 고생을 했어요. 그래도 잘 안돼요.
그런데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판소리를 하게 됐어요. 판소리를 배우니까 전부 전라도 말이에요. 판소리 공부를 하면서 제 고향말을 다시 배우기 시작한거죠. 제 고향말이 그때 너무 낯선거에요. 그러면서 제 꿈도 바뀌게 되고, 제가 좋아하던 서양음악이 점점 우리 전통문화 전통음악으로 향하고, 이러면서 제 고향에 대한 사랑을 다시 찾게 됐어요. 떠나려던 고향냄새,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아 계셨던 곳, 땀 냄새, 흙냄새를 다시 찾게 해준 것이 판소리였어요. 그때 판소리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쯤 전주사람이 아니었을거에요. 영영 고향을 잃고, 서양음악 서양문화에 심취해 살았을꺼에요.
전통, 청바지를 입다
우리의 경우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지금까지는 적당주의가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늘상 고민했던 것이, 이 전통문화 전통예술이라는 것이 내가 사랑하고 좋아해서 노력한다고 해서 현대화할 수 있겠느냐, 세계화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고민스러웠어요. 지금까지도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구요. 아마 여기계신 분들도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신 분들이 굉장히 많을 겁니다. 전주가 지금 전통문화를 가지고 도시를 가꾸어 나가려고 하고 있고, 전라북도의 미래도 과연 어떻게 바꾸어나가야 될 것인가를 고민할 때, 현대적인 산업과 전통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낼 것인가가 문제에요. 전주는 어느 도시보다 전통의 향기가 강하고 전통의 뿌리가 깊은 곳이에요. 한옥이라던가 한지라던가, 판소리라던가 이런 것들을 자랑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현대화와 맞물려서 갖고 갈 것인가가 아주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에요.
제가 국립극장장을 하고 있을 때, 영국의 국립극장장을 만났어요. 그때, “너의 가장 큰 고민이 뭐냐”고 물으니까. “젊은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보게 하는 것”이라고 해요. 그곳은 정말 유서 깊고, 영국 최고의 공연장이거든요. 여기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은 국가에서도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는데. 그런데 지금 이사람 얘기가, 지금 이 극장이 너무 낡아서 노인네들만 오는 극장으로 전락해버렸다는 거에요. 인식도 그렇게 되버리고, 젊은 애들이 이 극장에 안온다는 거에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젊은 사람들을 공연장으로 오게 할 것인가라고 그래요. 그 고민은 저도 하고 있던 거거든요. 전통이라는 것은 나이 먹은 사람들이나 좋아하는데, 저도 어떻게 하면 전통문화를 젊은 세대들에게 받아들이게 할 것인가가 고민이었거든요.
근데 그 극장장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한 선택이, 다음 극장장을 뽑을 때, 아주 젊은 사람을 파격적으로 뽑았어요. 원래, 영국 국립극장장은 50대나 60대 정도가 되는 최고의 원로 연출가들이 하는 자린데, 뮤지컬 ‘캣츠’를 연출했던 40대 초반의 사람을 극장장으로 뽑았어요. 영국 사회가 아주 난리가 났지요. 어떻게 그런 뮤지컬 연출가를 극장장으로 뽑느냐고. 또 이 사람이 들어와서 난리를 냈어요. 청바지를 입고 장발을 휘날리면서 출근을 하고, 20대 연출가들 데려다가 실험극을 하고, 거기를 아주 막 개판을 만들었어요.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이럴 수가 있느냐고 난리가 났는데, 그런데 젊은 사람들은 무지무지 좋아했습니다. 그래가지고 그 영국의 국립극장이 완전히 새롭게 변했습니다. 관객도 늘어나고 작품의 스타일도 달라지고, 실험적이고 젊고 신선한 작품들이 공연되면서 새로운 바람이 일어났어요. 이 사람이 3년을 하고 그만두고 다시 연출가의 길로 나섰어요.
나이아가라 폭포 위 외줄을 건너는 일
그런데 이 친구가 극장장을 그만두고 나서 인터뷰를 했는데, “극장장을 해보니까 어떻습니까” 하고 물으니까. 이때 이 친구가 한 말이 아주 유명해요.
“나이아가라 폭포에다가 외줄을 달아놓고 그 위를 외발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한 손으로는 접시 3개를 돌리면서 가는 것과 같더라”라고 대답을 하는거에요. 한번 상상을 해보십시오. 폭포에 줄을 매달아 놓고, 그냥 건너가기도 힘든데 외발자전거를 타고 간다, 그럴러면 얼마나 많은 훈련을 하고 시행착오를 하고 목숨을 건 도전을 해야겠죠.
그런데, 이 자전거를 타고 갈 때, 제일 중요한 것이 뭐겠습니까.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떨어지잖아요. 바로 균형감각이겠죠. 그것은 어떤 중심이냐. 내가 그의 말을 해석해보자면, 여기에는 예술과 경영의 양 폭포가 있는 거죠.
예술만 해도 먹고 살수 없고, 경영만해서 돈벌이에만 나설 수도 없는 거고. 이 예술과 경영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균형감각이 필요하겠죠. 또 하나는 전통과 현대의 양 폭포가 아니겠는가. 전통으로도 안되고, 그러나 전통을 버리고 현대로만도 갈 수가 없고, 이 두개를 어떻게 균형을 잡아서 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했구나고 생각하는거죠. 그래서 제가 그 친구의 그 말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또 거기에 플러스해서 한손으로 접시를 돌린다는 것은 뭘까요. 이것은 저 혼자 가는 것만이 아니라, 쳐다보는 사람들을 즐겁게도 해줘야 하는구나. 그래서 이건 고객중심주의다.
그 사람의 비유가 오늘날 문화활동을 하는 우리들에게 똑같이 느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비윱니다. 이런 고민을 극장장으로서 저도 하게 됐습니다.
오늘의 주제가 세계 문화 정책과 지역문화화의 관계인데, 중앙정부의 문화정책과 지역의 문화정책이 따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이냐. 이게 전혀 분리될 수가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양쪽 절벽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 중앙이 있다면, 반대쪽에는 지역이 있다. 이 양자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야 하는 거죠. 옛날에는 위에 중앙이 있고, 그 밑에 지역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지나갔어요. 중앙과 지역은 이제 상하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로 상호간의 균형과 협조를 해나가야 하는 관계죠. 그래서 이걸 어떻게 균형을 잡고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는 거죠.
또 여기에 ‘접시’의 비유는 세계화의 과제라고 봅니다. 지역과 중앙이 서로 협조를 해가면서, 한나라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그 문화를 발전시켜서 문화산업을 일으키고, 문화산업을 일으켜서 국민경제 활동이 엄청나게 활발해지고. 이럴 때 이런 산업이 목표로 하는 바가 지역 주민만이냐, 국민들이냐 아니면 전세계 사람들이냐게 따라 전혀 모양새가 달라지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