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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9 |
[서평] 저요, 할말 있습니다.
관리자(2007-09-15 12:19:20)
서평 - 저요, 할말 있습니다. 내가 모르던 나와 친구, 그리고 대한민국 청소년 글 | 오은진 (전주 중앙여고 3학년)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이 책이 과연 10대의 삶을 얼마나 잘 표현해 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 했다. 글을 쓴 기자가 10대가 아닌 이상 타인의 관점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우리의 모든 것을 표현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변동하는 10대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나 번번이 제대로 행해지지 못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놀랄 수밖에 없었으며,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발견했다. 그 속에는 내가 모르던 내가 있었고 나의 친구가 있었고 전국의 대한민국 청소년이 있었다. 현재까지 나는 모순적이게도 십대이면서도 십대 문화의 중심에 서 있지 못했다. 우리에게 과연 내세울 만한 문화가 존재하는가. 나는 십대 문화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했으며 한번도 진심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십대 문화는 문화의 형태를 띠고 있긴 하지만 성인들의 문화를 모방한 하위문화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힘든 입시를 견뎌내기 위한 하나의 도피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서 그 속에 편입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배운 것은 그러한 청소년 문화라고 불리는 것은 실제로 나의 삶에 도처하며 결코 하찮은 것도 아니고, 그 속에서 나를 비롯한 청소년이 즐거움을 추구하고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우리를 이루며, 우리가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것, 나는 그렇게 십대 문화를 정의하기로 했다. 또한 내가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한 부분은 입시현실에 관한 부분이었다. 저주 받은 89년생이라고 불리면서도 나는 우리 또래가 뭐가 그렇게 불리하고 억울한 처지인가 생각했다. ‘변화하는 입시체제에 빨리 발맞추면 그만이지, 우리가 나선다고 얼마나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불리한 처지를 내세워 현실을 유리하게 만들어 보려는 것은 아닐까?’하며 그들을 부정적이고 태만하게 여기며 나는 오히려 더욱 부정적이고 태만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우리나라의 지옥 같은 입시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을 고3이 되어서이다. 고2 겨울방학 때부터 본격적인 고3 공부가 시작되고 쉬는 시간과 점심, 저녁시간까지 아끼며 12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면서 나를 비롯한 주변의 많은 친구들은 전에 없던 이상한 증세를 나타냈다. 목, 어깨, 무릎을 비롯해서 결리고 저리지 않은 데가 없으며 변비, 설사에 배가 딱딱해지고 이상한 꾸르륵 소리가 나는 온갖 위장장애. 바로 고3병이었다. 공부는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즐겁게 즐기면서 해오던 나였지만 한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보는 시험과 내 노력의 점수화, 그리고 사람들의 섣부른 판단들… 끊임없이 바뀌는 입시정책들과 물거품 되는 나의 수없는 노력들. 공부는 더 이상 즐기며 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이 책의 앞부분엔 이러한 우리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단 한글자도 우리의 생각과 마음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땅을 바라보고 길가의 들꽃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책상에 앉기를 강요받았다. 우리의 꿈과 이상은 계속된 평가와 절망에 실체를 잃어 갔다. 친구의 눈동자에서는 빛나는 꿈과 희망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미래를 그리던 우리들의 입은 어느새 닫혀 있었다. 고2 때까지만 해도 공감하지 못하고 그저 딱하게만 바라보던 일들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공간에서도 우린 자신을 찾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통제하고 꿈을 찾아야만 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그저 형체 없는 불안이었던 것들이 우리가 처한 현실임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이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그것을 깨닫는 일은 언제나 의미가 있다. 불안감의 형체를 정확히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고 다시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이 나의 또래에게 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고 우리를 이루고 있는 문화를 이해하고 내 친구를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의 사고나 행동 또한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청소년의 입시나 생활, 시위운동, 문화를 폭 넓게 매우 사실적으로 써내고 있지만 내가 대한민국의 수험생인 만큼 입시에 관한 내용이 가장 크게 다가온 것 같다. 또한 청소년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우리 또래가 쓴 것처럼 우리 삶에서 한 치도 떨어져 있지 않은 이 책을 통해 사회는 청소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하고 성장하는 존재라는 것을! 오은진/ 현재, 전주중앙여고에서 힘든 고3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뚜렷한 가치관과 신념을 지향하는 아직은 꿈 많고 당찬 소녀이다. 평소 하늘 보는 것과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꿈을 이뤄나가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바쁜 수험생의 생활을 이겨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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