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9 |
[문화시평] 수리수리 전주
관리자(2007-09-15 12:13:19)
문화시평- 수리수리 전주
예술인들이 만든 작은 축제를 엿보다
한 여름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길까지 점령해 버린 무성하게 자란 풀, 시원하게 들리는 물소리, 첨벙거리며 신나게 오후 한때를 보내는 아이들, 깡충깡충 징검다리를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이의 아빠 등 전주천이 가지고 있는 한 낮의 풍경이다. 이곳에 어느 날 갑자기 예술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천변 둔치에 무대가 설치되고 예술가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하더니 어느새 천변 가득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하는 것들이 만들어졌다. 전주천에서 한바탕 축제가 벌어질 모양이다. 예술인들은 왜 갑자기 전주천에서 축제를 하기위해 모인 것일까. 지금부터 이들의 행위에 대한 이유 있는 발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예술인들의 작은 반란
전주천은 전주의 중심부를 휘돌며 시민들의 휴식처이면서 추억의 대상지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예술인들은 자연 상태 그대로를 전시장처럼, 또는 공연장처럼 활용하며 공공의 예술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이 전주천이라는 장소성에 대해 가지는 매력은 아마도 환경의식에 대한 시대적인 반영과 자연이 주는 완벽한 배경으로 인해 예술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수리수리 전주’도 전주천이라는 공공의 장소성이 가지는 적극적인 전달방식과 시각적인 효과로 인해 일단은 축제로서의 작은 성과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서 이 축제의 의미부여는 장소성에 대한 시각보다는 예술단체들이 자발적으로 의기투합하여 모이게 된 이유에 있다.
그 이유는 예술단체들의 열악한 재정과 분산된 예술행위들로 인해 소모적이고 무관심한 행위로서 끝나버리는 것에 대한 자각으로 시작되었다.
이들 단체들은 전라북도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았지만 행사를 만들기에는 너무도 적은 예산이어서 구슬에 실을 꿰듯 지원을 받은 각 단체들이 모여 분산된 예술의 힘을 모으자는 것을 의도한다.
그래서 ‘환경전 숨’, ‘텐트속의 문화’, ‘전주국제행위예술제’, ‘전북구상회화제’ 등 네 개의 단체가 주축이 되어 설치미술로 시각예술을 만들어내고 퍼포먼스, 연주, 시낭송, 무용 등 전통과 현대의 다양한 공연이 축제기간 내내 함께 했으며 그 외에도 부대행사로 한지체험과 ‘근대사 박물관展’, 문화예술교육 체험으로 대중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였다.
이들은 그렇게 축제로서 갖추어야 할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통해 대중과 가깝게 소통하면서 예술인들의 필요에 의한 자발적인 축제를 만들었다. 이 축제를 통해 예술인들의 작은 반란은 시작되었다.
이들의 행위는 축제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우리가 안고 있는 예술계의 현실과 개선되어야 할 비판의 목소리를 함께 담고 있기에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분명히 있다.
제3자의 발언
8월 1일부터 5일까지 펼쳐진 ‘수리수리 전주’는 중간에 폭우로 인해 공연이 취소된 하루를 제외한 사흘 동안의 축제를 지켜보면서 예술계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들의 이유 있는 발언은 분명 우리에게 전달하는 바가 크지만 여기에 제3자의 발언을 개입시켜보고자 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축제를 평가하고 비판한다는 것보다는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본 시각과 축제를 운영한 주체들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를 해소하는데 약간의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수리수리 전주’를 바라본 제3자의 시각은 네 가지로 구분해서 얘기할 수 있다.
첫째, 지자체 이후 각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축제가 가지는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행해지는 소규모의 축제는 나름의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예산이나 진행 인력에 있어서 열악하기 때문에 자연히 밀도 있는 축제가 만들어지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
‘수리수리 전주’도 마찬가지로 형식이나 내용에 있어서는 축제형식으로 외형적인 규모는 갖추어져 있지만 그 안에서의 내실은 부족해 보인다. 이것은 소규모 축제가 안고 있는 프로그램의 차별성과 대외적인 홍보 부족으로 인한 동네잔치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즉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장소의 주변인들과 관련 사람들이 참여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행사가 가지는 의미보다는 소모적이라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인해 처음 취지가 희석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시각예술 축제로 만들겠다는 기획 의도는 공연예술 중심으로 바뀌는 주객이 전도되는 형상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축제의 집행부는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예술의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를 담아 전주천 주변을 설치 작품화하였다.
그러나 막상 축제기간동안 시각예술은 공연예술의 부대행사처럼 비춰지게 되었고 몇 백 개의 작품이미지 설치는 무대의 배경처럼 되었다.
물론 종합 예술을 포괄하는 축제의 성격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아니지만 시각예술이 주류가 되고 부가적으로 공연예술이 접목된 새로운 축제는 우리에게 더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셋째, 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의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 전체를 총괄할 수 있는 기획력은 읽어내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참여하고 있는 여러 예술단체들은 각각의 진행으로 인해 개별적인 작업으로 참여한 듯 보였고 공연예술도 다양성을 추구하다보니 여타의 축제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성향만을 드러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가야할 것은 창작자와 기획자의 업무 분담이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획자를 통해 하나의 중심으로 다양성을 펼쳐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게 된다. 이 부분은 앞으로 ‘수리수리 전주’가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넷째, 장소성에 대한 해석은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는가라는 문제이다.
이 축제는 의미적인 측면에서 게릴라성을 띈다고 볼 수 있는데 전주천이라는 자연 속에 갖추어진 장소에서 대중들이 찾아오기를 바라기보다 도심 안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중 속에 파고드는 것이 더 큰 기대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장소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고려하여 작품설치를 했는가하는 문제인데 설치 작품들은 개방된 공간에 놓이는 만큼 예술성과 함께 안전성에 대한 부분도 예술가가 한 번 더 깊이 고민했어야 한다. 즉 전시장과 자연 속에서의 전시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과 같이 문화예술은 우리들의 삶 속에서 많은 부분이 일상으로 침투해있다. 그래서 이러한 축제가 소통의 또 다른 통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는 고민을 안게 되며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되는 것이다.
구혜경/ 1971生 원광대학교 한국화과와 숙명여대 미술사학과 석사 졸업. 전주서신갤러리 큐레이터와 원광대학교 연구원을 역임했으며 공공미술과 문화예술교육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다원예술공간 ‘모리에서다’와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