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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9 |
[신귀백 영화엿보기] 영화 대학, 오래된 TV
관리자(2007-09-15 12:08:43)
신귀백 영화엿보기 영화 대학, 오래된 TV '광주'는 진행형이다.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개혁과 진보에 대한 고민과 통일에 대한 끊임없는 진행형이지만 정말 친한 친구 아니면 술자리에서도 그 기억의 되감기 버튼을 함부로 누르지 않는다. 그해 5월은 글이나 영화로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오윤이나 홍성담처럼 무채색 판화로 이야기 되는 것이 전달하는 힘이 더 있을 터. 87체제로부터 20주년 혹은 붉은 별이 떨어진 지 십수 년, 일해공원이라 이름붙이고 싶은 역사를 미분하려는 세력들에게는 5.18이 '광주기담' 이겠지만 광주는 잊을 만하면 우리 존재를 상기시켜주는 하방경직성을 유지하고 있다. 먼저 <꽃잎, 1996>. 5월 광주, 의문사한 친구의 여동생을 찾는 장선우의 이야기는 니들 이걸 잊어? 하는 훈계가 깔려 있어 보는 사람을 불편의 긴장으로 몰아넣는다. 아들을 찾아 시위대에 들어간 엄마, 금남로에서 딸은 엄마의 손을 놓친다. 엄마가 죽고 이정현은 눈을 뒤집고 정신없이 악을 써댄다. 계속되는 흑백 플레시백 장면, 역시 익숙한 관습. 애니메이션이 새로운 느낌을 주지만 해금소리가 편하지 않다. 이정현이 부르는 김추자의 꽃잎은 감독 취향. 바싹 마른 몸에 강간을 저지르는 공사장 인부 문성근, 글쎄. 조금 방심하면서 갔으면 좋았을 텐데. <꽃잎>이 당한 사람들의 지옥을 표현한다면 이창동의 <박하사탕, 1999>은 진압군으로 광주를 산 젊은이가 살아가면서 겪는 지옥도. 수배대학생을 고문하다 손에 똥을 묻히는 삶을 살아야 했던 한 루저가 순수한 청년의 날로 ‘나 돌아 갈래’를 외친다. 영호의 파멸에는 80년 5월 '화려한 휴가' 작전을 수행한 시간들이 지울 수 없는 상처의 원인임을 각인시켜 준다. 이보다 먼저, 비주류 영화계에서는 광주 항쟁 당시 비극을 조금은 선동적 다큐멘터리 양식으로 접근한 작품들이 몇 있는데,   최진실 박신양의 <편지>로 히트를 친 이정국 감독이 신인이던 이경영을 내세운 <부활의 노래, 1990>는 광주항쟁을 다룬 최초의 극영화. 영화는 항쟁을 전후해 들불야학을 주도했던 실존인물 3인의 삶을 그리고 있다.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옥중 단식 끝에 사망한 박관현, 들불야학 박기순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태영. 인터넷에서는 거의 축구선수 정보가 뜨지만, <칸트씨의 발표회, 1987> <황무지, 1988>라는 광주 관련 16mm 영화를 만든 장본인. 영화동아리 ‘장산곶매’의 장윤현(후일<텔미썸씽>을 만든)등이 만든 83분짜리 <오! 꿈의 나라, 1989>는 상영저지 자체가 뉴스가 되던 작품. 이들은 <공장의 불빛, 1988>, <파업전야, 1990)>, <닫힌 교문을 열며, 1991> 등 현실고발적 단편영화들을 계속 제작한다. 이들의 보여준 말들의 풍경을 퀄리티로 논하려면 당시의 억압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사비를 털어 제작한 이야기나 정부의 상영불가 스토리는 지금은 전설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수난은 배급, 마케팅, 기획의 유익한 공부가 되어 오늘날 한국영화 중흥의 소중한 자산이란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 <화려한 휴가>를 제작한 기획시대의 유인택 대표, 제작자 이 은(심재명 부군), 배우 문성근도 이 동네 출신. 영화판에서 제작과 배급을 맡은 이들이 잊지 않고 하방경직성을 유지한다면, 칠판 앞에 선 사람들 역시 할 일이 있을 것이다. 대학 선생은 선풍기 함부로 발로 끄는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시절>과 <꽃잎> 리포트를 통해서 한국사를 가르치고, 중고등 교사들은 연탄재 발로 차지 말라는 말을 이해 못하는 세대들에게 단체관람 후 수행평가 과제를 내 줄 일이다. 그래야 광주에 대한 진경산수가 나온다. 광주에 관한 완벽한 영화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신귀백ㅣbutgoo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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