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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9 |
[이종민의 음악편지] “느리고 꾸준하게! ”
관리자(2007-09-15 12:03:01)
이종민의 음악편지 “느리고 꾸준하게! ” 참으로 기나긴 여름입니다. 더워서만도 아니고 예측불허의 날씨로 인한 공포 때문만도 아닙니다. 어지러운 대선정국이나 참담한 아프카니스탄 소식도 예측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  두려움과 답답함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우리의 민주화 혹은 선진화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인가? 인류의 ‘문명화 지수’도 아직 이 모양 이 꼴이란 말인가? 더욱 짜증나게 하는 것은 전혀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예의 ‘돈타령’! 얼마나 풍요로워져야 이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지. 대선 후보들도 하나 없이 ‘경제 살리기’를 외쳐대고 있으니, 아니 우리 경제가 언제 죽었나? 몇 십억 호가하는 아파트가 후다닥 팔려나가고 해외 골프투어 티켓이 동이 나고 일본으로 장보기 하러 가는 주부들이 줄을 서 있는 마당에 경제가 죽었다니… 제 주면만 해도 해외로 여름휴가 다녀온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던데… 전주를 전통문화도시로 만들어가는 일을 힘차게 추진하던 전 시장(현 도지사)이나 그 일을 계승하여 힘차게 추진하겠다는 현 시장도, 요즘 하느니 ‘경제 타령’ 뿐입니다. 전통문화 일도 돈 벌자고 벌리는 것은 아닌지, 가끔 ‘알 수 없어요!’에 휩싸이곤 합니다. 돈 없이 되는 일 없겠지만 그렇다고 돈이 우선일 수만은 없을 터인데. 문화의 시대에 문화가 돈이 되는 것은 분명한 일이지만 돈 앞세워서는 문화도 안 되고, 그렇게 되면 돈도 멀어진다는 것을 진짜 모르는 것인가? 왜 삶의 질을 얘기하다가 70년대식 경제개발적 망상을 반복하는 것인지, 저에게도 올 여름이 유난히 지루하고 더웠답니다.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아프리카나 북한의 어린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돈타령’에서 좀 벗어나야 할 텐데, 그렇지 않아도 무더운 마당에 괜한 걱정을 푸념삼아 해봅니다. 올 여름나며 기후 걱정 하는 분들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폭우, 걷잡을 수 없는 돌풍. 이러다가 우리 모두 열대식물 입에 물고 갑자기 얼어 죽은 매머드 꼴이 되는 것은 아닌지. 경제보다 이런 거 먼저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흔히들 자연재해라 합니다만 자연으로서야 참 억울한 말이지요. 인간의 욕심에 의해 헝클어진 질서를 나름으로 회복해보려고 노력한 결과일 터인데 자기들이 저지른 ‘만행’은 잊어먹고 자연 탓만 하고 있으니, 참.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 뼈 가루로 만든 사료를 먹이니 광우병이 생기는 거 아니냐 이 말입니다. 이제라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모아나갈 일입니다. 21세기에 전통문화를 뒤늦게 강조하는 것도 그것이 바로 오랜 세월동안 자연과 함께하며 빚어낸 지혜의 산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급하게 승하면 망하는 것도 급할 수밖에, 술 즐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급하게 폭음을 하는 사람은 곧 끊고 술 없는 사막 같은 삶을 길게 견디어야 합니다. 반주 삼아 조금씩 마시는 이들이야 숟가락 들 힘 있을 때가지 즐길 수 있는 것이고요. 그래서 또 다시 “느리고 꾸준하게!”(Slow and Steady!)입니다. 음악 하나 올립니다. 뉴에이지 뮤지션 딘 이븐손(Dean Evenson)이 작곡한 [나무이거나 아니거나](To Tree or Not To Tree)라는 곡입니다.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To Be or Not To Be)를 연상시켜주는 제목이 재미있습니다. 아니 의미심장합니다. 나무의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그 반대로 갈 것인가? 나무와 함께 할 것인가, 대상화 하여 이용할 것만 궁리할 것인가? 더 거창하게, 대자연을 벗하면 살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으며 살 것인가? 이런 생각들로 머리를 주억거리게 하는 것입니다. 깊은 숲속에서나 느낄 수 있는 ‘정적의 음악!’ “들리는 곡조도 아름답지만 들리지 않는 곡조가 더욱 아름답구나!” 영국 시인 키츠(John Keats)의 시 구절입니다만, 숲속의 들리지 않는 음악을 굳이 들리는 악기를 통해 표현해보자면 이렇게 될까? 작곡가 이븐손은 자연을 등진 현대인들의 각박한 심성을 달래주기 위해 이런 음악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천둥소리, 시냇물 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원시림에 비 내리는 소리 등과 잘 어울리는 플룻, 첼로, 기타, 하프, 키보드 등의 연주를 통해 숲의 의미를, 대자연의 심오한 뜻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처럼 점점 강퍅해지는 우리들 성정을 다스리기 위해서라도 이런 음악에 자주 귀 기울일 일입니다. 아니 무더위나 짜증나는 세상일로 인한 심기불편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한번 들어볼 일입니다. 눈을 감고 남태평양 어느 외딴 섬으로 떠나보시지요. 그 깊은 원시림 한 가운데 천년도 넘은 고목에 해먹을 매달고 누워있다고 상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시냇물 소리가 가깝게 들리고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있겠지요. 여러분은 그 그물침대에 누워 이 세상에서 가장 평안한 음악에 귀 기울이며 욕스러운 세상사를 잠시 잊고 있을 것이고요. 그러면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 뭉클뭉클 솟아오르는 어떤 기운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돈타령’에, ‘피랍소식’에, 대선정국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뉴스 때문에 잃어버린 어떤 근원의 생명력. 다시 나의 본모습을 되돌아보게 하고 잃어버린 공동체를 떠올리게 하는 그 원초적 사랑의 기운이 다시 힘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시 이웃들과 더불어 쌩쌩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의지와 용기를 되찾게 되겠지요. 작곡자 이븐손이 바라는 바일 것입니다. 이런 의도로 만들어진 그의 1993년도 음반 [숲 비](Forest Rain)에 실려 있습니다. 매미 소리 요란한 거 보니 이제 여름이 물러날 때가 다가오나 봅니다. 모두가 한때인 것을… 발버둥 한다고 벗어날 수도 없고 가만 놔둬도 변하기 마련인 것을… 이 음악 들으시며 상큼한 가을맞이를 위한 몸과 마음의 건강, 가뿐 회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이종민ㅣ전북대 교수·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 ※ http://e450.chonbuk.ac.kr/~leecm로 접속하시면, 그동안의 음악편지와 음악을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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