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8 |
[형성은 박사의 공간이야기] 새로운 환경시대, ‘공공’과 ‘예술’을 주목한다
관리자(2007-08-14 19:52:56)
새로운 환경시대, ‘공공’과 ‘예술’을 주목한다
도시공간에 설치되는 환경조형물은 오랜 역사를 통해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공개적으로 놓인 하나의 상징물 또는 기념물의 역할과 인공적인 도시공간에서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이루는 예술작품의 의미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부분의 환경조형물은 자격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면서도 도시공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조형물이 처음 만들어진 의미와는 다르게 환경 개선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저하시켜 도리어 외면당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조형물은 도시의 이방인이 되었고 이것들을 처리할 규정조차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들과 작가들 사이에서 환경조형물은 일부 상업성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상업시설로서 진정한 조형작품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대다수 담당 공무원들도 현재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제도개선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우리나라의 환경조형물 설치 규정은 외국의 공공미술 사례를 응용한 1% 정책(1% Policy)을 도입하여 1983년 문예진흥법과 1984년 건축조례에서 도시 환경 내 건축물 공사금액의 1-0.5% 이상을 미술작품을 구입하거나 설치하는데 투자하도록 행정조치의 의무화하여, 현행 문화예술진흥법 11조에 연면적 1만m2 이상의 건물에 건축비 0.7%의 미술작품을 설치해야 증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문화관광부 집계에 따르면 1년에 600여억 원, 700여 점의 미술품을 공공장소에 세우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승인신청만 338건, 이중 승인 후 설치된 조형물은 111건으로 96억 7천만 원에 이른다. 한 작품 당 1억 원 내외의 비용을 들여 조형물 하나를 설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건축주와 제작자 사이에 브로커, 가격담합, 이중계약까지 성행하면서 실제 제작비는 원금의 20~30%만을 받고 제작에 들어가는 실정이다. 결국, 환경조형물의 예술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예술가들은 물론 관련단체에서 수년간 새로운‘공공미술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국가차원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공공기금으로 투명하게 환경조형물을 조성하자는 취지이지만 개방된 장소에 설치되는 옥외 환경조형물은 사적공간이면서도 공공성이 강한 예술품으로 사유재산권 침해의 소지를 안고 있다.
실제로 예술작품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건축주들이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작품을 설치하면 환경조형물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고 공간의 불 효율성 작품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환경조형물은 개인 건축주의 사적 소유물이 아닌 공공의 자산이라는 인식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건축비의 일정비율에 상응하는 경비만을 환경조형부담금으로 사회에 부담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요즘 서서히 불고 있는 공공미술정책의 체계적인 확립과 더는 환경조형물이‘시각공해’로 전락하지 않도록 어떻게 조성하고 활성화하여 가치 있는 공간으로 창출할 것인지 본래의 의미와 해결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조형물은 고대 대도시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집중된 지역에 권위의 상징으로 설치되었다. 유럽의 경우 파리와 비엔나 등 당시의 가장 현대적이며 아름답게 치솟은 조형물들은 벽돌, 대리석, 사암, 화강암(묘석) 등의 재료로 사람들에게 대화의 장소, 시, 음악을 듣고, 연설을 듣는 장소로서 고대부터 이용되었다.
초기의 조형물은 신을 숭배하고 전쟁의 사망자와 역사적 인물을 기념하는 상징적 의미로서 만들어졌다. 그리스의 야외조형물은 신들을 위한 종교적 찬미의 의미가 있으며, 로마는 국왕, 병사, 정치가, 영웅 등의 기념비로서 세워졌다.
중세에는 대성당 건축물의 발전으로 시민에게 종교적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적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조형물이 건축물 일부로서 독립된 형태를 주장한 것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시대의 미켈란젤로 작품과 베르사유 궁전의 거대한 정원공원을 중심으로 국왕의 권위와 권력의 상징에서 분리되었으며 1930년대에 들어 공공장소의 기념비로서 설계되기 시작하였다.
현대에서 조형물의 개념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 우리들의 생활과 문화에 관련된 야외조각의 양식과 형태로 변화하였으며 환경조형물로서 제작이 시작된 것은 19세기 초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처음에는 파리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전 유럽에 전파되었으며 그 후 미국과 일본에 전파되었다.
미국에서는 1945년 이후 미학적 지향 예술이 현대 예술로 개화되면서 조각의 혁신에 진흥을 가져왔고, 그 형태에서 도시의 퍼블릭 예술로 발전하였다.
처음에는 예술가, 행정 그리고 건축가 3자가 「오픈 스페이스의 조각 작품」이라는 공통적인 개념으로 인식하여, 이들은 인공물이라는 격리된 예술품을 자연과 함께 공유하는 방식의 작품을 구상하는 공공성의 방식으로 접근하였다.
즉 예술은 그것 자신이 사회적 역할을 결정할 수 있고 공공의 복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이념을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퍼블릭 예술은 1970년대 후반부터 다양하게 전개되기 시작하여 자동차의 보급으로 압박받던 도시공간을 복원하고자 법령을 제정하고 오픈 스페이스에 예술가를 초대하여 삭막한 도시를 개선하였다. 현재 미국에서는 공공미술정책(Art in Architecture) 프로그램이 있다. 이것은 거액의 조성금으로 미국의 모든 예술 활동수준을 향상시키고자 미국 전체예술기금(NEA)과 연계하는 공공시설청(GSA)이 시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환경조형물의 현황은 다양한 관련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전의 자료들은 환경조형물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1990년 IMF 이후, 환경조형물에 관한 조례의 폐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뜨거웠다.
당시 건설업계는 입장은 경제의 어려움으로 도산하는 업체가 수두룩한데 건축비용의 1%를 공공미술에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현행 제도의 폐지론을 주장하였고, 문화계 쪽에서는 도시환경 개선과 문예진흥을 위해 선진국에서 폭넓게 운영하고 있는 방법을 포기하는 것은 문화적으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였다. 이러한 관련 업계 간의 논쟁과 비판적인 시각은 2005년 이후 '공공'과 '예술'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 갇혀 충돌을 거듭하면서도 우리나라의 관련 제도는 이미 시장에 깊숙하게 뿌리내려 시장논리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이미 공공의 미술이라는 복잡한 양상 속에서 최근 미술계의 흐름이 전시작품에서 시장상품으로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미술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팽창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마다 다양한 공공미술사업들이 경쟁을 하듯 설치되면서 환경조형물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적영역인 미술계와 공적영역인 공공미술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많은 환경조형물이 설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의 사업의 전반적인 정책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업 결과가 하나같이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업결과를 한데 모아 살펴보면 대부분이 차별성이 없다. 예산편성, 기획, 공모의 내용이 비슷하고 1년 단위의 사업계획과 단기간의 설계와 시공 그리고 주민참여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에도 긍정적인 측면은 지자체에서 주관하여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적이고 단기간 내에 실현 가능한 환경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여러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공통점이 있다. 영국은 공공기관에서 주도하는 사업이 개인과 일반기업에 의한 사례보다 3배나 많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도 대부분이 공공기관에 의해 위촉된다. 이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는 정부가 1% 법을 제정하고 공공기관보다는 민간에게 법의 준수를 강요하였다.
아직 공공미술과 환경조형물 설치 사업이 큰 성공과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지금까지 비판과 문제점으로 남아있던 '공공'과 '예술'이 문화예술진흥법 그늘에 가려 침체되어 왔지만 이제는 지자체의 주력사업으로 떠오르게 된 계기를 발판으로 새롭게 도약해야 한다. 따라서 공공사업과 환경조형물의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첫 번째, 각 지자체의 관련 조례 제정을 통한 관련 제도의 개선책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설치를 위해서는 선진국의 제도처럼 공모제를 시행하고, 심사에서 전문가와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역의 정서가 반영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두 번째, 건축주들이 부담하는 설치비용은 공공기금화하여야 한다.
환경조형물의 적절한 심사와 설치비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기금을 문예진흥기금으로 편입시켜 공공기관에서 관장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동안 문화진흥법 제도 안에서 문제시되어왔던 '공공'과 '예술'이 새로운 시대, 새로운 환경에서 공공디자인으로 날개를 달고 있다. 도시를 디자인하고 환경을 문화적, 예술적으로 바꾸는 작업은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좀 더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고 환경을 아름답게 꾸일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