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8 |
[초록이 넘치는 生生 삶 만들기 ] 가난하지만 우아하게 여름휴가 보내기
관리자(2007-08-14 19:50:44)
가난하지만 우아하게 여름휴가 보내기
자연과 하나되는 녹색휴가를 떠나자
지루했던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몰려 왔다. 콘크리트 숲은 더욱 숨이 막히고, 열섬 현상에 밤이 되어도 도시는 잠들지 못한다. TV에선 연일 도시를 벗어나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서지로 향하는 차들과 발 디딜 틈 없이 피서객으로 꽉 찬 해수욕장과 계곡의 모습을 내보낸다.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최고에 달했고 그 비용이 1조원을 초과했다는 신문기사는 얇은 지갑을 가진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그래도 아이들과 아내의 성화에 큰 맘 먹고 차를 몰아 여행을 떠나면 설렘은 이내 짜증이기 되기 십상이다. 꽉 막힌 도로와 휴가지의 바가지요금에 달콤한 휴식과 즐거운 시간은 물거품이 되고 재충전은커녕 피곤함만 쌓인다. 피곤한 것은 사람뿐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피서지는 여러 가지 일회용품과 음식물쓰레기로 뒤덮힌다. 자정능력을 수십 배 넘어선 사람들의 오염 행위는 자연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북반구 전체가 마찬가지다보니 자연에게 여름은 수난의 계절임에 틀림없다.
이는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우리의 잘못된 휴가 문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어느 악조건에도 고기를 굽고 푸짐한 음식을 장만해야 직성이 풀리는 나들이 문화 덕에 휴가를 떠나는 가족의 짐은 웬만한 이삿짐을 방불케 한다. 대형마트는 아이스박스에 가득히 고기, 과일, 술, 반찬을 채우고 석쇠, 호일, 종이컵 등 일회용품을 준비하려는 피서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찜통에 솥단지까지 챙기다보니 대중교통 이용은 불가능하고 싸들고 간 음식물을 조리하여 먹다보면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가 넘쳐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휴가문화가 싫다고 신나는 물놀이를 기대하는 아이들과 집을 벗어나고 싶은 아내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 가족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좀 더 의미 있는 휴가여행은 없을까? 얇은 지갑과 자연과 도로도 모두 행복한 나들이, 멀리 떠나지 않고도 자연 속에서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는 녹색휴가를 떠나보자~
녹색휴가는 대규모 레저시설이나 휴양시설과는 거리가 멀다. 숲과 하천의 환경을 해치지 않고 자연의 품속으로 들어가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휴양림이나 국립공원 탐방, 전통문화가 남아 있어 지역의 특성이 담긴 음식이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농어촌 체험마을의 팜스테이나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비우고 새롭게 나를 되돌아보는 산사(山寺) 체험이나 생태적인 테마나 문화유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넓은 의미에서 녹색휴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을 찾고 시골과 산사에 머무른다고 다 녹색 휴가는 아니다. 휴가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자연과 해당 지역을 배려해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짐은 최대한 줄이고 음식은 꼭 필요한 만큼만 준비해 쓰레기 발생량을 줄여보자. 지역의 생산품이나 식당을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느 환경활동가는 집에서 먹다 남은 반찬이나 음식물 등을 얼려가서 볶음밥을 만들어 먹거나 찌개를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휴가지에서 돌아와보니 냉장고에 가득 음식물이 남아있어 쓰레기통에 버린 기억이 있는 분들은 참고해볼만하다.
어디로 갈 것인가?
돈과 시간이 충분하다면 멀리 갈 수 있겠지만 멀지않고 붐비지 않으면서도 녹색휴가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청정지역이 우리 지역에 많다. 지리산, 내장산, 덕유산, 변산반도 국립공원과 마이산, 선운산, 대둔산, 모악산 도립공원과 강천산, 장안산 군립공원이 있으며, 금강과 섬진강, 진주 남강, 만경강과 동진강의 발원지가 전북에 있다. 곳곳에 숲과 계곡이 많다는 이야기다.
국립공원은 숲·곤충·버섯·새·반달가슴곰·계곡생태 등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과 사찰·산성·선현유적지 등 전통 있는 역사와 문화자원을 주제로 하는 것, 갯벌·사구 등 바다의 자원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사전 예약이 필수적이며 홈페이지(http://www.knps.or.kr)를 통해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예약도 가능하다.
녹색체험마을은 각 시군의 홈페이지에서 접속할 수 있으며 농촌관광포털사이트(http://www.greentour.or.kr)에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나 숙박정보, 주변 관광지가 잘 정리되어 있다. 아이들은 농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고 부모님은 고향의 추억을 나누는 좋은 여행이 된다.
장수 천천면의 하늘내 마을이나 진안 능길 마을은 잘 알려진 녹색체험마을이다. 돌아오는 길에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사온다면 지역주민 들에게 작은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사회단체나 생협에서 진행하는 캠프도 참여해 보는 것도 좋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나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캠프가 다채롭게 기획되어 있다.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성실하고 열성적으로 준비한 캠프는 비용도 저렴하고 내실도 있다. 지역신문을 검색해보면 잘 정리되어 있고 행사난도 잘 살펴보기 바란다. 생협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주제로한 캠프나 농사의 절기에 따라 심기, 가꾸기, 수확 등 다양한 유기농 체험을 하고 있다. 참선과 산사 체험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내소사, 송광사, 금산사의 템플스테이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찾는다.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휴양림도 좋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통나무집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야영을 하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 낮에는 아이들과 도감을 들고 나무와 꽃을 찾아보고 밤에는 별자리를 찾아볼 수 있다. 모기만 조금 조심하면 된다.
며칠 여행을 떠날 시간이 없다면 하루만으로도 충분하다. 발이 넓은 지인들에게 열심히 물어 보거나 지역신문과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하루를 호젓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이 많이 있다. 필자는 완주군 동상면의 문향춘추원을 추천한다. 3년 전 아이들 여름캠프 자리를 물색하다가 기적적으로(^-^) 발견한 곳이다. 야영할 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큰 고생을 하긴 했지만 주위 환경이 좋아 기억에 남는 곳이다. 사설휴양림을 만들려는 곳이어서인지 수종이 다양하고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있고 일급수가 흐르는 계곡 주위에 잔디밭이 있어서 하루를 보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관리인이 있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입장료 대신 평상 대여료를 내야한다. 대아댐에서 진안 운일암반일암으로 가는 길에 있다.
가까운 뒷산이나 공원도 좋다. 돗자리를 펴고 작은 아이스박스에 준비해간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으며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부담 없이 편안하다. 한옥마을 주변 한벽루 징검다리도 좋다. 밤에 이웃들과 함께 맥주한잔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제 나들이나 여행은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생활이고 문화다. 긴장과 좌절로 가득 찬 세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여행이고 휴식이다. 따리서 바쁜 일상이지만 틈틈이 자연 속으로, 흙으로 돌아가 땀을 흘리는 것이야말로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빠뜨려서는 안 될 덕목이다. 녹색휴가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난 올 여름 휴가를 갈 수 있을까? ^-^
- 그 지역의 자연과 생태, 문화에 대해 미리 조사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휴가계획을 세우자.
- 녹색배낭을 꾸리자! 일회용품 없이 집에서 쓰던 개인 수저와 도시락, 개인 컵 등을 챙겨 가자. 쓰레기가 될 만한 물건은 처음부터 휴가 짐에서 빼자(항상 한 번도 안 쓴 물건 꼭 있다).
- 우리나라 들꽃, 새 도감을 들고 떠나자.
- 음식은 알맞은 양을 준비하자.
-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 대형마트가 아닌 그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사자.
-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은 사진으로 담아 오고 훼손하지 말자.
- 휴가용품은 잘 관리해서 다시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