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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8 |
[오래된 가게] "아! 그때 그랬었지"
관리자(2007-08-14 19:45:40)
"아! 그때 그랬었지" 글 | 최정학 기자   전주시 교동 한옥마을의 추억박물관은 이제 문을 연지 2개월이 되었으니 오래된 공간이라고도 할 수 없고, 박물관을 간판으로 내걸고 물건을 팔지도 않으니 가게라고도 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대의 어느 잡화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간이다. 그래서 ‘추억박물관’이다.   “일단 공간을 열어 놓고, 철수야 영희야 놀자, 옛날 전빵, 근대사 전시관 등 몇 가지 이름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최근에야 ‘추억박물관’으로 이름을 지었죠. 이름만 보고도 ‘아, 어떤 공간이구나’ 하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잖아요.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조금 거창한 감은 있지만, 앞으로도 더 모으고 키워나갈 겁니다.”   ‘추억박물관’의 주인은 서양화가 곽승호 씨. 그는 4년 전부터 인터넷과 골동품 가게, 시골 마을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물건을 구입해 왔다. 그림을 그리다가 옛날 책이나 영화 포스터 등의 투박함에 끌려 수집하기 시작한 것이 가지에 가지를 쳐서 이제는 꽤 큰 규모가 되었다.     “옛날 물건들을 보면 참 어색해요.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서 인쇄도 참 투박하고, 디자인도 지금 보면 참 어색하잖아요. 그런데 ‘어색한 예스러움’이랄까, 전 이런 옛 물건들의 투박함이 정겹고 좋더라구요.”   ‘추억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물건들은 거의 195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생산된 공산품들이다. 물건을 수집하다 생긴 곽씨의 호기심으로, 시대별로 수집해놓은 것들도 많다.   곽씨가 제일 먼저 자랑한 것은 크레파스. 1950년대부터 우리나라 크레파스의 대명사였던 왕자크레파스가 현재의 모나미 크레파스로 이어지기까지 50년 세월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그 위 선반대에는 늘씬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코카콜라 병들이 시대별로 진열되어 있다. 농협마크와 축협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는 서울우유 유리병도 눈에 띈다. 농협마크가 찍혀 있는 초기 서울우유 병은 가격도 꽤 나간다고 한다.   “얼마 전엔 어떤 손님이 오셔서, 30년 정도 된 남양분유 통에 있는 아기 모델을 안다는 거에요. 지금은 외교일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오래된 물건이라도 현재와 교감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곽 씨가 그림을 그려서 인지, ‘추억박물관’에는 책과 문방물품이 가장 많다. 비키니 입은 여성이 표지모델로 등장한 선데이 서울은 ‘50명의 비키니’를 특집으로 독자들을 유혹했고, 책값으로 100원이 찍혀 있는 주간 스포츠는 ‘고교야구에 왜 손님이 없나’를 헤드라인으로 내걸고 있다.   전시장 가운데, 유리진열장에는 황금박쥐, 홍길동, 마린보이 등 현재 4,50대 들이 보고 자랐을 캐릭터들과 신성일, 엄앵란 등 영화배우들이 인쇄되어 있는 딱지들이 한장한장 정성스레 놓여져 있다. 그 중에서도 곽 씨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군인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사각딱지들. 어렸을 때부터 꼭 갖고 싶어서, 동그란 딱지 몇 장과 바꾸기도 했던 추억이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특별히 나무 상자위에 따로 전시해놓았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매달 한번씩 혹은 일주일에 한번씩 목돈을 들여 사서 쓰곤 했던 승차권도 정겹다. 몇 십 년 사이 버스비가 거의 100배 가까이 올랐다. 10원짜리 승차권도 있다.   초등학교 성적표를 파는 사람도 있나보다. 미와 양이 대부분, 학업에 대한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성적표 뒷면에 보인다.   “이건 중학교 입학시험 수험표에요. 1950년대에는 단기를 썼는지, 단기가 표기되어 있죠. 그런데, 이 수험표가 있다는 것은 입학지원만 하고 정작 시험은 못봤다는 거에요. 당사자로써는 꽤 안타까운 일이었겠죠.”   이밖에도 전북도민증, 간첩신고소 팻말, 양복 광고 전단지, 대통령 선거 포스터 등 ‘추억박물관’은 3,40년 전 우리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힘들게 모았지만, 혼자만 보고 있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여러 사람한테 보여서 자랑도 하고, 또 같이 보면서 그때 당시를 회상하거나 이야기하는게 즐거움이고 재미죠.” 팔지도 않을 물건들을 공간까지 임대해 일반인들에 공개한 곽 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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