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4 | [문화저널]
[내가 찾은 사이트]
직장인 점심과 서바이벌 동고동락
손희정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조교(2003-04-08 10:37:47)
자~알 익은 고추장을 듬뿍 퍼넣고 사과식초로 새콤달콤 쌉싸름한 맛을 더한 양념장에, 살짝 데친 갑오징어를 푹~. 그도 아니면 쑥이니 냉이니 봄나물을 듬뿍넣고 구수한 된장을 풀어 맛을 낸 시원한 국에 밥 한그릇 뚝딱! 엄지와 검지로 죽죽 찢어내린 묵은 김치 한가닥을 밥숟갈 위에 돌돌 말아서 한입에 쏙 넣는 생각만 해도 그 맛이 입 안에 착착 감긴다.
유난히 게걸스럽고 먹는 거라면 안빠지는 나에게 점심시간은 이렇게 맛있는 상상으로 시작된다. 물론 상상은 길지 않다. 대학로 식당에서 내놓는 점심 메뉴라는 게 김치, 된장, 순두부로 이어지는 찌개 시리즈와 짜장, 짬뽕같은 중화요리, 쫄면, 김밥 등등의 분식, 먹을 것도 없으면서 비싸기만한 돈까스, 스파게티, 그나마 조금 신선한 메뉴가 초밥, 알탕이다. 현실은 꿈과 너무나도 멀다.
"뭘 먹지?"로 시작되는 괴로운 점심시간의 시작을 버라이어티 쇼프로그램처럼 즐거운 시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나는 인터넷 항해 도중 "점심닷컴"(http://www.jumsim.com)이라는 사이트에 표류하게 됐다. 먹거리에 대한 풍부한 정보, 놀거리를 통한 점심메뉴 선정과 점심이후 잠깐 놀아볼 수 있는 게임 등등, 정말이지 신선한 충격이었다. '치열했던 점심고민에 대한 종지부를 찍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내 측근들은 이 사이트 이름을 '직장인 점심 서바이벌 동고동락'이라고 공공연히 부르고 있다.
일단 회원으로 가입하면 '오늘의 나만의 메뉴'를 보여준다. '점심 뭐먹지' 코너에서는 재미난 플래쉬로 된 게임콩트로 해답처럼 점심메뉴를 소개한다. 사무실에서 밥이라도 시켜먹을라치면 '피의 사다리게임'으로 식사비를 갹출할 수도 있다. 점심 전후로 '오락실'에 들러보자. '갤러그'같은 추억의 게임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물론 동전은 필요없다. 스피커 볼륨 '업'하고 'o2music CD'를 클릭하면 취향에 따라 음악을 즐기며 식사할 수 있다. 일석이조, 꿩먹고 알먹기인 사이트다.
뭐니뭐니 해도 이런 사이트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음식점 주인장들의 생생한 목소리의 현장 '우리집에 오세요'나 맛있는 남새가 솔솔 풍겨나는 '요리나눔터'. 전국 산해진미들이 '클릭클릭' 꼼지락거리며 유혹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전북, 특히 전주의 먹거리 소개가 태부족이다. 이 지역 네티즌들의 참여가 아직 미진한 탓이기도 하지만 먹거리가 풍성한 고장이니 먹거리 걱정도 적은 탓이거니.
아무리 괜찮은 아이디어로 무장한 사이트라지만, 우리의 점심고민을 깨끗이 해결해 줄 것 같지는 않다. 사이트가 제공하는 환상의 먹거리는 여전히 현실 가까이에 부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매일 같은 얼굴 맞대고 먹는 어제와 같은 오늘의 점심식사, 대충 떼우자는 식으로 쓱삭 헤치워 버리는 무료한 시간이기 보다는, 남은 오후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활력소로 만들어 보기 위한 시도, 이 사이트에서 도전해 보길 바란다.
손희정/ 1975년 익산 출생. 전북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지금 동대학원 석사 1학기에 재학 중이다. 사회생활 5년차 직장인이기도 한 손희정씨의 좌우명은 한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먹자 것이라고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