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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4 | [문화저널]
[어린이책세상] 책속의 책
노효은 어린이 서점 '초방' 대표(2003-04-08 10:35:00)
요즘 큰 아이의 관심은 온통 고구려다. 2학년인 아이는 고구려라는 말도 장수왕이나 고주몽이라는 말도 잘 몰랐다. 하지만 얼마전 나와의 독서수업에서 고주몽 신화에 대해서 공부하고부터 부쩍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읽어만 주었지 무엇하나 신통하게 읽어내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계속해서 기다려만 주었다. 주제별 독서를 시작하면서(물론 다독은 기본이다) 책을 2∼3권씩 엮어서 한번에 한권씩만 준다. 처음에는 지도만 가지고 고조선에서부터 현재 분단된 국토까지 그림만 가지고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단군→고주몽·박혁거세·온조→왕건→이성계→6.25 전쟁 순서대로. 두번째에는 가벼운 설화 동화를 한편 들려주고 세번째로는 목표가 고구려였던 만큼 고구려의 생활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마지막으로 한 모듬의 아이들이 다같이 한줄한줄 동화를 엮어갔다. 이렇게 네 단계로 진행된 수업이 끝나고 나니 아이들은 제각각의 생각으로 고구려를 알아갔다. 왜 광개토대왕 동화는 있는데, 장수왕 동화는 없냐고 때를 쓰는 우리 아이. 고구려 고분 벽화와 피라미드를 비교해 달라는 아이, 알 모양의 종이에 다같이 동화를 엮으면서, 스스로 빼고, 넣고, 즐거워 하는 아이. 정말로 사람이 알을 낳을 수 있느냐는 아이, 주몽은 왜 해주몽이 아니고 고주몽이냐는 아이. 누가 그랬던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우리 아이들이 꼭 그랬다. 아는 만큼 생각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귀찮겠지만 조금만 신경 쓴다면 같은 그림책이라도, 동생을 주제로, 심부름을 주제로, 가족을 주제로, 남에 대한 배려를 주제로 등등 얼마든지 엮을 수 있다. 유치원때에는 무작정 다독이라면 학교에 들어간 아이를 위해서는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쯤 주제별 독서를 신경써 준다면, 아이는 그것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마지막에 쓰기를 강요해서 앞에서 맞보았던 책 속의 즐거움을 빼앗으면 안된다. 내 아이가 고구려를 통해서 잘하게 된 것은 고구려 역사책을 옮겨 놓은 것이 아니라 큰 도화지 위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장군이 나와서 전쟁을 하는 모습을 옮겨 놓은 것이다. 책을 통해서 즐거움을 알아야지, 괴로움을 느낀다면 그 독서는 이미 독서로써의 가치를 잃은 것이다. 이달에는 보림의 『연두띠 이야기』(유아), 창작과 비평사의 『새하늘을 연 영웅들』(1·2학년), 우리교육의 『아! 발해』(3·4학년), 사계절의 『한국생활사 박물관』(5·6학년)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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