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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
[정현숙의 잘 사는 이야기] “돌팔이 몸 다스리기”
관리자(2007-07-16 01:14:29)
“돌팔이 몸 다스리기”   우리 집에 온 아이가 낫을 가지고 놀다가 다쳤다고 손가락을 싸매고 들어왔다. 귀농학교 졸업생인 범훈씨가 비스듬히 앉아 있다가 한 마디 했다.   “손가락을 높이 들고 흔들어.”   “피난단 말이야.”   “그러니까 손가락을 가슴보다 높게 들고 흔들어 줘.”   겸이는 아직도 불만. 그 삼촌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나는 그러면 되겠네 하고 웃고 있는데, 아들 마음을 아는 엄마가 덧붙인다.   “지금 쟤가 원하는 것은 ‘이리 와 봐’ 하고 불러서 들여다보고 ‘아프겠네’ 해 주고 일회용 반창고라도 붙여주는 거예요.”   그렇구나. 그게 그런 거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에서는 상처가 나거나 아프거나 대체로 방치 내지는 돌팔이 의료. 조금 수준이 나으면 자연치유 항목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쓴다. 병원이라는 것도 습관 같은 것이어서 안 가 버릇하면 웬만큼 아파도 이 정도면 저절로 낫는다는 판단이 서고 며칠 지나면 아닌 게 아니라 낫는다. 어린 아이가 있는 부부거나 연세 드신 분들은 시골 한적한 데 살다가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한다. 그래서 시골을 못 간다는 것이다. 나는 물론 반대로 생각한다. 건강이 안 좋을수록 공기 좋고 햇볕 좋고 운동량이 저절로 많은 시골에 살아야 건강이 개선된다는 것이다. 병을 자꾸 키우니까 병원 가까운 도시가 필요한 것이지 건강한데 병원이 무슨 상관인가. 응급상황? 그런 상황은 평생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인데 그 순간을 위해서 평생 병원 옆에 죽치고 있을 수는 정녕 없지 않은가. 그리고 시골이라고 보건소 한의원 병원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는 당연지사 병원을 잘 안 간다. 병원이 필요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웬만한 일은 자연요법 정도로 넘기고, 항생제를 먹거나 주사 맞는 일을 피한다는 뜻이다. 정읍에는 또 대체의학을 공부하신 선생님이 한 분 계셔서 급할 땐 그 병원을 가면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치료와 도움말을 주셨었다. 예컨대 다른 집에 갔다가 캄캄한 밤길에 옆 개울로 굴러 떨어진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옆구리가 결려 한 2주 지나서 갔더니 몇 가지 살펴보시더니 한 2주만 더 참으면 되겠다고 해서 그냥 돌아와 얼마 후에 나은 적이 있다.   또 있다. 어쩌다가 쯔쯔가무시라는 몹쓸 병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딱 몸살같이 아팠다. 앉아서 차를 마시는데 영 안 좋아 보이니 그 중 한 분이 지압을 해 주셨고 집에 와서 누워 있었더니 또 어떤 분이 오셨다가 보고는 침을 놓아 주셨다. 그래도 너무 쑤시고 아프고 일반 몸살의 경험과 다르게 통증이 사라졌다가 다시 오고 다시 오고 하는 게 수상해서 드디어 병원을 갔다. 그 선생님은 착실하게 설명을 해 주시고 검사를 해서 다른 기관에 침투는 안 되었다고 그냥 제일 약한 항생제가 쯔쯔가무시에는 듣는 약이라고 제일 약한 항생제 며칠분만 주셨다. 그 해 가을엔 유난히 쯔쯔가무시 걸린 사람이 많았는데 나중에 사람들 얘기가 그 병에 걸리면 무조건 입원을 해야 하는데 왜 입원을 안 했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는 뭐 그런 말이었다.   우리 식구가 아플 때 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허리나 손목이 아플 때는 침이나 뜸, 부황기를 쓰고, 몸살이 나서 전신이 쑤시면 발바닥부터 차근차근 맛사지를 하고 족탕을 한다. 기침을 하면 도라지청을 먹고 소화가 안 되면 등을 두드려 주고 사혈을 한다. 죽염이나 숯가루, 매실 등을 쓰기도 하고 요가를 하거나 가만히 호흡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내가 아는 치료법 중에 가장 효과적이고 돈 안 드는 게 목욕법인데 그건 정말 강추! 감기부터 말기암까지 누구에게나 권하는 치료법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주고 사서 입에 털어 넣는 걸 더 좋아한다. 비싸고 귀할수록 선호하는데 사실 약은 비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흔한 가운데 있다. 내 개념으로는 비싼 약은 거의 사기라고 본다. 아플수록 안 먹고 굶는 게 더 낫다는 것도 진리다.   목욕법 중에서 냉온욕과 족탕이 좋은데, 냉온욕은 약간의 시설이 필요하다면 족탕은 바케쓰 하나만 있으면 물 덥혀서 할 수 있으니 정말 좋다. 이와는 좀 다른 풍욕은 더 좋은데 큰 병 걸리기 전에는 독한 마음 먹지 않으면 습관화가 잘 안 되는 애로가 있어서 우리는 그냥 족탕 정도를 치료와 예방법으로 쓴다.   지난겨울 방안에 난로가 있을 때는 아침에 따뜻한 물로 족탕을 바로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우리 집에서 어떻게 해 볼까 하고 계속 궁리하고 있는 게 태양열로 물을 덥히는 ‘야외 족탕장’인데 일본 가서 온천에 그게 있는 걸 보고 감동받았다. 지인들이 모이더라도 그냥 놀 것이 아니라 야외 족탕장에서 빙 둘러앉아 발을 더운 물에 담그고 담소를 나누면 맑은 공기 속에 건강도 챙기고 기분전환도 되고 그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나서 야채 뜯어 고추장 넣고 보리밥이라도 비벼 먹으면 더 바랄 것이 뭐 있을까. 주변에 살구나무 자두나무 복숭아나무 체리 석류에 무화과까지 골고루 심어놨으니 철마다 익는 과일 따 먹으며 족탕하고 요가하고 채식으로 갖춰 먹으면 더 이상의 웰빙 프로그램이 없겠다.   얘기가 옆으로 살짝 갔다. 채식과 단식도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다. 나는 어찌어찌 얽혀서 매년 연말연시에 5일 정도 단식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가서 강의도 하고 정 뭐할 때는 요가도 가르치는데 4,50명이 함께 단식을 하면서 연말을 보내고 신년을 설계한다.   이름하여 ‘비움의 잔치’.   단식하고 웅크리고 있으면 어쩐지 느낌이 불행할 것 같지만 전혀. 다들 해맑은 얼굴로 ‘행복’하게 몸과 마음을 비운다. 음식에 대한 욕망이 끊긴 자리에서는 여유와 만족, 돌아봄과 보살핌이 꽃핀다. 그리고 정말 행복해져서 올 한해를 잘 살겠다고 다짐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간다.   요즘 귀농하는 분들은 여러 분야로 귀농준비들을 착실하게 하시는데 우리는 귀농 준비가 아니라 요가와 명상을 하면서 자연치유에 관심이 많았고, 모여서 자연치유캠프를 하면서 이론과 실전을 많이 익혔었다. 이 산 속에 올 때도 자연치유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좋았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요가 좀 가르치고 자연식으로 먹고 한 것 말고는 아직 별로 한 일이 없지만 ‘자연치유’는 여전히 내게 중요한 화두다.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은 산 속에 뚝 떨어진 집을 보고 각자 의견을 말한다. 닭 키우면 돈 벌겠다 부터 펜션을 들먹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 컨셉은 그게 아니다. 만약에 한다면 우리는 ‘짱 박히는 마을’이 더 나을 것 같다. 뭐냐면 전기도 없고 휴대폰도 없이 황토집 한 칸만 주고 보름이건 한 달이건 짱 박혀서 살 수 있는 집. 도를 닦든지 병을 고치든지 집필을 하든지 그도 아니면 석달 열흘 잠만 자든지. 전혀 외부의 방해 없이 오로지 자연과 자기 자신만 있는 그런 곳. 현미밥 정도는 해 주겠지만 최대한 가볍게 먹으면 더 좋을 것이다. 좀 너무 살벌할까? 그래도 어차피 21세기는 거꾸로 가는 세상이고, 지금 문명 속에서 온 병은 정신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신체적인 것이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사는 데서 해법이 나올 것이므로, 단연코 틀린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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