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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6 |
[최승범 시인의 풍미기행] 입안 그들먹한 ‘시지미’의 맛
관리자(2007-06-14 11:46:52)
입안 그들먹한 ‘시지미’의 맛 찾아나선 길에서 맛본 먹거리가 아닌, 집에 들어온 먹거리에서 즐긴 한 풍미를 들어보고자 한다. 이 먹거리는 일본 제품인, ― 시지미. 한때 전북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객원교수였던 가야누마 노리꼬[萱沼紀子] 박사로부터 선물받은 찬물(饌物)이었다. 일본에서도 이름이 나있는, ‘오끼노시마[隱岐島]의 시지미’라고 했다. 오끼노시마는 우리의 독도(獨島)를 놓고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시마네켄[島根縣]에 딸려있는 섬이다. 이 섬의 특산물이라니, 한 호기심부터 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야누마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일한사전》을 들추어 보았다. 시지미의 우리말은 ‘가막조개/바지라기’로 나와있다. 《한한(漢韓)대사전》에선 가막조개와 바지라기의 글자가 다르다. ― 바지라기 현(    )/가막조개 현(    ). 그러나 우리나라의 옛문헌은 가막조개를 놓고도 두 한자를 같이 쓴 것을 볼 수 있고, 지방에 따라서는, ― 가무락/가무라기/깜바구/강각/모시조개/재첩/황합(黃蛤)/흑합(黑蛤)/흑첩. 으로 일컬은 것도 볼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표준어로 ‘가무락조개’를 내세우고 있다. 명칭 이야기는 이만 줄이고, 선물받은 ‘시지미’는 우선 조가비의 크기로 보아 우리가 흔히 대해 온 바지락[蛤   ]·[布紋蛤)과는 다르다. 조갯살은 녹두의 낟알처럼 잗다랗다. 포장을 풀고, 적당량을 접시에 덜어냈다. 저녁 식탁에서 그 맛을 즐기기로 한 것이다. 조미건제품(調味乾製品)이라고 포장지에 밝혀져 있다. 간까지 맞추어 말린 먹거리이고 보니, 그냥 젓가락만으로 먹을 수 있었다. 먼저 「수복」한 잔의 안주로 즐겨 보았다. 녹두알만한 조갯살인데도 입안에 옮겨 조근조근 씹어보자 그 맛은 입안을 그들먹하게 메운다. 술 한 모금 마시고 조갯살 한 점 조근거리고, 조갯살이 녹아지면 또 술 한 모금 마시고, 대작(對酌)아닌 독작(獨酌)의 술자리도 이렇듯 즐거울 수 있는 것인가, 놀랍기까지 하였다. 간간 섞여있는 산초 향도 강그럽다. 한 잔 술을 비운 후 한공기 밥을 부시는 데도, 시지미:가무락조개의 여향(餘香)이 남아돈다. 모처럼 저녁밥까지 감식할 수 있었다. 우리의 가무락조개로도 조미건제식품을 만들어 상품화할 수는 없을까. 저녁상을 물린 후의 생각이었다. 우리는 가무락조개나 바지락조개라면 주로 젓갈감이나 죽·국 또는 무침이나 부침개 조리의 먹거리로만 알아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또 다른 조리법이 개발되어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의 직접 맛본 바로는 이러한 몇 가지에서 벗어난 것이 없다. 가무락조개나 바지락조개의 젓갈맛, 국물맛, 죽맛, 회무침맛, 지짐이맛을 몰라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미건제식품으로 상품화한다면 한 철 뿐이 아닌, 사철의 먹거리를 겨냥할 수 있고, 또 우리나라의 가무락조개가 지역이나 국경을 넘어서 널리 판로를 넓힐 수도 있겠기 때문이다. 이야 객담(客談)이라면 객담으로 돌리고, 일본에서 시지미는 필수아미노산, 칼슘, 비타민B2·B12가 풍부하여 간장, 빈혈, 황달에 약효가 있다는 선전이다. 우리의 가무락조개라하여 왜 이러한 성분이 없겠는가. 재첩국·바지락죽도 앞으로 자주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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