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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두변호사의저작권길라잡이] 커피와 음식 값에도 저작권료가 들어있을까?
관리자(2007-06-14 11:14:40)
커피와 음식 값에도 저작권료가 들어있을까?
글 | 남형두 (연세대 법대 교수 | hdn@yonsei.ac.kr)
저작권심의조정위원으로 있다 보면 저작권자들과 이용자들 간의 이해충돌의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몇 해 전 일이다. 음악저작물을 신탁 받아 관리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가 신탁된 음악을 사용하는 전국의 스키장과 사이에서 음악사용료 요율에 관한 협의를 하다가 실패하여 이를 조정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스키장에 가면 상시 어딘가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이런 음악사용에 대하여 저작권자들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문제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 때 들리는 음악 사용료였는데, KOMCA측은 통상의 예대로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것이었고, 스키장업주들은 리프트 줄을 이어주는 지지대와 지지대 중간 영역은 일종의 음영(音影) 현상, 즉 음악이 들리지 않는 지역이 있어 그만큼 음악사용료를 감액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선 것이다.
공연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다소 논란 끝에 스키장업주들의 주장이 일면 타당하다고 보아 KOMCA 산정 금액에서 3분의 1을 깍아 준 적이 있다. 음악저작권들과 이용자들 간의 치열한 권리공방의 한 현장이 아닐 수 없다.
저작권법 제26조 제2항에 의하면,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당해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판매용음반 또는 판매용영상저작물을 재생하여 일반공중에게 공연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스키장 리프트를 이용할 때 이용자들이 스키장업주에게 음악사용료를 별도로 내지 않는 것은 분명하므로, 위 본문 규정에 따르면 스키장업주들은 음악저작물을 자유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위 단서에 따라 제정된 저작권법 시행령에 의하면, 스키장은 그 예외시설에 들어 있으므로 스키장업주들은 음악저작권자에게 공연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다만 리프트 지지대 사이의 일부 음영지역이 있는 것은 분명하므로 감액한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판매용음반(CD)이나 판매용영상저작물(비디오테이프, DVD)을 일반 공중을 상대로 틀어주고 해당 공연에 대한 반대급부를 받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법시행령에 의해 예외조항에 해당하여 공연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예를 더 살펴보자.
첫째 음악이나 영상저작물을 감상하게 하는 것을 “영업의 주요내용의 일부”로 하여 이를 광고하고 음악 또는 영상저작물을 감상하게 하기 위한 특별한 설비를 갖추고 있는 영업장소에서 하는 공연이 이에 해당하는데, 관련 영업으로는 식품위생법상의 휴게음식점영업(다방, 아이스크림점, 패스트푸드점, 분식점 등), 일반음식점영업(일반 음식점), 단란주점영업, 유흥주점영업(유흥종사자를 두거나 유흥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손님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영업), 위탁급식영업, 제과점영업 등이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영업의 주요내용의 일부”로서 음악이나 영상저작물을 감상하게 하는 영업을 말하므로, 예컨대 이른바 음악다방과 같이 음악감상을 영업의 주요내용의 일부로 하는 경우에는 여기에 해당하지만, 그렇지 않은 다방의 경우 여전히 자유이용의 주체가 된다.
둘째, 위와 달리 “영업의 주요내용의 일부”가 아니어도 음반이나 영상을 트는 것에 대하여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업종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유흥주점, 경마·경륜·경정장, 골프장, 스키장, 에어로빅장, 무도장, 여객항공기, 여객선, 열차, 호텔, 콘도, 카지노, 백화점, 쇼핑센터 등이 그것이다. 이들 업종은 성격상 음악이나 영상물을 공연하는 것이 그 영업의 주요내용의 일부가 될 수 없다. 단지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업종의 음악 및 영상사용에 대하여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것은 위 첫째의 경우에 비하여 당해 업종의 규모와 수익이 크다는 것과 이용객들의 경제력 수준이 낮지 아니하여 음악사용료를 그 시설이용료에 반영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한다. 즉 이와 같이 이용자(기업)의 경제규모와 최종소비자의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큰, 대중을 상대로 하는 업종에서 음악 또는 영상을 사용하는 것은 그 공연이 영업의 주요내용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저작권자를 희생시켜서 이들을 도울 필요가 적다고 입법자는 본 것이다.
셋째, 목욕장의 경우 판매용 영상저작물의 공연에 대해서만 그 사용료를 받고 있다. 다시 말해 음악에 대해서는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대형 사우나탕 같은 곳에서 하루 종일 영상저작물을 틀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자유이용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사용료를 지불하여야 하지만, 음악의 경우 목욕장의 특성, 즉 물소리 등 소음으로 인하여 음악사용에 대한 대가를 받기 곤란한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넷째, 공익성 차원에서 영상저작물의 공연에 대하여 자유이용을 허락하되 다만 저작권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을 감안하여 발행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영상저작물의 공연만을 자유이용의 대상에서 제한하는 시설이 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각종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지방문화원, 사회복지관, 여성관련시설, 청소년수련관, 시군구민회관이 그것이다. 위와 같은 공공단체 또는 공익시설의 경우 다소 저작권자의 권리를 희생시켜서라도 그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법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역 청소년수련관등에서는 음반이나 DVD를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거나 사용료를 지불함이 없이 얼마든지 틀 수 있다. 그러나 영상물(예컨대 영화)의 경우 출시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은 경우, 아무리 공익성이 중요하다지만 이런 시설에서 상영됨으로 인하여 개봉과 함께 한시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저작물의 특성상 저작권자의 상당한 수익의 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이 예상된다. 이 경우 예외의 예외를 인정하여 자유이용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국민의 기본권이 공익에 의해 제한될 수 있지만 그 본질적인 것은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정신이 녹아 있는 구체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판매용음반과 판매용 영상저작물을 일반공중을 상대로 공연하는 것은 자칫 저작권자와 실연자(가수, 배우 등)의 수익기회를 박탈하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저작권은 절대불변의 권리가 아니다. 저작권법 제1조에서 밝히고 있듯이 저작권법의 목적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공익성, 사용자의 사업규모 및 업종의 성격, 사용자의 시설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경제력 수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저작권자의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이용시설 및 최종 소비자의 이용을 도모하기도 하고, 그 경우에도 저작권자에게 지나친 권리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예외를 다시 제한하는 등 저작권법은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용자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는 것이나 저작권자를 보호하는 것이나 저작권법의 최종목적은 “문화의 향상발전”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