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6 |
[수요포럼] 2007전주국제영화제 성과와 과제
관리자(2007-06-14 11:00:42)
2007전주국제영화제 성과와 과제
정리 | 최정학기자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4월 26일부터 시작해 5월 4일, 9일간의 여정을 마쳤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더 많은 독립영화를 발굴하기 위해 애썼다. 디지털 매체와의 소통을 실험해 온 경쟁섹션들을 하나로 묶고, 간판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디지털 단편영화 특별전 ‘숏숏숏’의 신설로 한국독립영화 발굴에도 힘썼다.
영화제 운영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관객들을 위한 배려에 힘썼다. 인기 매진작에 몰리는 관객들을 위해 입석제도를 올해 첫 운영했고, 이밖에 안내데스크와 관객쉼터, 지프라운지, 게스트하우스, 지프광, 서포터즈쉼터 등 관객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크게 늘렸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끝난 지금 영화제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객석점유율과 유료관객수는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집계 되었다. 이번 영화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이번 영화제가 정체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확보했으며, 영화매니아층을 더욱 확고히 하는 등 영화제 저변 확대를 이룬 영화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주국제영화제가 전주시민들과 소통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여전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5월 16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쉰세 번째 마당수요포럼은 ‘2007전주국제영화제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여전히 전주국제영화제가 전주시민들과의 소통을 고민해야 하며, 그것은 ‘대안영화제’라는 정체성답게 발상의 전환을 통해 해결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포럼의 발제는 김건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장이, 사회는 홍성덕 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맡았다.
“대안영화제라면
문제해결도 대안영화제답게”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끝났다. 축제가 막 끝난 시점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와 같이 9일간 펼쳐진 영화제 기간동안 관객은 지난해에 비해 2,500여 명이 증가했고, 좌석점유율도 70%에서 80%로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디지털’과 ‘독립’, ‘대안’을 추구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5월 16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쉰세 번째 마당수요포럼에서는 ‘2007 전주국제영화제’를 주제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남긴 성과와 과제를 살펴봤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이날 사회를 맡았던 홍성덕 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였다. 그는 “올해 각 축제들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가운데 전주국제영화제만 별다른 변화없이 추진되었다. 40년 가까이 된 풍남제가 지금도 끊임없이 정체성에 대한 논란을 갖고 있는데, 오늘 발제를 들어보니 8회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김남규 전주시의원은 시민들과의 소통을 늘리라는 주문과 영화제를 산업화의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해 중국인들의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영화제 홈페이지에 접속해 거의 모든 정보를 가져갈 정도다. 비단 중국뿐만이 아니라 일본 가나자와시에서도 구도심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가나자와 영화제를 열고 있다. 그정도로 아시아권에서는 전주영화제를 벤치마킹하는 열기가 높다”며, “하지만 영화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영역에서 전주시민들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전주시민들이 공간과 예산을 빌려줬다. 언젠가는 이것이 시민들에게 돌아와야 한다. 그동안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매니아들을 위한 영화제로서는 성공했지만, 시민들과 소통할 여지는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주영화제도 결국은 산업화의 길로 가야한다. 하지만 아직까진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이 없어 보인다. 우리지역 영화 인프라와 산업화를 위한 구체적인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건 사무국장은 “전주시민과 유리되어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많이 받아왔고, 우리도 느끼고 있는 문제다. 그래서 6회 때부터는, 주말에만 했던 음악회를 매일 하는 등 이런 부분을 보강하려고 노력해왔다. 전주시민들을 영화관안에 직접 끌어들이기 힘들다면, 영화제 현장까지라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영화제의 영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맞다. 하지만 이부분도 개선해나가고 있다. 기존에는 영화 열편 중 일반 시민이 볼 수 있는 영화가 한편이었다면 지금은 세편정도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계속 고민해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축제의 산업화에 대한 생각은 김남규 의원과 달랐다. “축제의 성격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물론 인풋과 아웃풋이 있다는 측면에서 전주국제영화제도 산업화의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더 넓게 봤을 때 영화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측면에서 전주영화제는 문화예술형 축제에 초점을 조금더 맞추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우리가 갖고 있는 인력과 예산문제로는 산업화로 나가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여기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10회 축제 때부터는 필림마켓을 더 늘리는 등의 구체적인 노력도 하겠다”고 반박했다.
김남규 시의원은 “돈을 들여서 시장을 새로 만들라는 말이 아니었다. 이미 영화제가 갖고 있는 자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전주가 낙후된 도시니까, 영화제를 통해 영상산업화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영화가 가진 예술적 관광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고 했는데, 실제로 외지인들이 구도심에 머물기만했지 그 안에 있는 문화는 아무것도 즐기지 못했다. 영화제 측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홍보조차 없었다”고 반박했다.
권오성 축제평론가는 이번 영화제에 높은 점수를 주며,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 자체가 전주의 정체성과는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가 단순히 소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자체가 문화예술로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전주영화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하지만, 전주라는 지역성과 영화제가 갖고 있는 대안성이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전주의 지역적 가치와 전주영화제가 갖고 있는 대안성이라는 정체성의 접합점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전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것이 딜레마 같다. 전주국제영화제가 갖고 있는 대안이라는 정체성과 전주시가 요구하고 있는 시민들과의 소통이 만날만한 접점이 너무 적다는 것. 때문에, 전주영화제에 시민들과 소통을 너무 요구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김남규 시의원은 “영화제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시민들과 소통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축제들을 둘러봤지만, 시민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 축제가 성공하는 것을 절대 보지 못했다.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조시돈 전북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제 기간에만 총력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문제다. 영화제에 참가한 감독이나 영화 등이 영화제가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회자되고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며, “여러 대안 영화제들을 찾아가봤지만, 전주영화제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영화제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걸 모른다. 영화제 기간 외에는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나 논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김건 사무국장은 “영화제에 대한 논의를 상시적으로 이뤄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씨네마테크’다. 언제든지 찾아가서 영화를 볼 수 있고 영화관련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씨네마테크를 통해 일년 내내 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담보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부산에서도 이런 이유로 씨네마테크를 만들어 현재는 상당히 활성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민 전주전통문화도시조성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발제는 거의 예산과 관련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실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은 저예산 독립영화제다. 상업영화제가 해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하기보다는, 적은 예산을 가지고 전주가 갖고 있는 문화적 역량을 활용해 일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예산이 없어서 씨네마 테크가 없어서 인력이 없어서 하지 못한다고만 해서는 안될 것 같다”며, “계속 반복되고 예상 가능한 일인데, 해마다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꼴이다. 이런 문제는 예산을 더 준다고 해결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산이 올라가면 그때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인식의 전환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날 사회를 맡은 홍성덕 학예연구사는 “전주가 갖고 있는 특징이 있다. 전주영화제를 시작할 때, 이 부분 때문에 부딪쳤던 부분이 많고 현재도 소통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사무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조직과 인력 예산 등이 피부에 와닿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얘기들이 많이 나온 거 같지만, 이런 부분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은 영화제측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라며 포럼을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