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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6 |
[문화시평] 배우와 청관중이 대통합을 이루다
관리자(2007-06-14 10:56:11)
배우와 청관중이 대통합을 이루다 글 | 류경호 (전라북도연극협회장) 전주시립극단의 제75회 기획공연 ‘광대들의 학교’(연출/조민철)가 지난 5월 3, 4일 양일에 걸쳐 덕진예술회관에서 올려졌다. 이 작품은 원래 독일 프레드리히 뷔히터의 작품에서 구성만을 빌려와 전주시립극단원들의 공동창작 과정을 거쳐 우리 전통 공연양식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은 그동안 수많은 초청공연과 순회공연을 통하여 진가를 확인한 바 있다. 지난 2000년 안동탈춤페스티벌과 그 이듬해 수원화성국제연극제에 초청공연 되었고, 2005년에는 중국 강소성 순회공연을 비롯하여 올해는 미주 한인들의 초청으로 시카고에서 공연을 펼쳤다. 이러한 공연성과는 한 작품이 갖는 우리 고유의 놀이적 특성과 재미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공연의 국제성을 확보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공연의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우리나라 연극공연 현실이 언어 소통의 근본적 문제를 넌버벌(Non Verbal Performance 몸짓과 소리, 즉 리듬과 비트만으로 구성하는 비언어공연)로 극복하는 시점에서 우리 언어로 된 공연을 고스란히 중국에 옮겨서도 청관중과의 상호작용을 충분히 이끌어 내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광대들의 학교’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배우들이 수련하는 예술학교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에피소드 식으로 펼쳐나가는 공연형태를 취하는데, 현재적 상황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연극의 특징적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내용은 심청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 한 명을 급히 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공연 연습을 하던 배우가 다쳐 대역을 찾아야만 공연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학생 하나가 선생이 애지중지하는 거울을 깨트리는 바람에 전체가 가혹한 벌을 받고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만 하게 된다. 결과는 성공리에 공연을 마치게 되고 선생과의 화해를 이룬다는 줄거리지만 여기에는 청관중과의 교류방식에 대한 계획된 장치가 숨겨져 있다. 이것은 다름 아닌 청관중과의 긴밀한 매개적 관계형성에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작품의 백미는 ‘청관중의 공연자화’이다. 이 작품에는 이것 말고도 여러 장치가 공연의 재미를 더하는데 한지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배우들이나 장기자랑을 통한 심청이 역 선발대회 그리고 맹인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재치가 그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청관중을 무대에 올려 기성 배우들과 함께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한다는데 있다. 이 청관중은 미리 공연에 대한 정보도 갖지 않은 상황에서 연극의 흐름에 적응하고 또 대사를 직접 처리함으로써 청관중의 대리체험 역할을 고스란히 수행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공연장안의 청관중은 누구나 공감하는 배우가 되고 광대가 되어 무대와 객석은 하나의 정서적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통합은 연극사에서 서구 리얼리즘 양식에 입각한 ‘문학적 연극’에 거의 한 세기를 지켜오면서도 공연예술이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우리 공연예술 전통이 생래적으로 실내극장보다는 툭 터진 놀이공간이 더 적합해서 일 것이다. 연극 공연장이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형태보다는 청관중과 배우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동체 연극에서 더 큰 감동이 만들어지고, 치밀한 인과관계에 의하여 잘 짜여진 연극보다 상상과 비약의 틈이 많은 간헐적 구성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우리민족 고유의 정서가 아닐까. 또 침묵하는 청관중보다 추임새로 참견하고 격려하는 양식이 전통적으로 우리의 체질에 잘 맞는다. ‘광대들의 학교’에서처럼 무대와 객석의 대통합 과정을 끌어 낸 것은 우리 고유의 연극형질의 개발이라는 단초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현대 사실주의 연극은 대사와 줄거리에만 의존하는 대신에 신체와 행위의 중요성, 그리고 음악적 결합을 통해서 한국적 연극양식을 재창조를 기대한다. 결국 이 시대 우리연극은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양식의 혼합을 통한 실험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류경호/ 전북연극협회장. 1962년 전북 완주출생. 조선대학교를 졸업하고 전북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마쳤다. 현재 전라북도 연극협회 회장과 한국연극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주요경력으로 창작극회 대표를 역임하고 전국연극제에서 ‘상봉’으로 대통령상과, 두 번의 연출상(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상 1995, 2002), 전북 계원연극상(1995), 전주시예술상(2002), 전라북도지사 공로패(2002), 전북예총회장 공로패(2002)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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