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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우리시대의 결혼이주 여성] 그들이 진정한 우리이웃이 되어야 하는 이유
관리자(2007-05-14 16:57:19)
그들이 진정한 우리이웃이 되어야 하는 이유
현재, 한해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는 여덟 쌍 중 한 쌍이 국제결혼이라고 합니다. 지금 농촌에서 들려오는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거의 대부분이 국제이민자결혼가족의 2세들이라고도 합니다. 10여 년 전부터 중국과 조선족의 여성들이,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의 여성들이 하나둘 우리의 이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힘겹게 우리 사회에 적응해나가는 동안 우리는 이들에 대해 무관심했습니다.
이번 호, 특집에서는 연세대학교 문화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전공하고 있는 장인자 씨와 김정훈 전교조전북지부 정책연구소장, 이지훈 아시아이주여성센터 대표, 채성태 문화공간 싹 대표, 이현선 장수민들레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센터장이 결혼이주여성들과 그 자녀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말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다문화사회로 가는 개방적 문화공동체 의식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과 우리의 관심이 있을 때, 그들이 진정한 우리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문화의 상상력으로 경계허물기
●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사회의 국제결혼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05년 외국인과의 혼인은 43,121건으로 2004년 35,447건 대비 21.6%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총 혼인 건수 중 13.6%로 2005년 한 해 동안 혼인한 부부 100쌍 중 13.6쌍이 외국인과 결혼한 셈이 된다. 2005년에 혼인한 남성 농·임·어업 종사자 중 외국여자와 혼인한 비율은 35.9%로 전년보다 8.5%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농촌지역의 결혼이주는 급증하는 추세이다.
성별분업에 기반 한 전통적 가족 관념이 강하거나, 장남으로서 가족부양의 책무를 지니고 있거나, 상품화된 가사노동을 구입할 경제적 자원이 없는, 중하층 남성의 결혼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이들의 배우자로 들어오는 결혼이주여성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제3세계 아시아국 여성이 대부분인 결혼이주여성은 생존회로로 이동하는 사람들로서 경제적 사회적 생존을 위해 결혼이라는 방법으로 이주하는 여성들이다.
이 여성들이 택하는 결혼이주는 돌봄 노동의 공백을 메워주는 이동으로서 결혼제도 안에서 가사, 육아, 출산, 성적 친밀성, 양육 등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맡게 되는 새로운 형태의 이주이다. 이주 노동의 이주는 잠시 머물다 가는 개념이었는데 반해, 결혼이주여성의 이주는 한국아이의 어머니가 되고, 한국 국적을 가지게 되고, 한국 사람으로 ‘정착’하는 이주이기 때문에 이주노동과의 다른 개념으로 정의된다. 이들은 아내, 어머니, 노동자, 시민과 같은 복합적인 역할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공식적인 이민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사회에 실질적인 이민자로 살아가는 ‘여성’이다.
1992년 중국과의 수교이후 한국계 중국인 여성과 한국인 남성과의 결혼이 급증하였고, 1990년대 후반 IMF로 인한 경제적 위기 상황과 한국계 중국인 여성과의 결혼의 부작용으로 인한 국제결혼에 대한 경계심으로 인하여 한국계 중국인 여성의 결혼이주가 주춤한 사이 통일교를 통한 필리핀과 태국 여성과의 결혼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서는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동남아시아 여성과의 결혼이 급증하였다. 이로써 한국계 중국인 중심의 결혼이주가 동남아시아 여성과의 결혼이주로 변화하였다. 2005년 통계에 의하면 결혼이주여성의 출신국은 중국(66.2%), 베트남(18.7%), 일본(4.0%), 필리핀(3,2%)등의 순서로 나타난다.
결혼이주의 유형으로는 중개업체를 통한 결혼. 통일교를 통한 결혼, 지인의 소개나 이미 결혼이주해서 한국에 온 여성들의 소개로 이루어진 결혼, 연애결혼 등으로 나누어진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류 드라마나 통일교의 홍보 등을 통해 한국은 ‘잘사는 나라’이며 한국남자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전 정보를 가지고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들은 결혼과정에서의 인권침해와 결혼 후의 시민권 취득 과정의 문제 등 제도적인 차원의 갈등 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가족과 사회의 거부로 인한 문화적 갈등에 봉착한다.
이들이 겪는 구체적인 문화적 갈등은 음식과 한국어 사용에서 나타난다. 많은 여성들이 한국에 와서 된장·고추장 냄새를 맡지 못하고, 쌀 맛이 달라 거의 먹지 못한다. 한국어 습득정도도 다르고, 한국어 교육의 기회도 고르지 않고, 한국어를 못하는 그녀들을 ‘어린애’ 취급하는 가족들과의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여성들은 대개 여자가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나, 가족은 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이라는 이분법을 적용하면서 돌봄 노동을 강요한다. 또한 시댁중심의 며느리 역할 수행, 남성 중심의 부부관계 설정, ‘어머니의 뜻은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남편의 태도나 결혼한 아들을 ‘이것저것’ 챙기는 시어머니의 태도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적 가부장제는 이들 결혼이주여성이 수용하고 적응하기에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에서 주어진 현실적인 상황에 타협하고 협상하여 자신의 공간과 입지를 만들어 간다. 한국어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8년 전에 혼자 한국어 공부를 해서 이제는 ‘한국 아줌마’의 언어를 구사하기도 하고, 시어머니 이야기를 한 귀로 흘리고 한눈을 가리는 자기 전략을 세우기도 하고, 방과 후 영어교사나 공장에 취직하여 자기 경제력을 가지고, 한국음식과 출신 국가의 음식을 같이 만들기도 하고,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먼저 온 선배들의 경험을 후배 이주여성에게 나누고 이끌어주기도 하며, 정부가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자신의 ‘힘’을 키워간다.
현재 한국사회는 결혼이주여성과 그의 가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책서비스의 대다수는 한국어 교육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외에는 한국요리 교육, 한국문화체험 등의 교육서비스이다. 문화 분야의 지원으로는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결혼이주여성 대상 사회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각 지역의 문화원·문화의 집에서 제공하는 지원이 있다.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교육의 내용은 주로 문화유적 탐방, 전통 문화체험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문화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교육에 그치고 있으며, 여성들의 출신 국가의 문화를 수용하는 다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교육은 전체 프로그램 중 몇 군데에서만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한편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교육을 진행하는 교·강사들의 관점도 일반적으로 ‘불쌍한’ 사람을 대하는, 혹은 ‘우리와 다른, 그러나 우리 같아져야 하는 사람’으로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있어 결혼이주여성과 교·강사가 만나는 바로 그 지점이 ‘문화접경’지대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식 민족주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문화강요’의 지대가 되고 있는 사례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또한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문화프로그램이 비즈공예· 퀼트 등을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있어, 과연 무엇이 ‘문화’인지, 무엇이 ‘문화교육’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
더 이상 단일민족이 아닌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감수성 향상을 위해서는 현재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문화교육을 다문화이해교육으로 선회하고, 다문화적 상상력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교·강사와 기획자를 위한 다문화이해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결혼이주여성 중심의 교육뿐만 아니라 남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상담, 그리고 시부모등 지역민들의 다문화 감수성 교육도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결혼이주여성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적 지원과 상담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사회의 저출산 경향과는 상반되게 2-3명의 자녀를 출산하고 있다. 이 여성들이 겪는 문화적 갈등은 2세의 성장과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성들도 자녀교육의 문제를 중요한 어려움 중 하나로 꼽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여성들은 가볍게 몸을 털고 국경을 넘고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모국의 가부장제와 경제적 상황 때문에 국경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 여성들을 이주하게 한다. 그녀들은 한국에 와서 한국인의 아내로, 엄마로, 그리고 한 주체로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그녀들을 한국어도 못하고 한국문화도 모르는 어린아이 같은 존재이자 한국식 가부장제에서 전통적인 아내와 며느리의 역할을 수행해 줄 돌봄 노동의 수행자, 혹은 한국 아이를 재생산해 줄 ‘타자’로 규정짓고 경계 바깥에 그녀들을 세워두었는지 모른다. 이제는 그녀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과 언어 수행 능력을 자원삼아 문화접경 지대를 형성하고 그녀들을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이자, 우리의 경계 넘나들기의 매개자의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적 글로벌라이제이션 맥락에서는 누구나 국경을 벗어나 소수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이 그녀들만의 일은 아니며, 나만의 일도 아닌 것이다. 한국식 가부장제와 민족주의의 견고함을 버리고 다문화의 유연한 상상력으로 그녀들과의 만남을 기획하는 것은 문화적 풍부함을 생산하는 일이며, 경계를 허무는 일이기도 하다.
장인자/ 연세대 문화학과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재생산과 다문화 교육’을 주제로 박사과정을 전공하고 있다. 한국문화정책연구소 기획위원, 문화관광부 문화예술교육과 프로그램 심사위원(결혼이주여성 담당) 등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