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5 |
[특집 | 우리시대의 결혼이주 여성] 문화적 이해와 배려가 먼저
관리자(2007-05-14 16:55:36)
내국인과 혼인한 이주민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2006년도 11월 전주출입국관리사무소의 통계에 의하면, 전라북도의 내국인과 혼인한 이주민의 수는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만, 3,562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주민의 대부분은 여성들로서 남성들은 1%대 밖에 차지하고 있지 못하다. 국적취득자까지 포함하면 전라북도에 5천여 명의 결혼이민 이주여성이 존재하고, 전주시에는 1,000여명의 결혼 이민 이주여성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국적취득자에 대한 통계는 법무부 국적이민과 조차도 그 통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내어올 수 없다.
얼마 전 행정자치부에서는 “거주외국인을 ‘주민’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침을 내려 보낸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단기체류자 및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나오기도 하였다. 이렇듯 이주여성을 비롯한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정착해 살기 위해 필요한 사회활동과 직업지원에 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주여성들에 대한 관심은 이벤트성 문화 사업지원과 장기적이지 못한 단기성 한국어 교육 사업 그리고 일회적으로 끝나버리는 사회적응 교육사업 지원 등에 집중되어 있다.
이주여성들의 한국사회 속에서의 사회활동은 거의 차단되어져 있다. 사회활동 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경제활동인데, 이주여성들이 직장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이주여성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선이 내국인과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고 차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제 결혼한 이주여성들은 대부분이 아시아권의 여성들로서 한국에 비해 경제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는 나라의 사람들이다. 국제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시아권이 아닌,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건너온 여성들에 대한 대우는 다르게 나타난다. 그리고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일본에서 온 이주여성들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라서 그런지 필리핀이나 베트남, 캄보디아에서 온 여성들과 대응하고 대우받는 것이 동일하지 않고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서구사회만을 동경하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강자 앞에서 비굴해지고, 약자 앞에서 강하게 자신을 과시하는 잘못된 가치관이 상호 결합되어지면서 기인되는 문제로써, 이주여성의 사회적 활동, 경제적 직장활동 등을 어렵게 하는 원초적 문제라 할 수 있다.
한국사회 속에서 이주여성들이 직장을 구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기본적으로 자리하는 아시아 이주여성에 대한 배타적 차별의식에 이어, 제도적·구조적으로 우리사회는 결혼 이민 이주여성들의 삶의 배경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해와 요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주여성과 혼인하는 한국인들을 한국사회 속에서 그 지위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농촌 노총각과 도시 서민으로 일컬어질 수 있는 빈민층이 많은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남성들은 한국에서 혼인하지 못하는 문제를 매매성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많은 돈을 부과하여 해외에 있는 여성과 혼인하여 해결한다. 사실 농촌총각의 문제와 도시 서민 노총각의 문제는 한국사회가 구조적으로 파탄시킨 농촌경제의 문제이고, 도시서민들이 제대로 살 수 없게 한 정책적 실패로 인한 양극화의 문제인 것이다.
남편들조차도 제대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주여성들은 남편을 대신하여 경제활동을 하고자 거리로 나와 보지만, 이주여성들을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다. 이주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섬유업체의 시다나 식당에서 설거지 또는 서빙을 하는 것 들이다. 일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필리핀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영어 과외 또는 방과 후 초등학교 교사,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지만, 이것은 부분에 지나지 않고 이들의 소득 또한 내국인과 비교할 때 커다란 차별과 차이를 이루고 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사를 하고 있는 ‘네이시’씨는 한 달 동안 일을 해봐야 40만원밖에 받지 못한다며, 차 기름 값 밖에 되지 않는데 이 일을 계속해야 될지를 푸념으로 털어놓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이주여성들은 노동권에 있어서도 제대로 그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기본급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40~50만원을 받고, 많아야 60만원을 받기도 한다. 퇴직금을 받는 것은 이들에게 더욱더 힘든 일이다. 이주여성들은 4대 보험을 거의 적용받지 않는다. 따라서 실직을 할 경우에도 고용보험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산업재해를 당 했을 때에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지금까지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이 문제가 되어왔지만, 앞으로 이주여성들의 경제활동과정에서 나타나는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배타적 민족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한국인의 정서가 이주노동자에 이어 결혼 이민 이주여성들의 성희롱, 폭력, 욕설 등 여러 인권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우려감을 낳게 한다.
이주여성들을 고용하기를 꺼려하는 이유가 한국인들 자체에 기인하는 것도 있지만, 이주여성 스스로에게 나타나는 문제도 있다. 많은 이주여성들은 한국어 구사력이 떨어진다.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함으로 이주여성들을 고용하고자 하는 사업장들은 고용을 망설이게 된다. 그리고 이주여성들은 한국인들과 일하는 정서와 방식이 다르게 나타난다. 장시간동안 이루어지는 단순노동의 반복은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이주여성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고용이 장기간 지속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게 된다. 이주여성들은 작업장 이동이 잦아지게 되는데, 이것 또한 이주여성의 고용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로 작용되기도 한다.
이주여성들은 한국과 다른 문화적 방식과 사고를 오랫동안 몸에 안고 살아왔다. 한국에 체류함과 동시에 자신의 문화적 방식과 사고가 일시에 변화할 수는 없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정착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들 모국의 문화를 먼저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이주여성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관심은 모국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전면적으로 버리고, 한국의 문화와 가치만을 가지고 살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다문화를 이루고 있는 지금의 다국적 사회 속에서 배타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주여성들과의 갈등을 확대시키는 것일 수 있다.
한국인과 한국에 시집은 이주여성들은 일방의 동화가 아닌 쌍방의 동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의 직장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지금껏 체득되어진 문화의 상이성이 일시에 새로운 문화를 수용해낼 수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주여성들과 내국인은 상호간에 쌍방통행 할 수 있는 문화적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제도적·정책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한국사회 속에서 이주여성들은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제대로 펼쳐내기가 어렵다. 이주여성들은 모국에서 미용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간호사로 일했던 사람도 있다. 그리고 영어교사로 일했던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모국에서의 경력과 이력은 한국사회 속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능력과 기술이 검증되어질 수 있는 적절한 창구가 필요하고, 인정되어진 능력과 기술은 잘 활용되어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주여성들은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중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구사하고 있는 언어는 우리 사회에 소중한 자원으로 사용되어질 수 있다. 이들이 한국어 능력을 잘 익혀내고, 그들의 모국어를 한국사회에서 잘 활용해낼 수 있게 하는 구조도 필요하다. 또한 아시아의 음식, 아시아의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이주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적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키고,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정책적·제도적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주여성에 대한 직업교육은 비즈공예를 배운다든지, 꽃꽂이를 배운다든지 하는 과거에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많이 이루어졌던 교육이 반복되어지면서 그다지 생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하고 그 경제적 활동을 포함한 사회적 활동들이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배경과 그들의 문화적 토대를 잘 이해해야만 한다. 무작정 한국인들에게 했던 것을 반복하거나 일회적으로 또는 이벤트적인 성격을 띠고 이들에게 배려하는 듯 하는 모양새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동등한 시각과 인격적 존중 속에서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의 소중한 주체로 서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지훈/ 1999년 외국인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전북 외국인 노동자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 전국이주인권연대 운영위원, 아시아노동인권센터 대표, 전북지역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협의회 대표, 민주노동당 이주민 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