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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5 |
[특집 | 우리시대의 결혼이주 여성] “그들의 문화 배우고 소통하여 문화공동체 만들어야 합니다”
관리자(2007-05-14 16:53:13)
“그들의 문화 배우고 소통하여  문화공동체 만들어야 합니다” - 이현선 장수민들레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센터장 인터뷰 “결혼이민자가족은 현재 우리 농촌의 핵입니다. 지금 농촌에 있는 어린애들은 거의 전부가 결혼이민자가족 2세들이에요. 앞으로도 결혼이민자가정이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절대 줄지는 않을 겁니다. 이들이 어떻게 우리사회에 잘 어우러져 사는가가 결혼이주여성들의 행복뿐만 아니라, 우리 농촌의 미래에도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끼칠겁니다.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정말 중요한 까닭이죠.” 전북 장수군에 있는 장수민들레교실을 찾았다. 처음 장수군 번암면에 위치한 ‘논실마을학교’에서 시작한 장수민들레교실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컴퓨터 등 그들이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하고 있는 곳. 지난해 여성가족부로부터 장수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 지정되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함께 가족상담캠프, 법률의료지원 등 결혼이민가족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이현선 센터장은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거의 전무하던 2004년 말부터 이들을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논실마을학교는 농촌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지역의 몇몇 분들이 뜻을 모아 만든 문화학술생활 공동체 공간이었어요. 2003년 이곳으로 우리가족이 전부 이사 왔죠. 처음엔 논실마을학교를 활용해 도시와 지역의 청소년들이 만나는 ‘논실마을학교 청소년연극교실’이나 지역생산물을 타지사람들과 나누며 교류하는 ‘논실가을한마당’ 같은 사업들을 펼쳤어요. 그런데, 장수의 주민으로 살다보니까 결혼이주여성들이 눈에 띄더라구요. 장날 때, 나가면 꼭 두세 명씩은 봤어요. 그러면서 관심을 갖게 됐고, 이들을 모아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어요. 사정 때문에 나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집으로 직접 찾아가서 만나기도 했구요.” 2006년 4월 정부의 결혼이민자가족통합지원정책이 발표된 이후 각종 지원책이 쏟아지고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당시만하더라도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지원책이나 우리사회의 관심은 거의 전무했다.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도 꾸준히 이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덕분이었다. 이현선 센터장은 이들의 진정성과 헌신이 없었다면 결코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혼이민자가족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0여 년 전, 지차제의 ‘농촌총각장가보내기운동’으로 만들어진 결혼이민자가족의 2세들이 크면서, 활동 영역도 더욱 넓힐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현선 센터장은 몇몇 뜻있는 사람들의 봉사활동만으로는 이 일을 지속하기가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정책을 수행하는 시민단체나 지자체, 중앙부처 등 각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관련을 맺으면서 각각 분화되고 특화된 사업들을 진행해야 하는데, 현재는 농림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각 부처에 따라 이주여성들을 위한 사업을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도 중장기 계획이 아니라 1년 단위에 프로젝트 식이다보니 사업이 끊어지기 쉽죠. 특히, 언어교육 같은 경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데 1년 후를 기약하지 못하는 거에요. 사정이 이렇다보니까, 직접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교육의 가치에 대해 공유하면서 동료로 일하기보다는 자원봉사 수준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거죠.” 이현선 센터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점은 ‘언어문제’라고 말한다. 먼저, 언어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는 것.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것이 다 막힌다는 것이에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죠. 무엇보다 언어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성인으로 이미 자기문화권안에서 자기 언어를 습득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죠. 글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들어있는 ‘한국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쌍방통행’이라고 했다. 단순히 우리 말을 가르치고 우리에게 동화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그들의 문화를 인정할 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것을 ‘다문화주의적 관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민들레교실에서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남편이나 가족들이 이주여성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게 한다. 바쁜 농촌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적어도 그들이 살아온 문화와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식’이라도 갖게 하기 위해서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온 이유야 다양하죠. 하지만, 결국 그 근본은 다 같습니다.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왜 한국에 왔느냐’고 물어보면,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게 일자리에요. 언어문제가 해결된 여성들이 다음으로 느끼는 것이 일자리입니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자기의 역할을 찾는 다는 것은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죠.” 민들레교실이 요즘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결혼이주여성들의 일자리 문제다. “초기에 우리가 한국어를 교육했던 필리핀 여성 11명이 지금은 장수군에 있는 각 학교의 원어민 영어 강사로 나가고 있어요. 한국어가 조금 되니까, 그들이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우리가 조금 도와주니까, 이제 그들이 우리사회에 그들이 가진 역량을 풀고 있어요. 선순환 되는 것이죠.” 올해는 ‘찾아가는 양육도우미 사업’에 필리핀 여성을 고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더하고 있다. 이제 결혼이민자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사업에 결혼이주여성이 나서고 있는 것. 이현선 센터장은 그들 스스로가 설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민들레교실이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결혼이민자가족의 2세들이다. 이현선 센터장은 결혼이민자가족의 2세 아이들이, 보통의 한국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이민자가족 2세들은 분명히 달라요.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하기 힘듭니다. 생김새도 조금 다르고, 언어를 습득할 때 두 개의 언어를 듣다보니까, 말이 서툴고 늦어요. 언어가 잘 안통하다보니까, 내성적이거나 하고 싶은 말을 몸으로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죠. 그런데, 한 2년 동안 이 아이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갖다보니까 많이 변화되는게 보였어요. 우리 교육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것이고, 또 하나는 엄마가 변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2세 문제는 단순히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엄마의 문제이자, 가정의 문제, 교육의 문제 등 대단히 여러 가지 문제들이 중첩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통합적으로 풀어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들레교실은 2세 아이들이 갖고 있는 한계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엄마 나라의 언어와 영어까지 2중, 3중의 언어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서툰 말 때문에 고생하던 아이들은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3학년이 되고서 부터는 학교생활 자체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한다. 두세 개의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앞으로도 이들에게 커다란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현선 센터장의 설명이었다. “결혼이주여성들과 그 2세들은 결코 단순한 사회복지의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조금 특수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을 뿐이에요. ‘다문화주의적 관점’으로 이들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토대위에서 이들이 우리사회에 동화가 아닌,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도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소통하면서 문화공동체를 만들 때에라야 결국 이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현선 센터장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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