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5 |
[특집 | 우리시대의 결혼이주 여성] ‘위하는 것’이 아닌‘함께’ 가는 길
관리자(2007-05-14 16:51:01)
‘위하는 것’이 아닌‘함께’ 가는 길 |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가족’을 진행하고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문화공간 싹입니다. 말씀하세요?
저기 거기가 문화공간이지요? 네! 말씀 하세요? 시청에서 보조는 얼마나 받으세요? 네??
무슨?... 사회문화사업 하면 보조를 받는다고 하던데요? 무슨? 이주여성이랑 장애인 뭐 저소득층에 관한 문화사업을 하면 보조를 받는다고 해서... 그래서 우리도 문화공간을 만들어 볼려구요!
문화공간 싹에서는 결혼이주여성프로그램을 운영하신다고 하던데, 그 내용 좀 알고 싶어서요? 네! 저희는 이런 저런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저희가 이 프로그램을 공모사업에 신청하면 안 될까요? 문화예술전공이 아니더라도 문화니까 진행할 수 있겠죠?
요즘 들어 이런 내용의 상의하는 연락을 자주 받는다. 이것이 우리사회의 단면은 아닌지? 가슴이 씁쓸하다. 나는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 이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상처는 주지 않았는지! 하는 자책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 본다.
문화공간 싹은 문화예술을 통해 우리사회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소통하는 일들을 하는 곳이다. 어느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할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싹’의 소임이라 생각하며, 계층을 나누기보다는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내 이웃이라는 이유와 취지를 가지고 대중을 만나가고 있다.
여성결혼이민자에 대해 관심을 가진지는 그리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을 만나고 함께하는 동안 이들 또한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가족임을 알아가던 시간들의 사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난 2005년 여성결혼이민자들 각 나라의 문화를 찾는 연구를 하면서, 2006년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가족’을 기획·추진하였다. 여성결혼이민자와의 첫 만남은 장수지역의 장수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로부터 시작했다. 추진방법에서는 장수논실마을학교 주변 환경에서 체험형식의 다문화를 통한 여성결혼이민자와 자녀가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물과 영상, 여성결혼이민자가 쓴 글들을 문화공간 싹에서 전시회로 기획하여 일반인에게 이해와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가족’이 만들어진 동기는 우연한 기회에 여성결혼이민자가 문화적 차이로 한국생활이 힘들다고 하는 신문기사에서부터 시작하였다. 그 기사는 아주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다. 우린 농촌이나 다른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문제쯤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것, 우리의 가정, 우리의 아이들과는 무관하게, 그리고 그들과 그들의 가정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다.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나 또한 마음 한구석에 그런 부분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위선적인 문화예술교육방법이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나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이 된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다. 누군가를 위하는 것 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런 현실에서 문화적 차이와 우리들의 시각의 변화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한 시기임을 느끼고 기획하였었다. 기획초기 나는 문화예술 관련된 사람이니까 라는 짧은 생각으로의 단순한 접근에서 문화적 차이를 좁혀내는 것에만 고민을 하고 형식적인 각 나라의 관련 자료만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 자료만으로는 각 나라를 이해 할 수 없었고, 타국의 문화를 알아가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자료를 찾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의 곳곳에 자국문화는 인정하면서 타국의 문화는 배척하는 배타주의적 성향, 또 잘사는 제1세계나라들은 선망하면서 경제적으로 가난한 제3세계의 나라는 무시하며, 제1세계인들에 대한 콤플렉스적 순혈주의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많은 서적들을 보면 그런 부분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올바른 문화를 소개하기보다는 관광적 시각 속에 감추어져서 문화의 일부분이 전부인 것처럼 보여 지기도 하고 있다. 이는 바른 지식을 알려야하는 어린이도서, 타국의 문화를 다루는 문화관련 기관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현실에 여성결혼이민자의 각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적 모색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역으로 여성결혼이민자 또한 한국의 문화를 알아가는 부분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자국의 문화만을 품었던 이들이 타국에 와서 타국의 문화만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것은 눈은 뜨지만 보이지 않은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우리의 문화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사회의 여성결혼이민자들을 위한 대안들은 어떠한가? 진심으로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하는 것인지! 아니면 개개의 실적을 위한 사업들은 아닌지!
상대를 알아가고, 인정하며, 평등하게 함께 가는 길은 힘들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문화는 개개의 존재성이고, 개개의 사회이며, 사회가 속한 국가이다. 그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개개의 존재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여성결혼이민자의 자국의 문화를 인정하는 것은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며, 이들에게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가족’의 과제는 이들 문화의 인정이요, 우리의 가족으로의 포용과 인정의 문화예술교육을 만들어가는 길이였다.
그래서 사업의 준비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다문화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지리적, 역사적, 종교적으로 문화의 발생을 찾아가는 조사나 자료수집, 각각의 문화가 만나 비슷한 문화권을 형성하는 문화, 각국의 대표적인 문화를 통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전문 인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각국의 예술영역에서 나타나는 표현방법과 지리적, 역사적, 종교적인 상황과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일도 고됐다.
하지만, 이런 시간들의 준비는 곧 어머니에게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고, 각자의 자존감을 인식하여 든든한 힘을 만들어 주었다. 또 그 2세는 엄마의 나라를, 일반인들에게는 세계의 문화를 알아가며 다문화를 인정하는 방법적인 모색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문화와의 연결은 이들에게 함께할 수 있다는 자신감 형성의 문화예술교육을 이루어 갔다.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가족’은 교육대상에게 가르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서로가 앎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머니는 어머니로서, 자녀는 자녀로서, 진행자는 보조자로서 문화라는 도구를 가지고 이해의 대화일 뿐이다. 실상 이 사업은 큰 과제를 가지고 표면적으로 결과를 드러내는 것도 아니며, 여성결혼이민자가 경험하는 어려움을 복지서비스적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한 다문화주의로 가기 위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적 해득력을 만들어가고자 함 이다. 여성결혼이민자 또한 이들의 자랑스러운 자국문화를 가진 이 땅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어머니이다. 그리고 내 이웃인 동시에 이 사회의 가족임을 알리고자 하는 것뿐이다. 피부나 문화, 각자가 처한 상황들은 다르지만 우리의 여느 어머니들처럼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아낌없이 주려하는 사랑만은 같음을 알았다. 단지 한국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그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해서 안타까워 할 뿐이었다.
여성결혼이민자들에게 한국의 언어나 문화를 익힐 수 있는 교육의 방안도 중요하고 지속적인 관심 또한 필요의 부분이다. 하지만 먼저 우리사회가 이들에게 준비해주어야 할 부분은 우리문화에의 동화만이 아닌 상호교류 속에서 서로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즉 이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의 모색이며, 문화의 소통이다. 이것이 가능할 때, 이들 스스로도 당당한 이 땅의 국민으로 우리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꺼라 믿는다.
그러기위해서는 여성결혼이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과 이들 가까이 있는 그 2세와 가족, 국민의 의식을 전환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우리가 준비할 과제인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회문화사업이든 그 안에 인권, 평등적인방향이 전제되어야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성결혼이민자들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이들이 가진 문화적 자원과 네트워크 활용으로 한국사회에서 뿌리내릴 수 있는 역할적 방향제시도 시급하다. 현재는 원어민회화강사의 역할방향을 보여주고 있지만, 본 사업에서 이들이 보여준 것은 다문화를 통해 우리사회가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시각의 전환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거였다. 이에 우리사회는 유행성 사업에 그치지 말고, 미래를 바라보고, 서로 대등한 존재라는 인식전환 속에서 이들이 다문화의 전문 인력으로서 양성의 사업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금도 “가족Ⅰ”을 진행하면서 그 시간들 속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내 고향, 내 나라를 이야기 해준 사람이 없었다고… 우리아이들이 좋아 하네요! 이들 눈물 속에 이야기들…. 이것이 문화예술교육의 힘은 아닐까?
그분들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하여 지금은 그분들이 나를 따뜻하게 반겨주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각 나라마다의 문화를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