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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4 | [문화저널]
[생활속의 소비자문제] 농약 유혹 떨쳐버린 든든한 먹거리
김보금 소비자고발센터 사무처장(2003-04-08 10:30:27)
'볼떼기가 미어진다.' 요즘 우리 사무실 점심시간은 흙만 털어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유기농 채소에 된장을 얹어 볼떼기가 미어지게 밥을 먹고 있다. 아직도 배고픈 이웃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지만 유기농으로 만든 엽채류 몇가지에 호텔음식 부럽지 않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이대전. 미친놈, 빨갱이, 고집불통이라는 손가락질에도 남들 뿌리는 농약도 비료도 거부하고 뙤약볕에 풀을 베며 생산한 농산물을 가지고와 하소연한 농사꾼이 있었다. 말 그대로 피땀어린 채소를 생산했는데 재값을 받지 못하고 판매가 안되자 농가부채에 우울증에 때려치고 싶다며 찾아온 농부였다. 그러나 아무리 급한 소리를 해도 직접 소비자문제라고 생각이 미치지 못하니 적극적으로 유통문제에 나서지 못했다. 최근들어 잔류농약문제로 소비자들의 예민한 목소리가 들리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김 아무개씨는 형편상 자취를 하기 때문에 밑반찬을 사는 경우가 많다. 그날도 맛있게 버무린 총각김치를 보고 그 자리에서 오천원에 샀다. 그러나 김치를 먹은 그날 저녁부터 구토 증세와 함께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원인은 잔류농약문제로 먹다 남은 김치를 검사를 하자 농약이 검출되었다. 1주일 입원 후 퇴원하여 판매장소에 갔으나 이미 점포는 보이지 않고 치료비만 고스란히 소비자몫이 되었다. 매운내가 풍기는 듯한 고추 한푸대를 씩씩거리며 아주머니가 가져왔다. 내용인즉, 김장김치를 담그기 위해서 시골까지 가서 고추를 구입했는데 농약 냄새로 도저히 먹을 수 없어 김장을 다시 해야한다며 나머지 고추를 검사해 달라는 것이다. 평화동에 사시는 할머니는 평소 콩나물을 즐겨 드신다. 인근 가계에서 콩나물을 구입했으나 집에 와서보니 물로 기른 콩나물이 아닌 농약기운으로 자란 콩나물이라면 검사를 의뢰했다. 다시 판매처에 가서 콩나물을 구입해서 의뢰결과 역시 농약성분이 검출되어 관련법에 의해 행정기관에 의뢰한 사례이다. 이런 과정에 불안한 소비자들은 상추를 가져오고, 콩나물을, 심지어 과일까지 잔류농약검사를 의뢰하고 있다. 농약에 대한 불안으로 사과, 배 등은 껍질을 깎아야 하고 포도나 딸기, 풋고추 등은 여러번 씻어야만 안심이다. 이러하니 토양과 환경을 생각한다는 거창한 구호이전에 당장 소비자의 안정을 고민하면서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산물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농민을 찾고 보니 유통상에 어려움으로 제값을 받지 못하니 후회한다는 하소연이다. 한달 7백여건 소비자고발처리에도 급급하지만 지난주에는 유기농 생산자와 대형매장주인들과 또 품질인증을 해주는 검사원, 소비자들이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가 우리단체 주관으로 마련되었다. 토론회에서는 가격이 비싸고 유기농산물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며 물량이 계속 공급이 안되는 어려움을 이야기했고, 소비자들에게는 홍보가 되지 않아 유기농산물은 환경과 건강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살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라는 것을 모르고 무조건 비싼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식탁 80% 자급율을 외국농산물에 내주고, 작년에 거두어드린 배와 사과들이 외국과일류덕분에 아직도 농가창고에 보관중이니 갈수록 농사가 어려운 것이 농부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소비자들 몫이다. 농협하나로 마트 경우에는 유기농산물 판매장을 따로 만들고 잔류농산물을 검사하는 시스템까지 갖추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유기농산물은 3년이상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농법으로 검증을 받으면 유기재배하고 표시를 할 수 있다. 무농약재배는 말 그대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이며 저농약재배는 농약안전기준의 1/2을 사용한 상태이고 일반재배는 비료와 농약을 안전사용기준을 준수한 상태를 말한다. 봄이다. 농약과 비료의 유혹을 떨치며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땀흘리는 농부들에게 노력만큼 판매도 이루어지는 희망의 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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