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5 |
[마당수요포럼] 한솔종이박물관과 지역문화유산 관리
관리자(2007-05-14 16:03:51)
한솔종이박물관과 지역문화유산 관리 정리 | 최정학기자
현재 한솔종이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국보 1점과 보물 7점을 비롯하여,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종이와 관련한 유물 및 자료 1441점이 전주를 떠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한솔제지가 ‘팬아시아페이퍼’에 공장을 매각할 당시 함께 매각했던 한솔종이박물관의 유물들을 되사들였다. 한솔제지는 ‘노스케스코그’의 협조를 얻어 2009년까지 현 박물관에 계속 유물들을 전시할 방침이다. 문제는 2009년 박물관 사용기간이 끝난 후, 자칫 유물들이 타지역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솔제지는 종이박물관의 유물들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유물들이 강원도 원주의 테마파크로 옮겨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지역민들의 의구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18일 최명희 문학관에서 열린 쉰두 번째 마당 수요포럼에서는 ‘한솔종이박물관과 지역문화유산 관리’를 주제로 한솔종이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을 우리지역에 계속 보존하기 위한 방안들을 찾아보았다.
이날 포럼의 발제는 이태영 전북대 교수가, 좌장은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 관장이 맡았다.
“멍석을 깔아주자”
쉰두 번째 마당수요포럼에서는 ‘한솔종이박물관과 지역문화유산의 관리’를 주제로 현재, 지역민들에게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는 한솔종이박물관의 유물 문제를 다뤘다.
이날 포럼의 참가자들은 한솔종이박물관의 유물들이 우리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강조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한솔제지의 사유물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보다 세밀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 관장은 발제가 끝난 후, “전주한지의 역사성으로부터 한솔제지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논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토대로, 박물관을 설립한다든지 하는 실행을 통해 한솔제지의 유물을 우리지역에 남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논의를 이끌어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문윤걸 예원예술대 교수였다. 그는 “1차적으로 우리도 반성을 먼저 해야겠다. 어떤 식으로든 간에 지금껏 우리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한솔제지라는 사기업이 관리하고 있었고, 우리는 천년도시 전주를 구상하면서도 그 계획 속에 한솔제지를 포함시키고 있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이런 개인이나 사기업들을 앞으로는 지역의 문화정책과 연계시키고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솔종이박물관에서 2009년까지의 계획만 있고 그 후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하는데, 이 계획이 없다는 부분에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유물들이 한솔제지라는 사기업의 소유이기 때문에, 이것들이 계속 우리지역에 남아있게 하기 위해서는 한솔제지의 지역 연고성을 부각시키면서 유물들을 어떻게 보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전주는 천년도시의 지역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1천년 역사의 내용이 가시화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근대의 역사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라도 이 유물들을 꼭 지켜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며, 포럼에 참석한 김중태 한솔종이박물관 학예실장에게 2009년 이후 유물들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
김중태 학예실장은 “한솔제지의 작년도 적자가 엄청났었다. 한솔종이박물관 정도는 수십 개 짓고도 남을 만큼 적자였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유물을 다시 구입했다. 박물관은 자금문제 때문에 찾지 못했다. 하지만 노스케스코그도 한솔이 계속 박물관을 운영하길 바라고, 한솔에서도 계속 그곳을 사용하길 바라고 있다. 두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며, “과거의 전주한지문화는 굉장히 찬란했고 우수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도 그러하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지가 조금더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노스케스코그가 한지박물관을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가시화 될 것이다”고 답했다.
정웅기 마당 이사장은 유물들이 계속 우리지역에 남길 바란다면 그렇게 될만한 여건을 우리가 우선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주나 전북의 한지 문화가 그렇게 찬란했고 역사성이 있다면 종이관련 박물관이 꼭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사기업에서 그걸 운영하고 있었다. 사기업에서 못하겠다고 하더라도, 우리지역에 종이박물관은 꼭 필요하다”며, “유물이 우리지역에 꼭 있어야 한다면 그것이 여기에 있을만한 여건을 먼저 갖춰줘야 한다.
단순히 유물만 얘기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전주에 종이박물관이 있다면, 우리지역민들이 한솔종이박물관의 유물 때문에 노심초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종이박물관이 필요하다면 짓고, 유물들이 우리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대접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고 주장했다.
정성엽 한옥마을예술공동체 단장은 “텔레비젼을 통해 이와 비슷한 미국의 사례를 본 적이 있다. 대단히 귀중한 문서가 나왔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단순히 지자체가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미국에서는 기업의 협찬을 이끌어내서 그 유물들을 사들였다. 세금 등에 있어 많은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이를 유도해냈다. 사실, 지자체 예산이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도 이런 경우에 있어 기업의 협찬 같은 다양한 방법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며, “전동성당 같은 경우 소유자는 바뀔 수 있을지 몰라도,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움직이는 유물들도 소유권은 바뀔 수 있되, 항상 그 자리에 있게 하는 조례같은 것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유기상 전북도청 문화관광국 국장은 “우리세대부터 시작해서 도민들의 머릿속에 한솔제지는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10여 년 전에는 한솔종이박물관이 개관하면서,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박물관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전주의 많은 시민들이 한솔종이박물관에가서 한지를 체험했고, 외지인들이 오면 그곳으로 많이 데리고 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이제라도 도민들의 한솔종이박물관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번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며 “그동안 한솔제지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박물관까지 지어서 우리지역의 자랑거리로 만들어줬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군다나 노스케스코그가 한지박물관을 지어서 운영한다고 하니까, 이 두개의 박물관이 서로 상보 상생관계를 맺으면서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지금 당장은 한솔종이박물관의 계획이 2009년도 까지만 나와 있는 상태다. 전라북도에서도 이 후의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의 경우, 소위 메세나 운동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세제상의 혜택을 주거나 해서 활성화 시키고 있다. 물론 지자체에서 돈을 내서 할 수도 있지만, 이 유물들을 위한 공간을 짓는데 여러 기업이나 시민들이 성금 형태를 통해 힘을 보탠다면 훨씬 더 큰 의미와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문윤걸 교수는 “앞으로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이 기간 안에 세부적인 준비를 해야겠다. 현재 도2청사 자리나 역사박물관 앞 부지가 가장 활용하기 좋은 장소일텐데, 여기에 대한 활용방안이 이미 상당부분 진행되어 버린 상태다. 지금이라도 빨리 유물들에 대한 보다 상세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문화계에서 할 일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한솔종이박물관이 지역에 분명히 기여한 바가 있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한솔종이박물관이 지역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검토해봄으로써, 우리지역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서로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별다른 논쟁없이 대응의 논리보다는 한솔종이박물관이 얼마나 우리지역에 필요한지 보여줌으로써, 우리지역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끝맺음 했다.